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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돈 털어 교사 집회 지원한 교장 "참지 말자"

[인터뷰] 후배들에게 감동 준 경기 죽화초 박상철 교장 "아프면 아프다고 외쳐라"

등록 2023.08.02 15:59수정 2023.08.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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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서울 S초에 모여든 교사들. ⓒ 교육언론창 윤근혁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진 뒤 교사들이 슬픔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며 상경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분노는 교육당국과 정책입안자들에게 향하고 있지만, 학교 관리자인 교장·교감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참아서 꽃 같은 후배들이..."

이런 가운데 경기지역 한 교장이 "우리처럼 미련하게 참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세상에 외쳐라"며 자비로 상경 집회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도 안성군 일죽면에 위치한 죽화초등학교 박상철 교장. 32년 차 교사인 그는 지난 7월 18일 언론보도를 통해 S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알았다. 아픔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우리도 (민원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참아야 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배웠고, 실천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참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가 참았기 때문에 꽃 같고, 잘못 없는 후배들이..."

초등학교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 교사들은 '내 일'처럼 슬픔과 울분을 쏟아냈다.


지난 7월 21일 누군가 제안한 상경 집회 논의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참가 인원이 많지 않아 상경 비용 마련에 애를 먹고 있었다. 박 교장은 이들에게 전화해 "편히 다녀와라"라며 학폭 화해중재단으로 활동하며 모아둔 수당 150만 원을 전세버스 대절 비용으로 내놓았다.

"급하게 상경준비를 하느라 기차나 버스표를 구하지 못했어요. 다른 지역에 계신 선배 교장선생님이 도움을 주실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전남 특수교사)

"우리와 함께 하는 교장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힘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의지를 더욱 다질 수 있었습니다." (대전 초등교사)


7월 22일 박 교장은 버스를 타고 혼자 서울에 왔다. 택시를 타고 S초등학교로 가면서 내내 눈물만 흘렀다. 해당 교사가 학생을 가르쳤던 1층 구석진 교실은 마치 혼자 외로웠을 교사의 안타까운 처지와 같이 느껴졌다.

그는 종각 보신각에서 열린 1차 집회에 참여했다. 생각보다 많은 교사들이, 그리고 경력있는 교사들이 많이 참여한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경력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다 같이 슬퍼하고 분노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는 하나다 5만...10만까지 함께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학생인권조례가 원인 아냐, 학대방지법 너무 과해"

지난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집회 때는 안성에서도 참가를 희망하는 교사들이 모였다. 이번에는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1차 집회 때 남은 비용을 지원해줘 박 교장은 음료수나 간식 등 물품과 음식 지원으로 대신했다.

박 교장의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지역 동료 교장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오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릴 예정인 3차 집회 때에는 이들과 함께 비용을 부담키로 했다. 그는 젊은 교사들에게 당부했다.

"지금 후배들이 함께 행동하는 만큼, 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후배들이 사회에 당당하고 떳떳한 멋진 선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교장은 교육당국에 호소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약화의 원인이 아닙니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며 훈육하고 함께 가야하는 것입니다. 아동복지법, 아동학대 방지법 등이 너무 과하게 적용됐어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해서 교육자로서 사명감과 소신을 갖고 교육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도 실렸습니다.
#초등교사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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