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공론화 비례대표 선출 범위
김찬휘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병립형 회귀를 막아야 합니다. 동시에 지금 상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막아야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분들께 요청합니다. 민주당 의석이 많아지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신다면, 180석을 얻었던 민주당의 초라한 개혁 성적표를 살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 의석이 늘어나야 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밖의 건강한 개혁진보세력의 힘이 늘어나야 민주당 내의 보수적 의원들을 견제하고 민주당 내 소수 개혁 의원들이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정치다양성'을 높이고, 비례성을 늘리는 것이 개혁을 이뤄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3. 9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회의 의미
'2+2 협의체'의 밀실논의를 진행하던 거대 양당은 급기야 9월 1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병립형 회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를 모으려고 시도했습니다.
사태의 심각함을 느낀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은 8월 31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등과 함께 국회 앞 계단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기획을 규탄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를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개시했습니다. 의원총회가 열리는 9월 1일 아침 국회 3층에는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녹색당의 '병립형 회귀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인지,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준연동형 폐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3개 권역비례대표제에 대한 합의만이 진행되었습니다. 발언을 한 의원들의 다수는 "권역별 비례는 준연동제와 같이 운영이 돼야 하고" "비례의석수도 현재보다 늘어나야만 실질적으로 비례성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겉보기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회의 논의 내용은 '준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보입니다.
권역별로 하되 병립형이 아니라 준연동형으로 하면,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3개 권역이고 각 권역의 의원수가 지역구+비례=100석씩이라고 가정하면, 전국 3% 득표(=전국 봉쇄조항)를 하고 권역에서 2%를 넘은 정당은 안정적인 1석이 생기게 됩니다.
예컨대 어떤 정당이 전국 3%를 넘었고 3개 권역의 득표율이 각각 4%, 3%, 2%가 된다면, 비례의석은 각 권역에서 100 × 0.04 × 0.5 = 2석, 100 × 0.03 × 0.5 = 1.5석, 100 × 0.02 × 0.5 = 1석이 됩니다. 그럼 4.5석이 되어, 나머지 여하에 따라서 5석 혹은 4석이 됩니다(물론 '위성정당'이 등장하면 이 의석이 다 물거품이 됩니다. 또한 전국 득표율 3% 미만 정당이라면, 어떤 권역에서 특별히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하더라도 비례의석은 0입니다).
그런데 병립형 밀약이 이루어진다면 계산법이 전혀 달라집니다. 준연동형은 권역별 의석 전체에 대해 정당 득표율을 곱해서 반으로 나누지만, 병립형은 권역별 비례의석에만 정당 득표율을 곱하게 됩니다. 47석이 15, 16, 16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해 보죠. 3개 권역에서 각각 4%, 3%, 2%를 얻은 위의 정당의 경우, 병립형이라면 15 × 0.04 = 0.6석, 16 × 0.03 = 0.48석, 16 × 0.02 = 0.32석이 됩니다. 나머지 여하에 따라 1~2석이 생길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0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달랑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지고 '병립형 + 3개 권역별 콤보'를 구성하게 되면 두 거대 정당의 의석비율은 2020년 총선의 94.33%를 넘어 98%가 될지도 모릅니다.
국회의장과 거대 양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단한 개혁인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준연동형 유지 상태에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개혁도 아니고 퇴행도 아닙니다. 그런데 위성정당 방지 규정을 만들지 않거나, 권역별로 바꾼 다음, 이어서 병립형을 추진한다면 이것은 극악한 퇴행이 됩니다. 따라서 선거제도를 최소한 개악하지 않으려면 다음 두 가지를 기필코 사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준연동형이라면 위성정당 방지 규정을 반드시 두어야 합니다. 3개 권역별로 바뀌고 준연동형이 유지된다면, 거대 양당은 정당법의 '이중당적 금지' 조항을 완화하여 지역정당의 이중당적은 허용되도록 통과시킨 다음 '권역별 위성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요. 전국적 위성정당은 두 정당 모두 부담스러우니까, 권역별로 지역정당형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죠. 지역 토호들이 '영호남화합당', '수도권당' 등의 이름으로 권역별 비례 명부에 이름을 올려, 소수정당의 의석을 뺏어가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둘째, 병립형 회귀 결사반대를 외쳐야 합니다. 병립형 반대가 거세자, 권역별만 먼저 통과시켜 놓고 그 뒤에 은근슬쩍 병립형으로 회귀하려고 시도한다면, 국민들은 그런 야합을 두 번 저지른 두 정당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4. 마치며
후쿠시마 핵오염수 문제가 한국 정치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어 있습니다. 핵발전이 계속되는 이상 핵폐기물은 불가피하고, 또한 크고 작은 핵발전소 사고도 불가피합니다. 미국의 스리마일, 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등, 핵발전 최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들에서 모두 핵발전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결국 핵오염수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탈핵'입니다.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는 독일은 2023년 핵발전을 종료했습니다. 100% 소선거구제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는 영국은 2022년 7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승인하고, 2050년까지 핵발전 비율을 지금의 15%에서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2030년까지 핵발전을 30%까지 끌어올릴 목표로 핵발전에 대한 정부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한국의 선거제도는 84.3%가 소선구제입니다.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의 차이가 핵발전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말하면 강변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독일 녹색당은 14.8%의 득표율로 118석을 얻었습니다만, 영국 녹색당은 11.8%의 정당 지지율(유럽의회 선거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의회 의석이 고작 1석입니다. 650석이 전부 1등만 뽑는 소선거구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당정치 체제의 독과점 기득권 구조"가 지배하고 "유권자의 민의"가 무시되며 "국회 구성의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따라서 탈핵의 목소리를 표현할 정치세력을 배제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핵발전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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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개혁연대 대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교육홍보위원장.
YouTube 김찬휘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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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개혁? 최소한 '개악'은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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