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 장면야구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지은
그러다 최근에 야구를 즐겨보며 뜬금없이 야구 선수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했다. 야구 선수는 팀과 선수를 응원하는 팬이 있기에 존재 가능한 직업이다. 어떻게 보면 연예인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철저하게 실력이 데이터화 되어 평가된다.
한 번의 운으로 빛을 발하는 '반짝'이 있을 수 없다. 요행도 바랄 수 없다. 노력이 쌓여 실력이 된다. 그러나 야구 선수의 플레이는 경기하는 바로 그때, 한 번뿐이다. 그렇다면 선수의 플레이는 그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인가.
야구 선수의 노력이 응축된 플레이는 팬들에게로 건너간다. 경기가 끝나더라도 팬들의 마음에,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어쩌면 내가 유치원 교사로 했던 노동이 가장 남는 노동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 노동이 나에게 남지 않고 아이들에게로 건너가 남았을지도.
내가 전시한 자료들을 보고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알고 즐거워했을 것이다. 그 자료는 그걸로 쓰임을 다했다. 자료가 쓰레기통에 들어간 모습을 보고 그렇게 허무해 할 필요가 없었다.
처음 직업을 가졌던 때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 것 같다. 내 노력이 내가 원하는 형태 그대로 남는 직업은 거의 없다는 걸 말이다. 나의 노력이 아예 없어진 것 같아도 그 순간의 기억으로, 또한 다른 사람에게 건너가서 어쩌면 시행착오로 내 경험속에 남는다.
내 노력이 내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내가 원하는 형태로 남든 그렇지 않든,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다. 내 소관은 노력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