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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하고 놀랍다, 이동관표 언론장악 레시피 5종 세트

[진단] 드러난 문건으로 본 수법... 감시하고, 줄세우고, 어르고, 때리고, 쫓아내고

등록 2023.08.19 11:40수정 2023.08.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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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 (중략) 제가 만약에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서 어떤 지시 또 실행, 그리고 분명한 결과가 나왔었다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나?"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이동관 후보자가 지난 1일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앞뒤 맥락을 생각치 않고 보면 타당하고 바른 말이다. 언론에 '장악'이란 표현은 붙어서도 안되고, 실제 장악하거나 장악될 경우엔 그 나라와 국민에겐 너무나 큰 비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말을 액면가로 믿기엔 '언론장악'이란 용어를 빼놓고선 표현할 수 없는 노골적 사례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MB 때 일이라고, 옛날 일이라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무도한 언론장악 행위에 대해 왜 우리 사회는 간과하거나 인지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의 사안들이 적지 않다. 지명 전 이미 언론에 알려진 다양한 문제적 문건들('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방송사 지방선거 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등)은 제외하고, 위원장 지명 시점부터 지금까지 밝혀진 문건들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 그의 '언론장악 레시피'를 짚어본다.

①감시한다, 그리고 '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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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동관 후보자는 그의 회고록 <도전의 날들>에서 본인이 언론보도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분석 그리고 가차 없는 대응을 시스템화해 '대선 공보의 킬체인'을 만들었다고 밝혔었다. 북핵 사용의 징후를 탐지한 다음 선제타격으로 제거한다는 뜻의 군사용어인 킬체인을 사용했다는 건 MB 정부 당시 업무가 통상적 모니터링 수준을 넘어 일종의 '작전'은 아니었을까 우려를 들게 한다.

그가 방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면서 과거 대변인·홍보수석 시절 MB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언론인에 대해 국정원과 공조해 숱한 감시와 조치를 취했음을 방증하는 문건들이 다수 드러났었다. 대표적 문건들이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MBC 좌편향 출연자 추가 퇴출 확행' '좌편향 방송인에 대한 온정주의 확산조짐 엄단'이었다. 이는 모두 이 후보의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에 작성을 요청했거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례들이다.

최근에는 언론장악을 위해 수행된 더욱 구체적 감시와 경과 사항이 적힌 문서들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14일 MBC에 따르면 2009년 10월 20일 홍보수석실 문서 'YTN 보도 리스트(10월 20일 오전)'에는 당시 청와대 직원이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을 다룬 YTN 보도와 청와대 직원의 기강 해이를 비판한 MBN의 보도를 심층 분석해놨다. 이동관 후보의 설명처럼 '단순한 모니터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문서의 주요 항목인 '조치결과'에 '보도자제 요청'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연락을 했다'는 뜻이다.

아예 보도 내용을 바꾼 정황이 보이는 문건도 있다. 2009년 9월 북한이 임진강 물을 갑자기 흘려보내 우리 국민 6명이 사망한 사건을 다룬 MBN 보도에 대해 "조치 결과 : 앵커멘트 순화"라고 버젓이 적혀있었다. '조치'라는 단어로 유추하자면, 이동관 수석 혹은 홍보수석실은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 방송에 명백히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비판은 용납치 않는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는 엄연히 방송법 제4조에 위배되는 행위다. 참고로 박근혜 정부의 이정현 홍보수석은 세월호 보도 관련 KBS 간부에게 전화를 건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숱한 조치와 개입에 대해, 대체 '언론장악' 외에 어떠한 표현이 어울릴까. 당시 감시·조치 방식은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동관 후보자는 대변인 시절 '조선일보 문제 보도'라는 제목으로 당시 <조선일보>에 실린 비판적 기사·칼럼 176건을 수집·분류했다. '문제보도'라는 명칭과 관리 이유에 대해 이 후보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해 국정운영에 참고하고, 향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보도"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단다. 장악을 위한 감시·조치엔 진보도 보수도 공영방송도 그 무엇도 예외란 없어 보인다.

