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30일 별세하신 고 김재림 할머니책 표지 뒷면에 있는 문구를 읽으며 김재림 할머니를 떠올려본다 ⓒ사진출처=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강제동원 피해는 동원된 뒤 남은 그 가족에게도 크나큰 상처를 주었다. 일례로, 책에 나오는 신윤순 할머니는 한 번도 아버지의 얼굴이 본 적이 없고, 어릴 적 친구들의 놀림에 속상할 때도 많았단다. 신 할머니가 태중에 있을 때, 아버지는 사할린(화태)으로 징용을 갔기 때문에 그렇다.
추후 그는 사할린 탄광에서 보내진 편지를 들고 기나긴 여정 동안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사할린에 도착하자 개인이 와서 안 된다며 거부당했던 신 할머니는, "나라가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아들이었고 딸이었을 그분들
일본 정부는 당시 일할 사람을 찾다가 "일하면서 배울 수 있고, 월급도 많이 받게 해 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본문 115쪽 중)"라면서 13세 이상 여학생이나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을 조선에서 데려오기로 했다. 공장에 비행기 부품을 만들던 청년들이 전쟁터로 나가, 부품을 만들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던 조선 소녀들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거짓말에 속고 말았다. 시간은 흘러 나고야에 갔던 소녀들은 할머니가 되었다.
한편, 책에는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실천의 삶을 살고 있는 일본의 선생님도 소개되었다. 세계사 선생님인 다카하시 마코토 선생님은 살고 지역 공장인 미쓰비시 중공업에 조선인 소녀들이 강제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1999년 미쓰비시 중공업을 법정에 세웠다.
미쓰비시 측의 사과와 대법원판결을 기다리다가 건강 약화로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늘고 있다. 김재림 할머니 또한 그중 한 분이다.
책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김 할머니가 어릴 적 나고 자란 곳인 화순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서 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어쩌면 할머니의 강제동원 되었던 시기가 딱 지금 아이들 나이였으니 말이다.
할머니가 졸업한 학교를 사진으로 보면서, 다음엔 아이들과 함께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군가에게 아들이었고 딸이었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작게라도 실천하는 것이다.
김재림 할머니를 포함한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를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처럼 할머니의 마지막이 헛되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아픈 역사를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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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소식에 "마음 아파요"라는 아이,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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