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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동안 11번 선거에서 승리... 우리는 왜 이런 정치가 없을까?

[북유럽여행기⑥] 자기 분수에 맞게 사는 법, 타이타닉 보며 다시 생각합니다

등록 2023.08.06 14:54수정 2023.08.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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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 모습. 스톡홀름은 말할렌 호수와 발트해 그리고 14개의 섬이 어우러진 '북유럽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 오문수


스웨덴은 북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역사적으로도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패자로 군림하는 등 전통적으로 북유럽을 주도하는 국가다. 한반도의 2배인 42만㎢의 국토에 인구 약 1천만 명이 산다. GDP가 6만 4000불로 덴마크와 비슷하고 노동집약적인 중공업이 발달했다.

대표적인 산업으로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가구 및 생활용품 브랜드 '이케아', 중장비 브랜드 '스카니아', 튼튼한 승용차로 명성 높은 '볼보' 등이 있다. 알프레드 노벨이 스웨덴 출신이며 미국 영국 다음가는 음악 수출국이다. 1970년대 스웨덴을 넘어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은 혼성 그룹 '아바(ABBA)'의 '맘마미아'는 지금도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불세출의 명곡이다.


대표적인 복지국가 스웨덴

스웨덴은 바이킹 시대인 9세기경부터 비잔틴, 아랍과 교역을 통해 해상무역의 강자로 유럽무대에 등장했다. 1397년 '칼마르 동맹'이 맺어지면서 잠시 덴마크의 연합 왕국으로 지배받았으나 120년 후 핀란드와 노르웨이를 포함한 독립 왕국으로 재독립하면서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절대왕정 시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1800년대 초 러시아의 공격으로 핀란드와 올란드 제도를 러시아에 넘겨야 했다. 1905년에는 노르웨이도 독립을 선언하면서 현재의 영토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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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사 벽에는 독특한 그림이 조각되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그림이다. ⓒ 오문수

 
1914년에 덴마크 및 노르웨이와 말뫼 협정을, 대공황 이후 사회민주당 및 노사 대표와 함께 '잘트웨바덴 협약'을 맺으면서 현대 스웨덴의 기본 체계인 복지국가 확대, 부의 재분배, 전쟁 불개입 등의 기본 골격이 확립되었다. 제2차 대전 이후에는 국민 노후 연금제도, 아동 양육보조금 확대 등의 복지 정책이 확대되면서 경제는 매년 6% 이상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매년 12월에 노벨상 시상식 및 축하 만찬이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사

스웨덴의 수도는 스톡홀름으로 '통나무'를 뜻하는 'Stockar'와 '섬'을 뜻하는 'Holmar'의 합성어로 1255년 무렵 구시가지에 통나무로 성을 쌓아 도시의 기초를 마련한 것에서 유래됐다. 스톡홀름은 말할렌 호수와 발트해, 그리고 14개의 섬이 어우러진 '북유럽의 베네치아'로 불리며 800년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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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 건물로 손꼽히는 스톡홀름 시청사 내부 모습. 1800만개 이상의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된 골든홀 모습이다. ⓒ 오문수

 
스톡홀름 시청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 건물로 손꼽힌다. 1923년 라구나르 오스토베리에 의해 세워진 스톡홀름 시청사에서는 매년 12월에 노벨상 시상식 및 축하 만찬이 열린다. 시청 안에서는 이탈리아 광장을 연상케 하는 블루홀, 1800만 개 이상의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된 골든홀, 스톡홀름 시 행정의 중심인 시의회 회의장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인 스톡홀름 구시가지 '감라스탄'

도시가 만들어진 13세기부터 현재까지 '감라스탄'은 스톡홀름의 역사를 말해주는 전통적인 구시가지다. 작은 섬 안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집들과 좁은 골목길이 운치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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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왕궁 군악대가 연주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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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앞 광장에서 군악대 연주를 구경하는 스웨덴 연극인의 모습이 이채롭다. ⓒ 오문수

 
감라스탄에 있는 스웨덴 왕궁은 왕실을 대표하는 대규모의 궁전으로 1981년에 트로트닝홀름 궁전으로 국왕이 옮겨가기 전까지 왕실의 공식 거주지였으며 외국 국빈을 맞이하는 영빈관 겸 왕의 공식업무 장소다.

