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홍수로 원래 모습을 회복중인 내성천(2023년 8월 조사)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인체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체온이 오르면 식히고, 추우면 열을 냅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호흡과 맥박수를 올리고 충분하면 떨어뜨립니다. 먹은 음식은 몸이 알아서 소화 흡수하고 에너지로 만듭니다. 내 의지로 애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은 자율신경이라는 무의식적 항상성 유지시스템 때문입니다.
이 항상성이 깨어졌을 때 이를 돌리는 과정이 소위 '병'입니다. 심한 열과 염증과 부종으로 고통스러웠던 때가 있죠. 그 과정을 겪어야 낫습니다. 지구라고 그러지 않을까요?
강의 신이 내성천을 다시 찾은 모습을 보면서 엄청 혼란스러웠습니다. 반가우면서도 무서웠습니다. 강의 신이 자기 영토를 회복한 것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 신이 만든 거대한 영주댐이 있기 때문이죠. 벌어지고 있는, 사람 신과 지구 신 가이아와의 거대한 영토싸움의 작은 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 신은 지구 신 가이아에게 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가이아에서 났고, 그 품을 떠나선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화 속에는 인류가 무의식적으로 축적해 놓은 지혜가 있습니다. 실험으로 밝혀진 과학지식은 무한한 우주 신비에 비하면 한 톨 먼지도 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신화 같은 이야기가 우주신비를 직관하게 합니다. 신화는 신과 인간의 희비가 얽힌 갈등 속에서 본래 자리를 찾아가는, 온통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도 과학의 외피를 두른 신화적 이야기일 겁니다.
하지만 자연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는 이런 이야기에서 신화적 진실을 보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왔습니다. 이 신화적 진실에 따르면 지구의 신, 가이아는 끝끝내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될 겁니다. 사람 신을 끝내 제거를 해서라도 말이죠. 그래서 회복된 내성천이 반가우면서도 떨렸던 겁니다. 저의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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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동물, 식물 모두의 하나의 건강을 구합니다. 글과 그림으로 미력 이나마 지구에 세 들어 사는 모든 식구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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