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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간 식당에서 반찬 재사용 목격, 나의 선택은

식품위생법 위반, 심하면 영업정지... 최소한의 양심 지켜 영업해주기를

등록 2023.08.28 08:05수정 2023.08.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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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이다. 평일 휴일을 맞아 운동을 다녀오면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해장국집을 찾았다. 다소 화려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고 전날 마신 술도 해장할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장님 해장국 한 그릇 부탁해요"라고 말한 뒤 주방 쪽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식당 내부를 살펴봤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조명도 밝아 청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손님이 음식을 다 먹고 계산한 뒤 나갔고 종업원분께서는 그 자리를 치우셨다. 그런데 그 광경을 지켜보다 나는 깜짝 놀랐다. 가져간 반찬을 주방 앞 큰 반찬통에 그대로 털어 넣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아니 요즘도 반찬 재사용을 한다고?'라는 생각에 너무 놀랐다. 사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의 반찬 재사용이 흔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위생이 강조되면서 최근에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놀랐다.

반찬 재사용하면 식품위생법으로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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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하게 진열된 반찬 글 내용과 관련 없으며, 필자가 자주 이용하고 있는 식당의 반찬 재사용을 하지 않는 곳이다. ⓒ 박승일

 
최근에는 그와 관련한 처벌 또한 만만치 않다.

식품위생법 제44조(영업자 등의 준수사항) 제1항을 보면 '영업자와 그 종업원은 영업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 국민의 보건위생 증진을 위하여 영업의 종류에 따라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별표 17) 식품접객업영업자 등의 준수사항(제57조와 관련)에 더욱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 식품 또는 그 원재료를 제조, 가공, 조리, 판매의 목적으로 소분, 운반, 진열, 보관하거나 이를 판매 또는 식품의 제조, 가공, 조리에 사용하지 말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시 1차 위반의 경우 영업정지 15일, 2차 위반 영업정지 2개월, 3차 위반 영업정지 3개월을 받을 수 있다.

사실 반찬 재사용은 식당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 측면에서 달콤(?)한 유혹일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과 여름철 식중독 등 사고 우려를 고려한다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장에서 그것을 목격한 순간부터 몇 분간 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했다.

'경찰 신분을 밝히고 구청에 신고해야 하나', '아니다. 요즘 자영업자들 너무 힘들다고들 하는데 그냥 바쁜 일이 생겼다고 하고 나갈까?', '그냥 정중히, 반찬 재사용하시면 안 된다라고 경고만 할까?', '별 탈이야 있겠어. 그냥 맛있게 먹을까?'…….

생각하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해장국이 나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구 쪽에 있는 계산대로 향했다. "저 계산할게요"라고 말하자 주방 쪽에 있던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 한 분이 왔다. 사장님이 확실했다.

작은 목소리로 "사장님, 반찬 재사용하시면 안 돼요. 요즘 같은 무더위에 식중독도 걸릴 수 있고 위험하잖아요"라고 말하자, 그 분은 다소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니, 아니에요. 저거 우리가 따로 먹으려는 거에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니 그럼 따로 보관하시거나 하셔야지, 큰 통에 그대로 넣으시면 안 되죠. 일단 계산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카드를 내밀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장님께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고 계산해 주세요"라고 하고 8천 원을 계산하고 나왔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알지만, 그래도 

현재도 그 식당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다시 가보지는 않았지만, 반찬 재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식당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이라도 영세 자영업자들에 관한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특히나 요즘엔 여러모로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위생을 먼저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마도 반찬 재사용에 대한 부분을 알면서도, 식당 사정을 봐서 모른 척하거나 소심한 태도를 보이며 지적해주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식당을 하시는 분들께서도 잘 아셨으면 한다. 그런 소비자들이 바보라서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아가 누가 신고하고 누가 처벌을 받는다는 생각에 앞서,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면서 영업을 하셨으면 한다.

경찰관인 필자가 먼저 앞장서지 못한 부분에도 어느 정도의 책임을 느낀다. 아무리 경찰관이 직접 개입할 수 없는 형사사건이 아니라도 누구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 뜻을 생각하면 죄송스럽기도 하다.

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이렇게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모쪼록 많은 자영업자분들께서 이 글을 보고 함께 자성하고 영업자의 준수사항을 잘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반찬 재사용 #식품위생법 #반찬 #식당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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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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