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의 반미전략책표지
정철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을 얻어와야 하는 처지였지만 수십년간 끊임없이 협상하면서 계속 유리한 위치를 점유해왔다. 그 과정은 마치 노련한 중국 상인이 돈으로 협상의 키를 쥐고 시장의 주도자가 되어가는 모습 같았다.
그 과정에서 종종 상도덕은 무시되었지만 돈이 필요했던 러시아는 점차 중국에 종속되어갔다. 저자는 이미 러시아가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가 되었다고 얘기한다.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과 경제력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연계를 강화해나갔다.
철도망, 연료망, 기간시설 구축 등의 과정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중앙아시아의 변화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에 놓여 있었다. 항상 서구 세계에 눈이 가 있는 나는 중국 경제력이 대단하다는 정도의 느낌만 가지고 있었지 일대일로 정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중앙아시아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러시아로서는 자신의 영역이 계속 침식당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다른 여러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반대한다는 상황에서 일시적 결혼 상태에 놓여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 결혼은 전혀 대등하지 않고 러시아가 중국에 계속 밀리는 느낌을 받는 결혼이었다. 러시아로서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압박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을 넘어서는 전쟁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읽어보니 대국 지향의 러시아가 교착상황을 타개하는 방식 중의 하나로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전쟁은 일종의 `사고'이지만 인류는 그 사고를 계속 일으켜왔다.
그리고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관계가 극도로 예민한 지금 시기를 맞이했고 한미일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저자는 일본을 `틈새 국가'라고 말한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다는 뜻이다. 미일안보조약 아래에 있는 한 틈새 국가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 상황이나 경제력을 봤을 때 틈새 국가라고 보기엔 너무 크다.
한국이야말로 그 틈새 국가라는 표현에 적합한 규모이자 위치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번역 작업 내내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