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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까지 하며 '인권조례' 공격... 그렇게 정치하지 마시라

교육 현장 갈등은 모두 '인권조례' 탓이라는 정부 여당의 마타도어

등록 2023.07.25 20:20수정 2023.07.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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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인근에서 열린 전교조 긴급추모행동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최근 발생한 초등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학생인권조례'가 빚은 '교육 파탄'의 단적인 예이며, 과거 종북주사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다."
"좌파 교육감들이 주도해서 만든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위축을 초래했으며, 결국 학교 교육을 비정상으로 만든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장관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은 급격하게 추락했고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진보교육감 주도로 도입된 학생인권조례는) 내세운 명분과는 달리 '학생 반항 조장 조례'이자 '학부모 갑질·민원 조례'로 변질됐다."
"교권 추락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2010년경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학생인권조례다."


충격의 연속이다. 교사로서 충격이고, 한 인간으로서 충격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더 충격이다.

제자에게 전치 3주의 중상을 입을 정도로 폭행당한 교사 사건에 이어 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그가 학교에서 자신의 마지막 삶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한 인간으로서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런 일련의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 대한민국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부터 교육부장관, 여당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자신들의 책임은 외면한 채 학생인권조례를 탓하면서 색깔론, 정치적 이념공세를 펴고 있는 현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충격이다. 특히, 대통령실 핵심관계자의 "학생인권조례는 종북주사파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란 발언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

모두가 함께 안타까워하고 있는 비극적인 교사의 죽음에 대해 한 목소리로 애도하고 있는 교육계를 갈라치기 하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언행이다. 나아가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책임은 나몰라라 하면서 학생인권조례라는 무형의 대상에게 책임을 돌리는 비겁한 언행이다. 지금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 정치인이 해야할 것은 남 탓이 아니다. 책임 떠넘기기는 더더욱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만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 

그들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의 처음이자 끝인 것처럼 떠든다. 학생인권조례가 만악의 근원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또 그들은 학생인권조례만 없어지면 교권이 보장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말한다. 과연 그런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학생인권조례는 헌법도 아니고, 국회에서 만든 법률도 아니며, 나아가 대통령이 만든 대통령령도 아니며, 교육부장관이 만든 교육부령도 아니다. 말 그대로 지방자치단체인 시도 의회에서 만든 수많은 시도조례 중 하나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필두로 하여 현재 서울, 인천,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7개 시도에 존재한다(인천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학교구성원인권증진조례가 있다). 나머지 충북, 경남, 세종, 울산, 부산, 전남, 강원도 등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시도되고 있지만 의회의 반대 등의 여러 이유로 제정되지 못했다. 나아가 단 한번도 소위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적이 없는 대구, 경북, 대전은 학생인권조례는커녕 비슷한 것도 없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정말로 교권침해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라면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대구, 경북, 대전, 부산, 울산, 경남, 강원, 세종 등에서는 교권 침해가 없고, 학교 교육이 모두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는가? 학생인권조례의 존재 여부에 따라서 교권 침해의 정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면, 교권침해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이므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마타도어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학생인권조례는 말 그대로 시도조례이다. 만약, 대통령이나 장관, 국민의힘 고위인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라면, 그 상위법인 법률은 교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고 있는가? 시도조례의 상위법령인 대통령령이나 국무총리령, 하다못해 교육부장관령으로 교권을 잘 보장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둘 중 하나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의 원인이라는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의 발언은 "거짓말"이거나 "책임회피, 직무유기 고백"일 뿐이다.

학생인권조례에 학생 책무 조항이 없다고?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 근거로 드는 해외 사례가 미국 뉴욕의 학생권리장전(Student bill of rights)이다.

이들은 뉴욕시의 학생권리장전을 근거로 들며 우리나라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 자신의 이기적인 권리만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인권 존중에 대한 책무는 없다고 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들 때 참고했다는 뉴욕의 학생권리장전에는 학생의 권리와 함께 책임과 의무도 비슷한 비중으로 담겨 있지만, 우리나라 일부 교육감들이 주도한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의 권리만 있지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는 없는 게 현실"(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재옥 의원)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과연 그런가? 학생의 책무조항이 미국 뉴욕 학생권리장전에는 있는데, 대한민국 학생인권조례에는 없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거짓말"이다. 그들은 학생인권조례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2023년 7월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서울 등 각 시도의 학생인권조례 6개(서울, 전북, 경기, 제주, 광주, 충남)의 조문 하나하나를 모두 찾아보았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4조(책무)
⑤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 학생은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의 참여 하에 정해진 학교 규범을 존중하여야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는 6개 시도의 학생인권조례에는 약간의 문구 차이는 있지만 모든 시도에서 타인의 인권 존중에 대한 학생의 책무 조항을 구체적으로 두고 있다. 거의 공통적으로 다른 사람의 인권 또는 법적 권리를 존중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으며, 학교 규칙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기도 하고, 이를 넘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전북의 경우 "학생이 교사, 학생 등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관련 법령과 학칙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더욱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수 정치권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 학생의 권리만 있지 다른 사람의 인권 존중에 대한 책무성이 없다고 하고 있다. 무지의 거짓말이거나 의도된 마타도어이다. 아니면, 단 한번도 학생인권조례를 읽어본 적이 없다는 자기고백일 수도 있겠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정치하면 안 된다.

