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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못 있겠어" 명예퇴직 앞둔 엄마와 추모집회에 가다

4일은 '공교육 멈춤의 날'... 무한한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등록 2023.09.04 08:41수정 2023.09.0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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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오늘 여의도 가자."


오랜만에 부모님 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토요일 아침, 엄마가 수화기 넘어 상기된 목소리로 통보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는 평소 큰소리를 내거나 강압적으로 뭘 시킨 적이 없다. 그런 엄마가 뭔가를 단호히 말할 때 보통은 그 말은 듣는 것이 좋다. 그 뒤에 따라온 그녀의 말,   

"가만히 못 있겠어. 엄마가 선생님 해서 너 키운 거니까 너도 같이 가면 좋겠어."  

34년 차 초등 교사로 내년에 명예퇴직을 앞둔 엄마는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며 후배와 동료 교사들에게 미안해서라도 2일 열리는 여의도 추모집회는 꼭 나가고 싶다고 했다. 늦잠을 자다 깨서 받은 비장한 전화에 몇 초간 얼떨떨했지만 그 마음에 기꺼이 응원의 마음을 보태기로 했다.
 
 9월 2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집회에 엄마를 따라 참석했다.
9월 2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집회에 엄마를 따라 참석했다. 이수현
여의도로 향하는 급행 9호선 안에 하나둘 검은 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검정 옷과 큰 챙 모자를 쓰고 옆구리에 방석과 돗자리를 낀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동지애가 느껴졌다. 그렇게 사람들은 까만 깨처럼 여의도역에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집회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오후 2시 조금 넘은 시각이었는데 이미 여의도는 변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이 모여 검은색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인파에 무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여의도공원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커닝하며 연설을 들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제자였다. 어떤 직업은 평생 살면서 만나지 못하기도 하지만 선생님이란 직업만큼 우리가 가까이, 오랫동안 만나게 되는 직업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선을 넘는다. 그들은 그저 '직장동료 대하듯 하는 예의 정도만 지켜주신다면'이라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보육이 아니라 교육에 힘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하고, 안전한 법과 제도 속에서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치며 올바른 성장을 돕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의 마음에 백번 동감했다.   


서이초 선생님의 동료가 쓴 편지를 읽을 때 주변 모두가 눈시울이 붉어져 훌쩍이는 소리만 들렸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를 삼창할 때는 모든 선생님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보며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함께 외쳤다.   

엄마는 우연히 앉아 있던 곳에서 같은 학교 동료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엄마의 동료 선생님께 연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들었다. 집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도 여의도공원 곳곳에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런 일로 만나게 된다는 게 서글프겠지만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4일은 서이초 교사의 49재로 '공교육 멈춤의 날'이 진행된다. 전국 곳곳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한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부디 그들이 동료를 떳떳이 추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교사집회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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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기쁨을 더 자주 기록하고 싶은 취미부자 직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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