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고 김혜빈씨 빈소.
복건우
혜빈씨는 2003년 7월 9일에 태어났다. 올해 스무살이 된 혜빈씨는 어릴 때부터 에너지와 사랑이 넘치는 아이였다. 유치원에 다닐 적엔 반가움에 친구들에게 달려들 만큼 활발했고, 그 특유의 활기참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나고 자라 서울의 한 미대에 진학한 혜빈씨는 새로 만난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았던 혜빈씨를 친구들은 좋아했다.
넘치는 에너지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림 작가가 되어 엄마가 쓴 글을 함께 묶어 책을 내고 싶었고, 뮤지컬과 연기도 배워보고 싶었다.
혜빈씨는 무엇보다 그림 그리기를 가장 좋아했다. 유치원 때부터 벽에 걸어둔 작품들은 집 안을 하나의 갤러리처럼 만들었다. 돌고래, 공룡, 사자 같은 동물을 주로 그리다가 한번은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그려 선물했는데, 엄마는 그때의 행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고등학생이 된 혜빈씨는 "미대에 지원해보고 싶다"며 입시 미술을 준비했다. 그러나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떨어졌다. 1년간의 힘든 재수 생활이 시작됐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 신경을 써주지 못했지만, 혜빈씨는 좋은 성적을 얻고자 꿋꿋하게 버티며 공부했다.
지난 2월 초 혜빈씨는 가고 싶었던 대학으로부터 합격 소식을 들었다. 영상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영화를 같이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내 꿈의 대학이야. 거기 꼭 들어가서 공부하고 싶어"라며 간절히 바라왔던 혜빈씨였기에, 온 가족은 부둥켜안고 울며 혜빈씨의 입학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합격 이후 그동안 못했던 '버킷리스트'를 가족들과 하나씩 지워나갔다.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부모님과 뮤지컬을 관람하고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 부모님이 출근할 때면 가지 말라고 발을 동동 구르고, 약속이 있다고 하면 꼭 차로 바래다줘야 하는 아이 같았던 혜빈씨는 어느덧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어엿한 성인이 돼 있었다.
"헤빈아, 집 가서 같이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