안전불감증에 걸려 침몰한 바사호와 타이타닉

스톡홀름에 가면 '바사호'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바사호는 스웨덴의 국력이 절정기에 달했던 1625년 만들어진 직후 첫 항해에서 돌풍에 휘말려 바닷속으로 수장된 군함이다. 당시 국왕이었던 구스타프 아돌프 2세의 명에 의해 독일과의 30년 종교전쟁에 출전하기 위해 2년간의 작업을 통해 건조되었다. 1628년 스톡홀름 항구를 출발한 후 돌풍에 휘말려 바닷속에 수장되었다가 1961년 인양되어 보존 처리를 거쳐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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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8년 스톡홀름 항구를 출발한 바사호는 수백미터도 항해하지 못하고 돌풍에 휘말려 바닷속에 수장되고 말았다. 1961년에 인양되어 바사호 전시관에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바사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17세기 선박으로 수백개의 화려한 조각이 장식되어 있으며 원형의 98%가 보존되어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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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호' 전시관에는 바사호에 장식했던 화려한 장식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선박건조술도 뛰어나지 않았던 당시 수많은 대포와 화려한 장식품 수백개를 싣고 출항했으니 결과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 오문수

   
바사호가 침몰한 이유는 지나친 욕심이었다. 당시 스페인의 군함 건조실력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많은 대포를 실으려는 욕심이 안전불감증을 불러와 바닷속에 가라앉았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첫 항해에서 침몰한 이유는 안전에 신경쓰지 않고 빨리 도착하려는 지나친 욕심 때문이었다. 결국 근처의 빙산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해 초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배도 인생도 지나치면 사고가 난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적 현상과 가장 관련이 높은 관습법에는 '얀테의 법칙(Jantelov)'이 있다. 영어로 'Law of Jante'라고 불리는 이 법은 덴마크와 스웨덴을 비롯한 북부 노르딕 국가에 널리 통용되는 사회적 도덕이나 행동 규칙으로 북유럽 사회의 십계명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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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왕궁 앞에 전시된 스웨덴 왕실 식구들 사진. 칼 구스타프 16세는 왕위계승권이 박탈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의회 반대를 무릅쓰고 통역사와 결혼했고 왕위계승 1순위인 빅토리아 왕세녀도 자신의 헬스트레이너와 결혼했다. 서민들과 함께하려는 스웨덴 왕가의 모습이 오늘의 스웨덴을 말해준다. ⓒ 오문수

 
한마디로 스스로 남보다 특별하다거나 더 낫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주의나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고 타인과의 조화와 공존을 더 중시하는 도덕관이다. 북유럽국들이 평등과 공동선을 지향하는 복지국가가 된 문화적 배경이다.

왜 우리는 이런 정치가가 없을까?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는 1946년부터 1969년까지 23년간 스웨덴 총리가 되어서 나라를 다스렸다. 그가 장기 집권을 했는데도 아무도 독재했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23년 동안 11번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결국 23년 후에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은퇴했다. 그는 정쟁의 대상이 되는 노조 대표나 기업가들과 매주 목요일마다 만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국민을 통합시켰다. 그의 집권기간 동안 이룩한 개혁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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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총리"라며 스웨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았던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 23년간의 총리직을 수행한 그는 국민들이 말렸지만 스스로 퇴임했다. 퇴임할 때 기거할 집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국민들이 별장을 지어줬다. ⓒ 오문수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모든 국민이 다 함께 가장 잘사는 나라.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 전 국민 무상의료보험.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배움. 초등학교에서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무상교육. 주택수당법. 육아, 의료, 교육, 주거 등 모든 분야 개혁"
 

그는 이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두가 수긍할 때까지 끝장토론을 했다. 국민 전체를 상대로 수십년간 설득했던 총리. 대한민국에서 타게 에를란데르 같은 정치가를 바라는 건 꿈일까?

마지막 선거가 1968년이었는데, 그가 이끌었던 사회민주당의 역사상 가장 큰 승리였지만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면서 사임을 했다. 1969년 에를란데르가 사임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그가 은퇴 후에 머물 집도 없는 상태였다.

이를 알게 된 스웨덴 국민들이 별장을 지어줬다. 부창부수일까? 에를란데르 부인은 남편이 사망하자 평소 남편이 사용하던 볼펜을 '국가의 재산'이라며 반납했다. 사심 없이 진심으로 국민을 사랑했던 총리였음을 느낄 수 있는 얘기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스웨덴 #타게 에를란데르 #타이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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