【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5천원짜리 공주 가방에 엉덩이 춤이 절로 나온다. ⓒ 이지혜
오늘부터 아이의 방학이 시작된다. 아이와 잘 지내보자고 마음을 다지지만, 어딘가 부담스럽고 불편한 마음이 잘 가시지 않는다. 4살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면 엄마로만 있어야 하고 내 시간을 하나도 가지지 못할 것 같고, 정작 내 마음과 삶은 지켜내기가 힘들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평소와 다름없이 집을 나섰다. 내 손엔 둘째의 어린이집 가방이 들려있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 동생이 방학이고, 엄마와 단둘이 데이트를 즐길 거라는 건 첫째에게 비밀이다. 알게 되는 순간, "나도 유치원 안 갈 거야!!!" 를 시전할 게 분명하다.
"오늘은 언니부터 데려다줄 거야."
집에서 어린이집이 가까워서 둘째를 먼저 데려다주곤 했다. 언니 몰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이번 주만 언니를 먼저 데려다주려는 것인데, 그걸 알 리 없는 둘째는 왜 언니부터 데려다주냐며 투정이다.
드디어 첫째가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피스야. 이번 주는 어린이집 방학이라 어린이집 안 가. 친구들도, 선생님도 다 안 와. 그러니까 우리도 어린이집 안 가고 엄마랑 피스랑 데이트할 거야."
"얏-호!"
신이 난 둘째의 화답 "얏호!"
경쾌한 얏호 소리가 몇 번이나 들린다. 마트 가서 과일 사자 해도 "얏호!", 떡 사러 가자 해도 "얏호!", 키즈카페 가자 해도 "얏호!".
아이는 기분 좋게 엄마랑 장을 보고, 소아과에 들러 영유아건강검진을 받고, 빵집에 들러 빵 하나를 간식으로 얌얌 먹었다. 드디어 오늘의 메인 코스인 키즈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신나게 논 후에는 다이소에 들러 5천 원짜리 공주 가방을 샀다. 아이는 이렇게 완벽한 하루가 있을 수 없다는 듯 너무나 행복해했다.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흐뭇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아이에게 집중해 본 적이 얼마 만일까? 나를 잠시 내려두고, 아이에게만 초점을 맞춰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었구나 싶다.
늘 언니가 있어서 엄마를 자주 독점해 보지 못한 둘째가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행복해할 때마다 나는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곤 한다.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일주일의 방학, 아이에게만 집중해주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나도 누리고 즐기면서 보내야겠다. 생각만큼 방학이 부담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아이들만큼 방학이 즐거울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