②줄 세운다, 그리고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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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MBC 뉴스데스크의 기사 <"MBC 경영진 교체·개혁"‥이동관 '직접' 보고>. ⓒ MBC 갈무리

 
최근 언론에 보도된 청와대 문건엔, 문제적이라고 느끼는 특정 언론에 대해 또 다른 언론이 기사를 통해 린치를 가하겠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까지 등장한다.

2009년 8월 24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문서 '대통령 서면 보고서'에는 MBC에 대한 응징과 당시 MBC 사장인 엄기영에 대한 축출 계획이 상세하게 적시돼 있다. 물론 보고자로 명시된 인물은 대변인 이동관. 당시 MBC는 토론프로그램에서 시청자 의견을 임의로 고쳐 내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후속 처리를 문제 삼아 MBC의 비윤리적인 면을 부각해 향후 경영진의 교체와 개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더욱 위험해 보이는 지점은, 엄 사장의 상황 인지 여부를 파악한 뒤 일련의 상황을 MBC 대주주 방문진과 독립기구 방통심의위를 동원해 여론화할 예정이란 계획까지 적어놨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영방송 사장의 축출 작전이 청와대 대변인실 문건에 적혀 있었으며, 그 내용을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 보고해 재가를 받으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케 만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처럼 특정 언론과 사장의 악마화를 위해 보수언론을 도구로 사용하려 했으며, 이 또한 대통령 보고 문서에 써놨다는 점이다.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의 보도 확산, 이슈화 추진'을 '향후 조치 계획'으로 또렷이 적시했다.

③청탁한다, 그리고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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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동관 당시 대변인이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한 보고서. ⓒ 청와대

 
놀라우면서도 허탈한 일도 새롭게 발견됐다. 대통령 보고용 청와대 문건 'VIP 전화격려 대상 언론인'에 의하면, 이동관 후보의 대변인실은 당시 대통령이 '친히' 전화를 해야 할 만큼 공로가 있는 언론인까지 골라서 보고했다. 이름에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어 국정 최고 책임자에게 '전화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웃지 못할 일이 청와대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전화를 받아야 하는 언론인의 공로는 정부와 정부 정책 그리고 청와대에 유리하고 호의적인 보도나 칼럼을 알아서 쓰거나, 요청하면 써주는 언론계 인사들을 뜻했다. 문서에 적힌 선정 사유를 보면 "VIP에 대해 우호적인 스탠스, 기획기사 및 사설보도 협조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이라고 적혀있다. 대변인실이 일종의 기사 청탁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이 대상들은 자발적으로 정부에 좋은 기사를 써주는 기특한 언론인이거나 혹은 방향만 가리켜주면 '고품질 기사 상품'을 납품하는 영특한 언론인 중 하나였던 듯하다. 아연실색(啞然失色)이란 말의 의미가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이며, 이 후보가 철저하게 부인하고 있는 언론장악의 교묘한 버전으로 보여진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MB의 전화가 필요했던 언론인 중 한 사람이 바로 당시 중앙일보 편집인이었던 박보균 현 문화체육부장관이라는 점이다. 이 정도면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에 특별고문으로 박보균과 이동관 둘이 있었는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④고소한다, 그리고 길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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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언론탄압과 자녀 학교 폭력 논란 등을 이유로 방송통신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 유성호

 
이동관 후보자는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거치며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민사 포함 6건의 소송을 진행했었다. 감시 수준의 모니터링을 하거나, 부정적 보도에 연락을 취해 '조치'도 하지만, 다음 스텝으로는 법을 동원해 응징하는 원칙도 보유했던 것.

이동관 후보자는 취임하기 전 이지만, 그는 청문회 준비 기간 중 각종 의혹을 검증하려는 언론에 이미 법적 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지명 전부터 쟁점이었던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과 언론장악 사실관계 확인에 더해, 재산 증식과 증여 과정에서의 탈법 여부 등을 지적하며 검증 기능을 수행하던 언론에 '법적 대응' 메시지를 보낸 것.

