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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 불응 vs. 갑질 언행… 공무원 갈등 부른 '잼버리 비상 플랜'

천안시공무원노조 "공개 사과" 요구에 충남도청 공무원 "누구 잘못인지 따져야"

등록 2023.08.10 09:52수정 2023.08.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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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충남 천안 백석대 기숙사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입소하고 있다. 이날 백석대에는 스웨덴, 마다가스카르, 벨기에, 니카라과, 세네갈, 카메룬 등에서 온 1600명이 입소했다. ⓒ 백석대 제공

  
충남도 공무원과 천안시공무원노조가 천안을 찾은 스카우트 대원들에 대한 지원업무에 나섰다가 갈등을 겪고 있다. 천안시 공무원들은 도청 공무원이 갑질 언행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반면, 해당 충남도청 공무원은 어이가 없다며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밝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8일 충남지역에는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 5천여 명이 17곳을 임시숙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조직위원회 요청을 받은 충남도는 이날 오후 1시 긴급회의를 개최한 후 수십 명의 도청 직원을 숙소지 현장으로 긴급 파견했다.

룩셈부르크 소속 스카우트 대원 280명이 천안 에스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하자 우선 충남도청 A 팀장과 주무관 2명, 통역을 맡은 국민권익위 사무관이 해당 장소로 달려왔다.

이날 오후 7시 천안시에서도 일반직 공무원 2명과 간호직 1명 등 3명의 비상 근무자를 연수원으로 긴급 투입했다. 충남도청과 천안시청 공무원들은 함께 스카우트 대원들의 인원을 체크했다. (관련 기사: "잼버리 비상" 대통령 지시 이후 천안시가 만든 문건 https://omn.kr/254x2)

"보령까지 인솔 안 했다는 이유로 갑질, 조롱"
 

문제는 다음 상황에서 발생했다.

천안시에서 파견된 비상근무 요원들에 따르면 충남도 A 팀장이 천안시 소속 직원들에게 '대원들이 내일(9일) 오전 보령 머드축제 참여를 위해 보령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인솔할 수 있냐'고 문의했다. 문의를 받은 천안시 비상근무 요원들은 당일 책임자인 천안시 자치민원과 B 팀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B 팀장은 '숙소 관리를 위해 투입돼 보령까지 관외 출장을 가는 것은 안 된다'고 답했다.

천안시 비상근무 요원들이 천안시 B 팀장의 답변내용을 전하며 '안 된다'고 하자, 충남도 A 팀장은 '그럼 여기 왜 와 있느냐, 뭐 하려고 왔느냐, 우리 감시하러 왔느냐'고 비아냥댔다고 말한다.


또 천안시 비상근무요원들이 듣는 자리에서 충남도청 직원에게 전화해 '시 관리를 어떤 식으로 하는 거냐, (어떻게 하길래) 업무명령 제대로 (이행) 안 하냐?'고 갑질 언행을 했다는 주장이다.

천안시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충남도 A 팀장의 언행은 9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경 A 팀장은 낮 비상근무를 위해 도착한 천안시공무원에게 '왜 왔냐, 할 거 없으니 가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권익위 사무관(통역사)에게 '행안부에 보고해 천안시 B 팀장 징계 좀 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A 팀장은 또 천안시 공무원들이 대원들이 탄 버스에 올라 인원을 체크하자 '우리가 인원 체크하고 있는데 당신들이 인원 체크를 왜 하냐', '우리가 할 거니까 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시공무원노조는 "A 팀장이 천안시 비상근무요원들이 대원들을 보령까지 인솔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시청 소속 직원들을 큰소리로 비아냥거리며 모욕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충남도청 자치행정과에 A 팀장의 근무지 교체와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A 팀장 "'왜 왔냐'고 푸념한 것"

충남도청 A 팀장은 반발했다. 

A 팀장은 8일 상황에 대해 "연수원 현장에 도착해 보니 잼버리대회 조직위에서는 아무도 나와 있는 사람이 없었다"며 "예정에 없이 도청 팀장으로 현장 상황을 총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천안시청 비상근무자에게 비상 상황임을 전하며 '연수원에서 묵은 룩셈부르크 대원 전원이 내일(9일) 차량 7대를 이용해 보령 머드축제장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국민권익위에서 온 사무관까지 3명이 전부다, 인솔자가 부족하니 함께 가 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하지만 천안시까지만 출장 명령을 받아 관외 지역으로는 '못 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팀장은 "현장에 있던 국민권익위 직원이 천안시 B 팀장에게 직접 전화해 '버스 7대 인원을 자신을 포함 3명이 인솔하는 건 불가능하다. 재난 상황이라 출장지 변경이 가능하니 협조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는데, B 팀장이 노조와의 관계 등을 이유로 '안 된다'고 해 현장에 있는 천안시청 직원들에게 (현장 인솔을 하지 않고 여기에만 있을 거면) 왜 왔냐고 푸념한 것"이라고 말했다.

A 팀장은 9일 오전의 일에 대해서도 "천안시청에서 교대 비상근무를 하러 왔기에 다시 보령 머드축제장으로 현장 인솔을 요청했지만 역시 '못 간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모든 대원이 보령으로 갈 거라 현장 인솔을 안 할 거면 여기서는 할 일이 없다는 취지로 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 총괄자로서 현장 인솔자가 필요해 요청했는데 안 된다, 못 간다고만 해 국민권익위 사무관(통역업무)에게 '있는 그대로 행안부에 보고해 이게 상 받을 일이면 상을 주고 (소극 행정으로) 책임이 있다면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A 팀장은 "이날 오후 6시 30분까지 자신을 포함한 3명의 인원이 280명을 인솔했고, 결국 귀가 도중 차 한 대가 고장으로 멈춰 섰는데도 차량 내에 인솔자가 없어 발을 굴러야 했다"며 "만약 안전사고라도 났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비상 상황에서 현장 총괄자의 업무협조 요구를 천안시 공무원들이 거부한 소극 행정이 사안의 본질"이라며 "긴급상황에서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현장 인솔을 요구한 게 잘못인지, 거듭된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한 천안시 공무원들의 잘못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잼버리 대회 파행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해 생긴 갈등"

A 팀장은 비상 상황에서 천안시 공무원들이 현장 총괄자의 현장 지시 불응 또는 소극 행정으로 판단했지만, 천안시 공무원들은 현장 숙소에 파견된 직원들에게 비상 상황을 내세운 관외 출장 거부를 지시 불응으로 본 것 자체가 A 팀장의 독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잼버리 비상대책반 가동을 통한 컨틴전시 플랜 시행 지시로 조직위가 갑작스럽게 후속 대응조치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면서 생긴 갈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논산시 소속 공무원은 "충남에 체류하는 50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 중 천안 지역에만 3400여 명이 몰렸다"며 "그런데도 9일 일정을 보령 머드축제장으로 정한 것 자체가 무리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원들에 대한 인솔계획도 없이 보령머드축제장 참여 프로그램을 급조해 만든 뒤 천안시청 공무원에게 보령 머드축제장 현장 인솔책임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정부가 잼버리 대회 파행에 따른 책임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해 생긴 갈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남에는 17곳에 5000여 명의 대원들이 체류 중인데 이중 천안에만 3400여 명의 대원이 9곳 시설에 묵고 있다. 천안시는 총괄대응반을 구성하고 지난 8일 저녁부터 3인 1조(일반직 2명, 간호직 1명)로 편성돼 9개 숙소 시설에서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잼버리 #스카우트대원 #충남도 #천안시 #보령머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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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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