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1일 후쿠시마현 후타바에 있는 도쿄전력(TEPCO)의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서 언론을 대항으로 한 투어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오염수 저장 탱크가 줄지어 서 있다.
EPA=연합뉴스
당시 도쿄전력은 1호기의 수소폭발을 막고자 벤트(Vent)작업을 시도했다. 벤트는 원전 격납 용기 내 공기를 지상 배기통을 통해 강제로 배출하는 작업이다. <더 데이스>는 정부와 도쿄전력이 목을 맸던 그 벤트가 후쿠시마 참사 이전엔 다른 나라 원전에서 시도된 적 없었다고 말한다. 벤트에 사용된 공기가 유포되면 후쿠시마 주민들 다수가 방사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과 함께.
드라마 속 전문가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이라 경고한 바 있다. 이 모두 공기 유포만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방사능 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상황과 설명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정화 처리한 원전 냉각수가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 중이다. 이들이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밝힌 냉각수의 양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인 100만 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후쿠시마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일본 검찰이 기소한 도쿄전력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진실은 늘 있어요. 우리에게 보이든 안 보이든, 눈을 가리든 안 가리든. 진실은 우리의 필요나 욕구엔 관심이 없죠. 우리 정부나 이데올로기, 종교에 관해서도 진실은 늘 조용히 기다리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체르노빌의 선물이죠. 한때 진실의 대가를 두려워했던 곳(소련)에서 이제 난 그저 물어 볼 뿐입니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일까요?" - 체르노빌 원전 참사를 그린 HBO 드라마 <체르노빌> 마지막 대사
"원전 사고 피해 앞에서 인간은 하찮은 존재"임을 경고하는 데 월등히 성공한 드라마를 추천하자면 <더 데이스>보단 2019년작인 <체르노빌> 쪽이다. 이 5부작 미국 드라마는 과거 소련(소비에트 연방)의 대참사를 원인부터 과정, 결과까지 냉정하고 기계적으로 철저히 분석한다.
물론 <더 데이스> 속 총리가 지속적으로 두려워했던 체르노빌 사고 또한 소련 사회의 폐쇄적인 관료주의가 자처한 인재다. 시스템 부재와 안일한 대처, 원전을 탄생시킨 과학에 대한 부적절한 맹신이 부른 인재라는 원인을 후쿠시마 참사와 공유한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용인하는 중이다. <더 데이스>를 보는 일이 고통스러운 점은 그래서다. 후쿠시마 주민이나 어민들도 반대하는 오염수 방류를 우리가 왜 용인해야 하는가. 우리가 도쿄전력을 신뢰할 이유가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과연 후쿠시마가, 체르노빌이 가리키는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일본인들이 만든 드라마가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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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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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만든 '후쿠시마 참사' 드라마, 볼수록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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