일부 언론은 이 후보자가 홍보수석에 재직하던 2010년에 비해 재산이 무려 3배가 늘어난 사실에 주목하며 재건축 아파트 관련 세부 사항과 아파트 지분 문제, ELS 투자자금의 출처 이슈를 제기했다. 이 후보는 바로 "이러한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향후 법적 대응 등 가용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맞받아친 상태다. 이 사항들을 청문회장에서 논의하기 위해 청문위원들의 자료제출 요청이 있었지만, 후보자는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대부분 거부했다. 팩트보다는 고성만 난무하는 청문회가 진행된 이유 중 하나다.

이 후보자는 지명 후 실제로 언론을 상대로 고소를 실행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분당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보도를 전하면서 이동관 후보 사진을 '앵커백'으로 내보낸 YTN이 그 대상이다. YTN은 해당 사안에 대해 '명백한 그래픽 이미지 오류 사고이며 상처를 받은 후보자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는 메시지를 밝혔었다. 하지만 고소는 그대로 실행됐다. 이동관 후보자 측은 우장균 YTN 대표이사 등 임직원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은 물론, 해당 영상에 대한 증거 보전을 신청하며 형사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후보자 측 변호인은 소송과 관련해 "YTN이 후보자와 무관한 흉악범죄 보도에 후보자의 초상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초상권·명예권 등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지명 전후 YTN이 후보자에 대한 흠집 내기성 일방적 보도를 해오던 와중에 이번 방송사고를 일으킨 점"이라고 해 이미지 오류가 고소의 유일한 배경이 아니었음을 의심케 하는 부연설명도 했다. 요약하면 '평소의 괘씸함도 한몫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⑤덧씌운다, 그리고 쫓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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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7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산회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이동관 후보자의 첫 출근에서 화제가 된 발언은 단연 "공산당 신문·방송은 언론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였다. 당연히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은 "공산당 기관지 같은 언론이 있다는 것인가? 어느 언론인가?"였다. 이 후보자는 특정 언론에 대한 경고를 서슴지 않았다. "국민들이 판단하고, 본인들이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는 말로 말이다. 당일 KBS 뉴스에선 메인 앵커가 여당 패널에 이 부분에 대해 질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 후보자의 주장이 섬뜩한 이유는, 후보자 지명 및 취임 일정에 딱딱 맞춰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들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의 '공산당 언론 프레임'이나 '공정한 언론생태계 회복' 메시지가 등장한 이후, KBS 남영진 이사장과 EBS 정미정 이사는 해임됐고 MBC 대주주인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 절차는 진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으로 떠나는 와중에도 정연주 방심위원장 해촉은 잊지 않았다.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언론계 거의 전체가 극단적 변화를 겪고 있는 시점이다.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 이동관 후보자는 국회의 동의와는 상관없이 방통위원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 청문위원에게 이 후보자는 "점심 먹으면서 생각해보겠다"는 식의 조롱성 메시지까지 내놓지 않았나.

그 와중에 현재 방통위에선 곧 임기가 만료되는 권한대행과 여권 위원 총 2명이 우리나라 방송의 미래를 결정짓는 굵직굵직한 결정들을 너무나 신속하게 내리고 있다.

5인 합의체 결정구조와 독립적 기구로서 기능해야 할 방통위는, 결국 곧 취임할 이 후보자를 위한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견과 신념이 다른 다양한 주체들은 '공산당 프레임'에 씌워지고, 하나둘 축출되고 있는 중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일이 아니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다시 그의 첫 일성으로 돌아가자. 이동관 후보자는 "제가 만약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서 어떤 지시 또 실행 그리고 분명한 결과가 나왔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과 다수의 문건들은 '언론장악의 분명한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의심한다. 스스로 말하는 '공정한 언론 생태계'에 대한 답을 과연 그는 줄 수 있을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언론장악 #방송장악 #유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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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수용자 중심 저널리즘과 미디어 활용에 대해 강의 중. 정치인들을 포함, 공적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대중과의 소통을 얼마나 원활하게 하고 있는지 ‘소통감수성 ’이란 개념을 통해 설명 및 비판하고 있음. 세바시에 출연, “소통 감수성이란 무엇인가?”“미디어 시대, 우리가 건강하지 못한 이유”등을 주제로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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