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해고동지 복직.손해배상 철회 촉구 집회 (당시, 서울시청 정문 앞. 맨앞 오늘쪽 안경 쓴이가 서울지하철노조의 역무지부장으로활동하던 윤제훈
문세경
1987년 8월 12일, 드디어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은 설립 한 달 만에 48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하며 공공부문의 선두 노동조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3년 동안 차별철폐를 위한 직제개편 투쟁을 줄기차게 했다. 군자기지, 지축기지, 창동기지는 노동자들의 함성과 요구로 가득 메웠다. 노동조합 결성과 동시에 터져나온 요구의 핵심은 '기능 동물'을 끝내자는 차별철폐와 인간으로서의 권리 회복이었다(정경원, 전누리, 서울지하철노동조합 30년사, 한내, 2017. 593~594p 참조).
윤제훈은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의 초대 집행부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회사는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지하철공사는 공익사업장이라 노사 합의가 안 되면, 노동부에서 직권 중재를 명령해요. 노사간 합의를 못 보니까 노동부에서 하라는 대로 따르라는 거죠. 노동조합에서는 이것을 법적으로 거부할 권리가 없어요. 만약에 거부하고 쟁의발생결의를 하면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하고 탄압했어요. 순식간에 불법파업으로 몰렸죠. 그때 집행부는 구속되거나 아니면, 해고되는 거죠."
해고보다 더 무서운 것은 파업시에 닥치는 공권력과 사측의 탄압이 아니었다. 어용노조가 생기고 민주노조와 갈등이 생길 때였단다.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인데 노동조합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원수처럼 여길 때, 그때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때였다고 한다.
2017년 5월 31일, 서울 지하철 1~4호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의 운영기관인 도시철도 공사가 통합돼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했다. 윤제훈이 퇴직을 3년가량 남겨둔 시점에 2개의 운영기관이 통합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으로 노조 이름이 바뀌었다.
퇴직자를 향한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