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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쌍방울 김성태 통한 회유·압박에 검찰서 허위 자백"

이 전 부지사가 7월 12일 변호인 접견에서 털어놔... 법원에 의견서 제출... 검찰은 침묵

등록 2023.08.18 17:19수정 2023.08.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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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법무법인 덕수 소속 변호인단(김형태 대표변호사 외 1인)이 지난 8일 법원에 제출한 증거의견서에서 이 전 부지사가 검찰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회유·압박으로 인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증거의견서에 담긴 내용은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정화씨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자필 입장문과 맥이 닿아 있는데, 그보다 더 구체적이다.

덕수 변호인단은 이 의견서와 함께 사임서를 제출한 상태다.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 16일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김형태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18일 현재까지 회유·압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소돼 10개월간 구속 상태에서 진행중인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 부장판사 신진우)은 최근 연속 두번(7월 25일 41차, 8월 8일 42차) 파행됐다. 표면적으로는 변호인 부재로 인한 재판 파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최근 검찰이 추가로 제출한 이 전 부지사 신문조서의 증거 채택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관련기사: 검찰 "미션 받았냐" - 김형태 변호사 "당신!"... 파행 https://omn.kr/25484).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해오던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월 입장을 바꿔 검찰에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한다. 내용은 크게 세가지. ▲ 부지사 시절인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김성태 회장에게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 이를 이 지사에게 보고하면서 '돈이 좀 들어간답니다'라고 말했더니 이 지사가 '알아서 하세요'라고 답했고(사전 보고) ▲ 그해 12월 부지사에서 퇴임하면서 이 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주었다는 보고를 했다(사후 보고)는 것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재명 대표는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쌍방울이 이 대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북한에 돈을 줬다는 것이 큰 뼈대다. 검찰은 이 내용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지난 8일 법원에 제출한 증거의견서에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에 대한 회유-압박 및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등에 따라 임의성이 의심되는 피고인의 자백이 포함되어 있다"며 임의성 및 내용을 부인했다. 구체적으로 "변호인은 2023년 7월 12일 피고인 이화영과의 접견 과정에서 대북송금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김성태를 통한 회유와 압박으로 검찰조사에서 사실과 다른 자백을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듣게 됐다"는 것이다.


7월 12일 변호인 접견에서 검찰 회유·압박 털어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5대 경기도지사(2018.7.-2021.10.)이던 시절 초대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화영(전 17대 국회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5대 경기도지사(2018.7.-2021.10.)이던 시절 초대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화영(전 17대 국회의원). 경기도 제공

증거의견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2일 접견에서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과 만난 상황을 변호사에게 털어놨다.

이 전 부지사는 변호사에게 '김성태 쌍방울 회장을 검찰이 횡령·배임 등 열 몇가지 혐의를 가지고 계속 압박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성태가 피고인(이화영)을 만나 '이재명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변호사는 밝혔다.


이화영-김성태 모두 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둘이 만나 대화를 나누려면 검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이재명 대표한테 (방북비용 대북 송금) 다 보고했을 것이고, 이재명 대표도 다 알았을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뇌물 등 이재명 대표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다 하게 될 것이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어 증거의견서에는 아래와 같이 압박과 회유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김성태는 피고인에게 피고인이 허위진술을 거부하면, 본인이 과거 이재명의 재판 당시 2심 재판부에 대하여 로비를 한 사실, 이재명의 측근 김용을 통해 이재명에 후원금을 기부한 사실, 이해찬-조정식 등이 이재명을 도와주고 있는 '광장'이라는 조직에 비용을 댄 사실 등을 모두 폭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김성태는 피고인이 이재명에 관한 허위진술을 해주면 '스마트팜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피고인에 대한 신용카드 공여에 관한 진술을 번복' 해주겠다고 피고인을 회유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변호인단은 "검찰은 김성태를 통하여 피고인에 대한 추가적인 뇌물 혐의 4, 5건에 관하여 추가로 수사·기소할 수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출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담긴 이 전 부지사의 자백은 이런 회유와 압박에 의해 나왔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를 직접 접견했던 김형태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묻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그때 내가 이화영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너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었더니 (이화영이) 우선 급한 거는 피하고, 나중에 자기가 다 부인할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그래서, 네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나중에 뒤집어 쓴다고 말했다"면서 "그랬더니 (이화영이) '고민해보겠다'고 한 상황에서 접견을 마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최근까지 계속 흔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자백했다가... 부인했다가... 계속 흔들리는 이화영

지난 8일 재판 당시 법무법인 해광 소속 변호사는 불참하고 김 변호사를 포함한 덕수 소속 변호사 2명만 참석했는데, 이 전 부지사는 공판이 시작하자마자 "오늘 해광이 불출석해서 다음 기일에 해광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10분 휴정을 통해 김 변호사와 이 전 부지사는 의견을 조율했지만 큰 소득이 없었다.

김 변호사는 "휴정 시간에 원칙대로 하지 않을 거면 나를 해임하라고 했는데 이 전 부지사가 해임 안한다고 하더라, 그러면 내가 사임하겠다고 했더니 사임도 안된다고 하더라"면서 "이 전 부지사가 쩔쩔 매면서 제발 오늘만 넘기자고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이날 덕수 변호인단은 증거의견서와 함께 변호인 사임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이 퇴정한 이후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이 제출한 서류의) 내용을 읽어보지 못하고 안에서 처음 들었다"고 말했고, 재판부는 증거의견서 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가 흔들리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는 7월 21일자 자필 옥중편지를 써서 공개했는데, 이 편지에서 이 전 지사는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자신의 진술을 뒤집었다. 이때는 그의 바뀐 진술이 일부 보수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때이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정화씨는 지난 7월 31일 언론을 통해 공개한 자필 입장문에서 "이화영-검찰의 딜이 있었음을 밝힌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검찰은 김성태 회장이 법카는 이화영에게 준 게 아니라 여비서한테 주었다고 진술하여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으로 해주겠다는 딜이었다"면서 "그 딜의 대가로 이재명 대표 대북 대납 사건을 거짓 진술을 하라는 딜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이화영 전 부지사-아내, 법정서 변호인 해임 놓고 공개 대립 https://omn.kr/24xtv).

회유·압박 주장에 검찰은 열흘째 침묵... 김성태 회장, 김형태 변호사 고소
 
인천공항 도착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 도착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 16일 김형태 변호사를 고소했다.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허위 사실을 기재한 증거의견서를 유포하면서 내게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마치 내가 이화영을 협박·회유한 것처럼 보도되게 했다"며 "과거 이재명 재판 당시 로비 등 김 변호사가 의견서에 쓴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회유·압박 주장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8일 재판이 파행으로 끝난 직후 "(재판부는) 변호인의 증거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했다"고 밝혔지만, 의견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박을 하지 않았다.

대검과 수원지검 측은 18일 관련 내용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은 채, 김 전 회장이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과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 방침만을 언급했다.

사임한 덕수 소속 변호인단이 제출한 증거의견서는 재판부가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검찰이 제출한 이 전 부지사 신문조서 역시 아직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전 부지사의 다음 재판은 22일로 예정돼 있다.
#이화영 #김성태 #검찰 #수원지검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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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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