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님들은 팁 문화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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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에서 대형 브랜드 카페를 하는 사장 A씨는 다음과 같이 이번 '팁' 논란에 의견을 보탰다.
"예전에 카페를 하는 점주들끼리 '우리나라 카페 손님들은 요구하는 서비스가 많다. 외국처럼 팁도 안 주면서'라는 우스갯소리로 팁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서구 유럽에서 팁이 가능한 건 우리처럼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아서라고 봐요.
좀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예전에 우리 정부가 여름철 전력 사용량 걱정으로 가게들이 에어컨 돌릴 때 문 열지 못하게 했잖아요. 그런데 홍콩은 아예 냉기를 문밖으로 쏘더라고요. 호객 행위하는 거죠.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고요. 그러니 홍콩 못지않은 우리가 어떻게 팁을 받겠어요.
우리는 카공족이 음료 한잔에 장시간 전기까지 사용해도 뭐라 못하잖아요. 이처럼 카페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제공하던 서비스들이 언제부터인가 손님의 당연한 권리가 된 거죠. 그래서 최근에 일부 카페에서 타이머가 달린 콘센트를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그래서 카페 사장들이 자조적으로 차라리 '팁'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당치도 않죠"
서울 중구에서 대형 브랜드 카페를 하는 사장 B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아무리 자율이라고 하지만 손님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겠죠. 그러면 가게에는 도움이 안 되죠. 그리고 서로 불편할 것 같아요. 손님도 그렇고 사장 입장도 그렇고,
'팁'이란 항목이 쓰여 있으면 아무리 자율이라고 해도 부담스럽잖아요. '이거 꼭 내야 하나?'라고 생각할 거고. 앞에서 남이 내면 안 내기도 그렇고, 그렇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면 그 손님이 다음에 오겠어요? 안 오겠죠. 사실 '팁'이 아니라 전기요금만큼은 정말 받고 싶어요. 전기요금이 엄청 올랐잖아요."
이처럼 현장의 외식 서비스 자영업자들에게 '팁'은 아예 농담의 영역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인터뷰 중 자신들처럼 접객 전문 카페에 음료를 배달로 주문하면서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조차 비싸다는 손님의 항의가 심심치 않은 상황, 그리고 치열한 경쟁에서 제 살 깎아 먹는 걸 알면서도 배달비 일부를 가게가 부담하는 현실에서 '팁'은 언감생심이라는 의견이었다.
미국의 '팁',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수단
현재 미국 내에서 뜨거운 감자인 '팁' 문화의 역사를 조사해 보면, 미국의 팁은 과거 일부 고급 음식점에서 영국 귀족의 문화를 흉내 내던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팁 문화가 서비스 산업 전반에 확산하자 직원의 최저임금을 부담스러워하던 사업주들이 종사자 임금의 일부를 팁이란 명목으로 손님에게 전가하면서 변질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사자들의 수입을 보충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은 것이 현재의 미국 팁 문화다.
이 때문에 미국 일부 주에서는 팁이 종사자들의 최소임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니, 이를 공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겼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는 실제 이같은 요구를 반영해 '고용주가 직원들이 받은 팁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 조항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팁이 서비스 산업에서 자리 잡은 이유는 급여 체계의 불안정성, 문화적 요인, 서비스 품질과 보상의 관계, 그리고 경제적 영향 등 여러 요인의 상호작용에 기인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미국조차 앞서 밝힌 듯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비대면 서비스 도입으로 이제는 '팁'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하물며 주문과 결제는 물론 음식 서빙조차 사람이 아닌 로봇이 수행하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은 대한민국의 외식 서비스 업계에서, 그리고 급격히 인상된 택시비에 오히려 승객이 줄고 있다는 택시 업계에서 '팁'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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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은 필요 없고 전기요금 받고 싶어요" 카페 사장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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