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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캄보디아 새 총리 임명 앞두고 끈끈한 관계 과시

훈센 총리 장남 훈 마넷의 권력 승계 임박, 캄보디아 찾은 왕이 외교부장... "믿을만한 친구" 강조

등록 2023.08.14 20:39수정 2023.08.1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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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3일 훈 마넷 차기 캄보디아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3일 훈 마넷 차기 캄보디아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국 외교부 위챗 공식계정
 
중국이 다시 한 번 캄보디아와의 끈끈한 관계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했다. 그동안 미국의 방미 요청을 받고도 묵묵부답이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주말인 12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차기 총리로 임명될 예정인 훈센 총리의 장남 훈 마넷을 만나기 위해 캄보디아로 달려갔다.

13일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이날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차기 총리(훈 마넷)와 협력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왕이 부장은 1박 2일 짧은 캄보디아 방문 일정 동안 훈센 총리는 물론이고, 이 달 22일 새 총리로 임명될 훈 마넷 군부사령관(육군대장, 현 국회위원)을 만났다. 그 외에도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을 접견하고, 외교 실세인 하오 남홍 부총리(외교)과 속 첸다 외무장관 내정자, 프락 소쿤 외무장관 등 최고위층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등 양국간 굳건한 관계와 신뢰 강화를 위한 외교 행보를 거침없이 이어갔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훈 마넷이 차기 총리로 국왕의 지명을 받은 이래, 캄보디아를 공식 방문한 첫 번째 외국 정치인이다.

훈 마넷 차기 총리 내정자는 이날 "캄보디아 새 정부는 국정 방침에 따라 대내외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일관성있게 확고히 발전시키며, 양국의 전통적 우정 역시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중국과의 고위급 왕래를 강화하고 농업·제조업·경제무역·관광·인문 분야 등 협력을 추진해 더 많은 성과를 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중국과 캄보디아는 근심과 어려움을 함께 해 온 친구이자, 믿을 만한 친구"라며 "두 나라 역대 지도자들이 키워 온 양국의 전통적 우정은 국제적인 변화 흐름 속에서도 유지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중국은 캄보디아 새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항상 초심을 유지하며, 우호 관계를 지속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이 부장은 이번 캄보디아 방문을 끝으로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3개국 순방 일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캄보디아와 중국과의 관계

캄보디아는 친중국 성향 국가로 분류된다. 중국은 그동안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한 나라들 가운데서도 캄보디아를 품 안에 안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특히, 일대일로정책을 표방해온 시진핑 정부 체제하에선 미국이 질투를 느낄 만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공항, 항구, 발전소, 고속도로, 정유공장 등 모두 65개의 주요 국가 인프라 사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수도 프놈펜에는 양국 우호를 상징하는 거대 다리가 건설되었으며, 도심 곳곳에는 중국어로 된 간판이 붙어 있다. 그리고 사업 중 상당수는 캄보디아 서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시하누크빌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도로교량공사가 20억 달러(한화 약 2조6400억 원)를 들여 건설한 수도 프놈펜과 시하누크빌을 연결하는 총 187km 길이 캄보디아 최초의 고속도로가 개통되기도 했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경제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캄보디아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등으로 아세안국가들과 갈등을 빚거나, 부딪칠 때 마다 중국 편을 들어주거나, 다른 아세안 국가 입장에선 못 마땅할 수도 있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 외에도 중국은 캄보디아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왔다. 무상원조로 지난해 캄보디아 시하누크빌 인근 해군기지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진행한 결과, 군함 개조와 군함 수리를 위한 토크는 물론, 대형 군함이 입항할 수 있는 부두 건설과 군 병원까지 완성됐다.

원래 이 해군기지는 미군이 지어준 군사기지였던 만큼 미국 입장에선 이런 중국의 개입이 불쾌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중국은 이 해군기지 주변 인프라(기초시설) 건설에 투자한 건 맞지만, 군사 기지 제공 같은 부대조건은 절대 없다며 강력 부인했다. 캄보디아도 중국과는 하등의 관계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열린 레암 해군기지 증축 공사 기공식에는 왕원톈(王文天) 캄보디아 주재 중국대사가 떼어 반 캄보디아 국방장관과 함께 참석, 우의를 과시하는 가 하면, 올 3월에는 양국 해군이 캄보디아 영해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하는 등 양국간 경제협력과 자본 투자는 물론이고, 군사협력 관계마저 더욱 더 공고해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확고한 양국간 우호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중국은 이번 캄보디아 총선에도 관여하며 서방세계에 몰린 훈센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중국은 지난 7월 23일 치러진 제7대 캄보디아 총선에 다수의 선거참관인단을 파견하였으며, 이후 캄보디아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세계는 이번 총선을 '가짜 선거'라고 규정하며, 일찌감치 선거 참관인단 파견마저 거부함으로서, 지금까지도 캄보디아와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중이다.

