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책 법제화를 촉구하는 건설노조원들이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원한 폭염법 촉구’ 얼음물 붓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우성
사실 내가 사는 공간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분은 장애가 있는 부부 말고도 할머니 두 분이 더 있다. 부부와는 다르게 한눈에 보기에도 고령의 할머니들이다. 각자 정해진 구역이 있어서인지 폐지는 식당가 골목 어디에도 오래 방치되는 경우가 없고 동네는 깔끔하다.
한낮을 피하는 것 같은 할머니들과 달리 부부는 요령 없이 일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이 흘리는 땀은 더 고단하고 짠하다. 부부의 성실한 노동의 결실은 산처럼 쌓인 파지로 돌아오겠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작다고 하기도 민망한 수입일 것이다. 부부는 사실 온몸으로, 표정을 알 수 없는 굳은 표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단호히 거부하는 듯 보인다.
그런 이유로 섣부른 편견을 경계한다. 누가 뭐래도 그들은 성실하고 근면한 노동자다. 언젠가 보았던 기사에서처럼, 환경을 위한 '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눈부신 활약'(https://omn.kr/1ym36)으로도 생각한다.
관련 기사의 내용은 러블리페이퍼(Lovere paper)라는 폐지 재활용 업체의 미담이었고, 업체에서는 근처의 고물상보다 3배 높은 1kg당 300원에 어르신이 수거한 폐지를 매입하고 미술용 '캔버스'를 만들어 판매한다고 했다. 인상적인 기사여서 눈길이 갔고 그런 업체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었다.
폐지수거인 설문조사(한겨레 S 특집, 2023-01-28, 갈 곳 잃은 폐지수거 노인의 하루)에 따르면 그들의 일평균 노동시간은 평균 7.8시간이고 하루 평균 105kg(약 6,300원)을 수거한다. 일할 수 있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소일이나 운동으로 생각하고 폐지를 수거하는 분들도 있다지만, 대부분 생계를 기대고 있고 대부분 고령의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노동시간이나 돈의 문제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생계를 위해 매일 나서야 하는 그들에게 요즘의 폭염은 재앙이다. 생계형 환경 노동자로서 그들에게 최소한의 국가적 돌봄이 필요한 순간이다. 적어도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언제든 쉴 수 있는 접근성 좋은 무더위 쉼터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재난에 필요한 국가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