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방』(2019)과 『자매의 책장』(2023) 표지
보리
전작이 아버지 없이 엄마와 세 자매가 단칸방 반지하 다세대주택에서 당차게 힘든 시기를 통과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번 신작은 이런 시기를 건강하게 통과한 어른이 된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흔들렸던 유년의 시간을 통과한 어른이라고 해서 이들의 지금 상황이 마냥 평탄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어떤 방식이든지 삶의 관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 그렇다.
즉, 이번 신작은 지독한 유년의 영향권 안에 놓인 돈독한 자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서두에서 <그녀들의 방>을 먼저 읽기를 권한 것이다. 전작과 같이 읽으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어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만화가는 <자매의 책장>을 계절에 따라 색으로 변화를 주었다. 봄에는 노란색 계열로, 여름은 연두색 계열, 가을은 붉은색 계열, 겨울은 하늘색 계열로 연출을 시도했다. 독자들은 읽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계절의 변화는 만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매의 성장 서사와 함께 적절히 어울려 표현된다. 엄마와 함께 사는 언니와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동생의 심리를 따라가는 가는 과정이 <자매의 책장>을 깊이 읽는 하나의 키워드이다.
힘겹던 시기를 겪은 소녀들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도 아쉬움과 안타까움과 씁쓸함과 후회가 남는다. 이러한 모습은 칸과 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자매의 고백체로 채워진다. 특히 가정을 꾸린 동생의 입장에서 두드러져 표현된다. 엄마 품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는 것은 남편과 아이와 시댁 식구들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유년 시절 자신의 가족을 셈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