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그러자 원 장관은 "저보다 훨씬 세고 직접적으로 선거 압승을 호소했던 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가 있다"라며 "이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다"라고 답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2월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이 빌미가 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국회를 통과했으나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원희룡 장관은 본인이 노 전 대통경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본인의 발언 역시 충분히 할 수 있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항변한 것이다.
원희룡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 야당 요구 거부
하지만 김민기 위원장은 "사과라는 것은 개인의 마음이 움직여야 하니 강제로 사과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장관으로서 우리 위원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라는 선언 정도는 하시는 게 좋지 않겠냐 이렇게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됐다? 이런 말씀으로 대신하면 어떡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것은 통수권자의 얘기 아닌가? 이건 적당한 비유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장관의 논리가 맞다면 모든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다"라며 "이것은 굉장히 헌법 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에 대해서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도 날을 세웠다. 그는 "정권이 벌써 1년 반 지났지 않느냐? 5년 금세 간다"라며 "마치 귀를 막고 방울 훔치러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귀 막고 방울 도둑질을 하면 훔치는 사람만 안 들린다. 다른 사람들은 다 들린다"라고 원 장관을 비판했다.
하지만 위원장이 거듭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를 약속해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원 장관은 "위반을 전제로 한 약속 요구이기 때문에 그에는 응할 수가 없다"라며 "당시의 발언은 국토교통부장관으로서 장관의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냄으로써 국민들에 좋은 영향을 미쳐서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집권여당에 도움이 되고, 대통령께 도움이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라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라며 "선거에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하는 것을 전혀 의미하지 않고, 그런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금 그게 선거법 또는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것은 일방적인 견해 표명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맞섰다.
하지만 당시 원 장관의 발언이 정치적 중립 의무에 맞는 것인지 재차 지적이 나왔다. 원 장관은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이고,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것은 정무적 역할을 하도록 돼 있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소영 의원은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인용했다. "'선거에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 공정한 선거관리에 궁극적인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위반하였다', 이게 당시 헌법재판소 결정문 내용"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은 기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났지만 정무직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은 헌재도 인정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원 장관은 "길 가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살인 안 하겠다는 약속을 하라' 그런 게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버텼다. 김 위원장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까처럼 그렇게 길 가는 사람한테 '살인할 거냐, 안 할 거냐' 이렇게 물은 거겠느냐"라며 "살인한 사람한테 '또 할 거냐, 말 거냐' 이렇게 물은 것"이라고 원 장관의 비유가 또 적절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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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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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노무현에 빗댄 원희룡... '정치중립' 약속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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