자식들의 권력 대물림으로 이어진 훈 마넷 내각의 출범
 
 캄보디아 군부사령관 겸 육군대장인 훈 마넷 차기 총리 내정자가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달  22일 국회 신임투표를 거쳐 차기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캄보디아 군부사령관 겸 육군대장인 훈 마넷 차기 총리 내정자가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달 22일 국회 신임투표를 거쳐 차기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훈 마넷 공식 페이스북
 
앞서 지난 7일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은 앞서 훈센 총리의 장남 훈 마넷을 차기 총리로 지명한 바 있다. 오는 22일 의회 신임 투표를 거친 뒤 왕실 법령에 따라 훈 마넷이 차기 총리로 공식 임명할 예정이다. 집권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이번 총선에서 125석 가운데 120석을 차지한 만큼, 여당이 완전히 장악한 의회로부터 신임을 묻은 투표 절차는 사실상 형식적인 요식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이미 새 지도자 훈 마넷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내각 출범이 눈앞에 와 있고, 상당수 장관 등 고위직은 그 자식들이 대를 잇는 승계 작업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지난 주 1차 발표된 제7대 차기 정부 내각에 포함될 장관급 내정 인사 30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현 권력층의 자제들로 채워졌다. 사실 새 정부에서 최고 권력자들이 자신의 피붙이나 최측근들에게 요직을 대물림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총선 전부터 예견된터라 이번 새 내각 발표를 두고 놀라워하는 현지 시민들은 거의 없는 상태다.

정부 핵심요직인 국방부장관과 내무부장관 자리는 소문대로 그들 아들들이 승계하였다. 2018년 지병으로 사망한 속 안 부총리 겸 관방부 장관의 아들은 관광부 장관에 임명되었다. 속안 전 부총리와 훈센 총리는 사돈 지간이기도 하다. 그 외에 훈센총리의 막내아들이자 한때 대권에 야망을 품었던 훈 마니 청년연합회장은 총무부장관으로 내정됐다.

또 훈센총리의 조카사위인 넷 사보은 캄보디아국립경찰청장은 부총리로 승진했으며, 건설부 장관은 사이춤 상원의장의 아들이, 캄보디아중앙은행(NBC) 총재는 찌어 짠토 총재의 딸 찌어 스레이가 자리를 물려받기로 했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장관급 인사가 모두 마무리된 뒤, 곧바로 발표될 차관급 인사와 주지사 등 정부 주요 공직은 수순대로 현 권력층의 젊은 2세들이거나 그들의 최측근인사들로 다수 채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38년 장기 집권한 훈센 총리 만큼은 퇴임하더라도 권력과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훈센 총리는 당 대표와 국회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국왕최고자문위원회 의장을 맡기로 했다. 대신 최근 훈센 총리는 80세 이상 현 상원 위원들은 모두 물러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 빈 자리에는 장관 등 현직에서 물러난 자신의 최측근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선 1977년생 45세의 훈 마넷이 미국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기에 서방세계의 민주주의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이를 수용하고,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비난받아온 인권탄압 문제에도 진일보한 입장과 관련 정책을 펼칠 것으로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공식 행사 도중 순 짠톨 공공사업교통부장관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모습. 38년간 장기 집권한 그는 장남 훈 마넷에게 총리 자리를 승계한 후에도 당대표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국왕최고자문위원회 의장도 고수, 현실 정치에 참여하며 섭정을 펼칠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공식 행사 도중 순 짠톨 공공사업교통부장관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모습. 38년간 장기 집권한 그는 장남 훈 마넷에게 총리 자리를 승계한 후에도 당대표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국왕최고자문위원회 의장도 고수, 현실 정치에 참여하며 섭정을 펼칠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박정연
 
하지만 현지 사정과 현실 정치에 정통한 정치분석가들의 생각은 이와 사뭇 다르다. 대부분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평가한다.

중국과의 관계는 아버지 훈센 총리는 물론 현 권력층이 여전히 권력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은 한 그동안 표방해온 친중국 외교 노선과 정책기조를 쉽사리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게 분석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또 당장 캄보디아국가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자본투자가 가진 파급효과와 그 영향력 역시 감히 무시할 수가 없다. 국가경제에 대한 책임이 있는 훈 마넷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자유진영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훈 마넷의 노력은 정치초년생 딱지를 때는 5년후 치러질 차기 선거 또는 자신의 권력이 강화되는 어느 시점까지는 여전히 형식적인 수준과 관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현지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름 설득력을 얻는다. 왕이 부장의 이번 캄보디아 방문은 캄보디아 현 권력층 입장에서, 적어도 현 시점에선 가장 반갑고 귀한 손님의 깜짝 방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6년 프놈펜한인교회 행사에 참석한 훈 마넷 총리 내정자가 부인 삑 짠모니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프놈펜한인교회 행사에 참석한 훈 마넷 총리 내정자가 부인 삑 짠모니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정연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 내정자 #훈센 총리 #중국 왕이 외교부장 #상왕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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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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