뉴욕 학생권리장전에 대한 '선택적 인용'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데 참고 자료가 되었던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거론하고자 한다. 일부에서는 이 학생권리장전을 근거로 우리나라 학생인권조례의 폐지 주장을 하기도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학생인권조례에 다른 사람의 인권 존중에 대한 학생의 책무성 조항이 없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이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보다 더 자세하게 학생의 책무에 대해서 명시하고 있는 점은 참고할만하다. 우리나라 학생인권조례가 부족하다면, 보완하기 위해 이를 근거 자료로 사용한다면 훨씬 더 생산적인 논의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누구라도 환영할 일이고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뉴욕시학생권리장전과 같은 외국 사례를 인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자기 정치적 목적에 따른 '선택적 인용'이다. 학생인권조례를 만악의 근원인 듯 손가락질하면서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앞서 밝힌 바처럼,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이 학생의 권리뿐 아니라 책무에 대해서 우리나라 학생인권조례보다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우습게도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는 뉴욕시 학생인권조례에는 성별뿐 아니라 성 성체성, 성 정체성 표현, 그리고 성적 지향, 혼인 여부(gender, gender identity, gender expression, sexual originality, marital status)에 따른 차별받지 않을 권리 또한 명시하고 있다(뉴욕시 학생권리장전 제1조제3항).

이 권리에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서 화장실과 라커룸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되며,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서 이름과 대명사(he, she, ze 등)으로 불릴 권리도 포함된다. 정치적 신념에 따른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는 버튼이나 배지를 달 수 있는 권리까지 세세하게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면서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을 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의힘이나 보수단체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내용이 아닌가?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겠다는 정략적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에 대해 선택적 인용은 반교육이자 반지성이다. 정치인들이 그러면 안 된다.

지금 대통령과 정치권에서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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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교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애도의 메시지와 국화꽃을 놓고 있다. ⓒ 유성호

 
지금 대한민국 교육계는 아프다. 교사도 그 중의 일부로, 많이 아프다. 몸도 아프고, 맘도 아프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당장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인식에 동의하는 교사는 한 줌도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도에서 만든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에서 만든 아동청소년학대법, 학교폭력처벌법 등의 상위 법률들이 더 큰 원인이고, 이것부터 당장 개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훨씬 더 일반적이다.

물론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진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것은 학생인권조례와 진보교육감, 전교조로 대표되는 그들의 눈엣가시에 대한 마타도어가 아니다. 현재의 이 가슴 아픈 현실을 이용하여 교육계를 이념적 칼날로 갈라치기 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교사 대부분이 동의하는 기본 전제가 있다. 학생과 교사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공동체이다. 학습권으로 대표되는 학생의 인권과 수업권으로 대표되는 교사의 권리는 상충되는 배타적 권리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절대로 제로섬 게임의 병정이 아니란 말이다.

교사의 교권이 가잘 잘 보장되어야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이 가장 잘 보장받을 수 있다. 둘 중 하나가 없으면 나머지 하나도 없다. 어떻게 하면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여 학생의 학습권을 더 잘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 토론해야지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나머지 하나가 살 수 있다는 양자택일의 사생결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해야할 일은 학생과 교사를 싸움 붙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계를 철지난 이념적 잣대로 갈라치기할 것이 아니라 아픈 교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아파하고, 그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말을 들어야 한다. 거기에 답이 있다.

교사들은 공통으로 말한다. 교사의 교육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 그러기 위해 교권을 지켜달라고, 아동청소년법과 학교폭력법 등 제도를 정비해 달라고, 더 구체적으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인한 불이익에 대한 우려 없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한다.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방법이 무엇인지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교권침해 #학생인권조례 #교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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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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