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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노무현에 빗댄 원희룡... '정치중립' 약속 거부

[국토위] 원희룡, 총선 앞 여당 지지 발언으로 논란... 야당 지적에 "정무직 공무원" 반박

등록 2023.08.30 12:15수정 2023.08.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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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남소연
 
"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가 있습니다."
"그... 우리 장관님...께서, 지금 대통령과 비교하신 거예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 여부를 두고 설전이 오가며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원희룡 장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다"라고 하자 민주당 소속 김민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기가 차다는 듯 "그 사례는 맞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헛웃음을 터트리는 의원도 있었다.

원희룡 장관의 최근 정치적 발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비판을 가하자, 원 장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용하며 끝까지 사과도, 중립 의무 준수 약속도 거부했다.

"국민 심판 받아야 하는 분들에 대해 밑바탕 작업에 최선 다할 것"

원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조찬 정기세미나에 참석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모임이지만,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고 행사장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를 포함해 여당 의원들이 여러명 참석했다. 사실상 여당을 지원하는 외곽 조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제가 국토부장관을 하는 마지막 1시간까지 국민들의 민생, 지역 현안, 교통과 인프라의 발전을 위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여당에 대한 지지, 여당의 간판을 들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에 대해서 밑바탕 작업을 하는 데 저도 정무적 역할을, 모든 힘을 다 바치고 제 시간을 쪼개서라도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제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적 재편의 때에, 다른 건 모두 제쳐놓고 모두가 힘을 합해서 정권교체를 위해 한 단계 전진, 정권교체의 한 단계 강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현직 장관이다 보니까 더 이상 표현은 살짝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들어달라"라고 했지만, "여당의 간판" "밑바탕 작업" "정무적 역할" 등 사실상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장관이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되는 발언들이었다. 


당장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사과 요구도 거부,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 약속도 거부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본격적인 현안 질의에 앞서 원 장관을 향해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민기 위원장이 "사과를 하시겠느냐"라고 물었지만, 원 장관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사과를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사과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넘어가려했지만, 그 뒤에 이어진 발언이 문제였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을 지적하고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을 지적하고 있다. 남소연
 
이소영 의원은 원 장관을 향해 여당 선거대책본부장이냐고 따져 물으며 "원 장관께서 자신의 장관직과 장관의 권한을 여당의 선거를 위해서 이용하지 않겠다,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하셔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오늘 상임위가 선거판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욱 의원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헌법 조문을 근거 삼아 "민주당을 반대하기 위해 국토부장관이라는 직을 활용해서 국토행정을 빌미로 정치행위를 하는 게 아닌지 상당히 의심스럽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제는 원희룡 장관이 장관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 왔다"라며 국토부 장관의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이어 받아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지를 좀 밝히시고, 오늘 회의에 임해주시라"라고 원 장관의 입장을 물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그러자 원 장관은 "저보다 훨씬 세고 직접적으로 선거 압승을 호소했던 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가 있다"라며 "이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다"라고 답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2월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이 빌미가 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국회를 통과했으나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원희룡 장관은 본인이 노 전 대통경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본인의 발언 역시 충분히 할 수 있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항변한 것이다.

원희룡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 야당 요구 거부 

하지만 김민기 위원장은 "사과라는 것은 개인의 마음이 움직여야 하니 강제로 사과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장관으로서 우리 위원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라는 선언 정도는 하시는 게 좋지 않겠냐 이렇게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됐다? 이런 말씀으로 대신하면 어떡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것은 통수권자의 얘기 아닌가? 이건 적당한 비유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장관의 논리가 맞다면 모든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다"라며 "이것은 굉장히 헌법 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에 대해서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도 날을 세웠다. 그는 "정권이 벌써 1년 반 지났지 않느냐? 5년 금세 간다"라며 "마치 귀를 막고 방울 훔치러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귀 막고 방울 도둑질을 하면 훔치는 사람만 안 들린다. 다른 사람들은 다 들린다"라고 원 장관을 비판했다.

하지만 위원장이 거듭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를 약속해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원 장관은 "위반을 전제로 한 약속 요구이기 때문에 그에는 응할 수가 없다"라며 "당시의 발언은 국토교통부장관으로서 장관의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냄으로써 국민들에 좋은 영향을 미쳐서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집권여당에 도움이 되고, 대통령께 도움이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라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라며 "선거에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하는 것을 전혀 의미하지 않고, 그런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금 그게 선거법 또는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것은 일방적인 견해 표명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맞섰다.

하지만 당시 원 장관의 발언이 정치적 중립 의무에 맞는 것인지 재차 지적이 나왔다. 원 장관은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이고,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것은 정무적 역할을 하도록 돼 있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소영 의원은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인용했다. "'선거에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 공정한 선거관리에 궁극적인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위반하였다', 이게 당시 헌법재판소 결정문 내용"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은 기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났지만 정무직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은 헌재도 인정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원 장관은 "길 가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살인 안 하겠다는 약속을 하라' 그런 게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버텼다. 김 위원장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까처럼 그렇게 길 가는 사람한테 '살인할 거냐, 안 할 거냐' 이렇게 물은 거겠느냐"라며 "살인한 사람한테 '또 할 거냐, 말 거냐' 이렇게 물은 것"이라고 원 장관의 비유가 또 적절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정치적중립의무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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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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