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어만년필로 써본 그림일기
정무훈
이렇게 하루 만에 파카 만년필이 세 자루가 생겼다. 만년필의 역사를 찾아보니 파카 51 모델이 인기가 많아 보급형으로 만든 만년필 모델이 파카 45와 파카 21 만년필이었다.
내가 중고마켓에서 구한 것은 파카 45와 파카 21이다. 아무튼 파카면 충분하다. 더구나 덤으로 받은 만년필은 파카 벡터 만년필이었다. 당장 잉크가 없어서 급한 마음에 다시 중고마켓을 찾아서 잉크를 구입했다. 잉크를 판매한 중년의 아저씨는 나에게 만년필 수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만년필은 어린시절 향수와 감성을 자극하는 물건이죠. 만년필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기 어려워요. 그리고 펜마다 고유의 필기감과 디자인의 매력이 있으니, 더 비싸고 좋은 만년필을 수집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본인에게 맞는 만년필을 찾아서 꾸준히 쓰는 것이 가장 좋아요. 만년필이 많아도 실제로 즐겨 쓰는 만년필은 두 세 자루면 충분해요."
아저씨의 이야기 속에 만년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만년필을 써 볼 차례이다. 책상 위에 신문을 깔고 중고로 구입한 만년필과 잉크를 올려놓고 컨버터를 누르며 잉크를 충전했다.
그런데 파카 45를 써 보니 이상하다. 아무리 잉크를 채워도 글씨가 써지지 않는다. 휴대폰에 돋보기 앱을 깔고 펜 끝을 살펴보니, 팁(펜 끝 동그란 부분) 반쪽이 깨져 있었다. 매끈한 외관과는 다르게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 펜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내가 만난 첫 번째 파카 펜은 장식용이 되었다.
실망한 마음을 추스르고 제발 잘 써지기를 바라면서 다음 펜인 파카 21에 잉크를 채웠다. 파카 21은 다행히 글씨가 써진다. 그런데 글씨를 쓸수록 점점 흐려진다. 분명히 잉크를 가득 채웠는데 글씨가 흐려지다 결국 안 써진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펜 끝을 살펴보니 팁이 많이 달아서 종이에 긁히는 상태였다. 아! 파카 21도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