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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위반 혐의 활동가-가족들 "추가구속영장 요구는 부당"

'창원 간첩단 사건' 관련 검찰 추가구속 요구... 재판부에 의견-탄원서 제출

등록 2023.07.26 10:08수정 2023.07.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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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진보-통일운동 활동가가 낸 의견서 일부. ⓒ 윤성효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통일·진보운동 활동가들에 대해 추가구속영장 발부를 요구한 가운데, 이들과 가족들이 법원에 의견·탄원서를 내 불구속 재판을 호소했다.

26일,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저지 및 국가보안법 폐기 경남대책위'는 일명 '창원 간첩단 사건' 관련해 구속된 활동가들이 각각 검사의 추가구속영장 발부 주장에 대한 의견서를, 가족들이 탄원서를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형사부에 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검찰은 지난해 11월 압수수색한 뒤 올해 3월 15일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창원 간첩단 사건 관련한 구속자 가운데 주소지가 1명은 서울이고 3명은 경남이다.

관련 규정에는 1심 판결 구속 기간이 6개월로, 이들은 오는 9월 14일까지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지금까지 네 차례 공판준비절차만 진행되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이들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주장한 것이다. 활동가들은 재판부에 낸 의견서를 통해 추가구속영장 발부 주장은 부당하다고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 인정 않는 검찰 야만적"

A씨는 "검사는 구속영장의 피의사실보다 추가되어 공소장에 기록된 일부 공소사실을 근거로 추가구속영장 발부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검사의 지나친 수사권한 남용이고 피고인의 기본권과 방어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속기소 후의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별개의 범죄사실이 아니라, 처음 기소할 당시의 공소장에 기록된 그것도 구속영장의 피의사실과 동일한 성격의 공소사실이 일부 추가된 것을 근거로 추가구속영장 발부를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비상식적으로 변칙적인 꼼수로 지엄한 사법체계를 우롱하는 농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고인을 석방하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검사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억지이고, 오로지 추가 구속영장을 위한 형식적인 명분용에 불과하다"며 "본인은 도주 의사도 이유도 능력도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A씨는 "검사의 추가구속영장 신청 의도는 피고인들을 지속적으로 고립되고 불리한 처지에 가두어 둠으로써 방어권을 무력화하여 재판을 자신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불공정하고 위법 부당한 목적에 있다"고 밝혔다.

두 아이를 둔 여성인 B씨는 같은 의견서에서 "저와 가족들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의 피해자이다"며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아이들에 대한 아동학대가 있었고 저를 불법적으로 감금하는 인권침해가 있었다. 아이들은 이후 상당 시간 심리상담을 받아야 했고 집의 문을 열고 나가기 두려워해 이사를 결정했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평일 오전 등교와 출신시간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아이가 등교를 위해 문을 열자 들이닥친 수사관들은 등에 국가정보원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검은 점퍼를 맞추어 입고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대대적인 간첩 몰이를 위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피의사실들을 공표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재판 시작도 전에 짓밟아 버리는 불법적 행위들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일삼고 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과 진술거부권의 행사도 인정하지 않는 수사기관의 공권력 행사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야만적 법률의 모습이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아이들은 한 달에 두 번 스마트 접견을 통해 만나고 있으며,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아이는 엄마의 구속 사실을 이해할 수 없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접견 때마다 아이는 자신이 미국에 오거나 엄마가 빨리 돌아오라고 눈물로 이야기한다. 큰ㅌ아이는 자신이 등교를 위해 문을 열었을 때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엄마가 구속된 사실에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아이들을 두고 제가 불구속 재판을 받는다 하여, 도주하거나 증거인멸 등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들을 하며 재판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며 "제 가정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상처를 돌보며 당당히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씨는 "6개월 안에 1심 재판을 끝내라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자유를 말살하는 인신구금이 큰 형벌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형사소송 절차에 맞게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9월 14알까지 1심 재판을 마치지 못한다면, 석방해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신 구속을 해야만 유죄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검찰의 낡은 인식과 검찰의견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검찰의 무도하고 반인권적 의견에 휘둘리지 말고 법절차에 맞게 상식적인 결정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도주 우려 없는데 꼭 구속재판 해야 하느냐"

가족들은 탄원서를 통해 재판부에 호소했다. A씨 배우자는 "양가에는 늙은 노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아직 이 사건을 모르고 있다"며 "그분들은 아들이 또 사위가 왜 못 오고 있는지 모르시고 계속 애타게 보고 싶어 하신다. 구금되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되시면 충격을 받고 쓰러지실까 모두 쉬쉬하며 마음을 졸이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혹여나 이번 사실을 알게 되시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까 너무나 두렵다"고 호소했다.

B씨의 배우자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를 찾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찢어지는 마음이다"며 "경남에서 아내를 보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매일 다녀오기가 힘들어 월·금요일에 서울로 간다. 경남에 친인척이 없다 보니 부득불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받는 일은 오롯이 제가 해야 되어 접견가는 일도 쉽지가 않다. 도주의 우려도 없고 증거 인멸할 것도 없는 저의 아내를 꼭 구속재판을 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C씨의 배우자는 "남편은 테러범도 아니고 살인범도 아니고 사기범도 아니다. 오로지 이 땅의 진보와 통일을 위해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그 와중에 건강이 악화되어 암 진단을 받았다"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이미 너무 많은 검찰의 피의 사실 공포로 간첩의 아내와 자식이 된 저희 가족들에게 더 이상 국가폭력이 가해지는 것을 막아달라"고 탄원했다.

경남대책위와 변호사들은 구속된 활동가들의 거주지가 경남이기에 창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관할 이관을 요구하고,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검찰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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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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