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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이상한 녹조 독소 검증

[주장] 민간 단체 공동 조사 요구는 외면... 신뢰 기반 스스로 무너트린 환경부

등록 2023.08.08 11:35수정 2023.08.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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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가 수돗물과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과 확산 여부에 대한 공개 검증을 (사)한국물환경학회에 제안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서 환경부는 "환경부는 공개 검증 추진에 관여하지 않고 행정적 지원만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증은) 과학의 영역인 만큼 전문가들이 수행해야 한다"라며 "시민단체와 협의를 계속했으나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언급한 시민단체가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이다. 필자는 이 과정에 직접 참여했기에 누구보다 지난 과정을 잘 알고 있다. 환경단체는 2021년 8월 낙동강에서 고농도 마이크로시스틴 등 녹조 독소를 검출할 때부터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환경단체가 참여한 녹조 독소 공동 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2022년, 2023년 농산물과 수돗물 그리고 공기 중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을 때도 거듭 공동 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이유가 있었다. 환경단체는 그동안 환경부가 녹조 독소의 유해성과 위해성을 저평가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고 보고 있다.

실제 녹조는 주로 강가 표층에 몰리지만, 기존 환경부 방식은 강 중간 지점에서 상, 중, 하 수심별 혼합해서 녹조를 측정했다. 취수시설과 물놀이 시설은 강가에 몰려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측정 방식이었다. 또 취수장 인근이 아닌 녹조가 별로 없는 수km 상류에서 측정해 왔던 문제도 있었다. 

녹조 독소 저평가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비인간,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는 녹조 독소 문제 해소를 위한 공동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위험 평가, 위험 관리, 위험 소통을 체계적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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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진 2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넓게 퍼져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환경부는 녹조 독소 검출 기술만 검증하자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환경단체 제안을 거부했다. 녹조 독소 검출 기술이란 환경부가 사용한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과 환경단체의 효소면역측정법(ELISA) 중 어느 방식이 맞는지 확인하자는 의미다. 미국 등에선 두 방법 모두 취수장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각각의 방식은 상호보완적이지 배타적이지 않지만, 환경부는 환경단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기술 검증을 강조하고 있다. 

민간 단체는 올해 초 수정안을 제시했다. 2023년 내 녹조 독소 공동 조사 실시를 위해 환경부의 공개 검증을 수용한 공동 조사 방안으로 수정했다. 환경단체 입장에서 환경부의 불순한 의도가 명약관화했지만, 녹조 독소 문제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절박했다. 녹조 독소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견을 좁혀 실질적으로 공동 조사를 추진하기 위해서 통 크게 양보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마저도 거부하면서 오로지 녹조 독소 검출 기술 검증만 고집했다. 올해 들어 환경부는 민간 단체와 기본 일정 협의조차 기피하며 독단적으로 공동 검증위원회를 추진했다. 급기야 환경부 스스로 공동 검증위원회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환경단체는 이러한 환경부 행태를 국민 건강과 안전이 아닌 자신들의 책임 회피용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가 물환경학회에 녹조 독소 공개 검증을 제안한 것은 국정감사를 앞둔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라는 판단이다. 물환경학회가 아직 공개 검증 수락 여부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환경부가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 자체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녹조 문제에 있어 환경부가 과학을 강조하는 것은 난센스다. 4대강사업 직후인 2012년부터 대규모로 녹조가 창궐했는데, 그동안 환경부는 무엇을 했는가? 민간 단체의 문제 제기까지 환경부는 낙동강에서 대규모 녹조가 창궐했어도 녹조 독소는 높지 않았다는 식의 주장만 고집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환경부는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라는 왜곡된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고농도 독소를 내뿜는 녹조가 매년 창궐하는데도 수질이 개선됐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반지성주의 행태다. 

천연 수질 정화 필터 역할을 하는 모래와 자갈이 사라진 강바닥에 오염 하천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색깔따구 애벌레가 우점(생물 군집에서 군 전체의 성격을 결정하고 그 군을 대표하는 것)한 상태에서 단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 몇몇 화학적 지표로 수질이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수질 관리의 통합적 시각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과학이 권력에 의해 얼마나 왜곡됐는가를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녹조 독소 문제에 있어 환경부는 스스로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 신뢰를 상실한 환경 정책은 갈등과 함께 국민 저항만 키울 뿐이다. 환경부의 책임 회피는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다. 정부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기에 환경단체는 과학과 현장에 기반한 상식적 관점에서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나갈 예정이다.

환경부는 책임 회피용 꼼수를 중단하고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민간 단체와 녹조 독소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조사위원회를 논의해야 한다. 그게 환경부의 기본이자 우리 국민을 위한 방안이다.
#녹조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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