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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용 지퍼백까지... '반올림피자' 분쟁의 핵심 문제

[위기의 자영업] 성별·나이 차별만큼 심각한 문제, '이익의 수단화'

등록 2023.09.16 18:46수정 2023.09.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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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던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에 분쟁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최근 몇 년 사이 피자 업계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올림 피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2017년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암흑기였다. 당시 A 피자 브랜드는 '블랙리스트, 사찰'이라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으로 포털에 도배됐고, B 피자 브랜드는 이미 가맹점에 대한 갑질로 질타받던 창업주가 또 다른 갑질로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그리고 대표적 글로벌 브랜드이며 미국 본토에서는 모범적 브랜드로 소문난 C 피자는 한국에서 점주로부터 이익금을 부당하게 챙기다가 점주로부터 '부당이익 반환 소송'을 당했다.

이후 잠잠하던 피자 업계의 분쟁이 지난 9월 3일 <한겨레>를 통해 알려졌다. 6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분쟁의 내용은 이전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변함이 없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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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피자의 가맹점주 모집 페이지. ⓒ 반올림피자 누리집 갈무리

 
보도에 따르면 '반올림피자' 본사는 점주들이 사용하는 원부자재 대부분을 본사로부터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강제품목'으로 지정해 반강제로 납품했다. 특히 원부자재 가격을 지난 1년 동안 38%나 인상했지만 피자 판매 가격 인상은 14%에 그쳐 점주들의 수익성이 상당히 악화했다고 한다. 

여기에 본사와 점주 사이에 중간 유통사를 끼워 넣어 그 이익까지 챙겼다는 것이다. 이번 분쟁의 내용을 보면 2017년 프랜차이즈 피자 업계 분쟁이 '반올림피자'에는 반면교사가 되지 못한 듯하다.

더욱이 이들의 갑질은 그때보다 업그레이드 됐다. 점주들의 사용하는 원부자재 중 품질, 통일성 유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식재료와 소모품 상당수를 '강제품목'(반드시 본사에서 구매해야 하는 제품)으로 지정하여 의도적으로 해당 물품을 점주들이 본사로부터 구매하게끔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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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피자 강제품목 브랜드의 통일성, 제품의 품질과 관계없는 자재까지 원칙적으로 본사로부터 구매하도록 되어있다. ⓒ 반올림피자 점주 제공

   
"거의 다예요. 매장에서 사용하는 원부자재 대부분을 강제 품목으로 지정했어요. 쓰레받기, 멸치통 심지어 나중에는 슈퍼바이저가 가게에 와서 우리가 쓰는 지퍼백을 유심히 보더니 '어디서 샀어요?' 이러더라고요. 그리고는 그걸 '강제품목'으로 지정했어요.


재료를 여기저기서 사지 않고 한꺼번에 본사로부터 사면 우리도 편하죠. 그런데 (대량으로 유통하는) 본사 납품가격이 싸지 않아요. 피자 치즈의 경우는 최근 점주들이 단체를 만들고 항의를 하니 내려주긴 했지만 그래도 인터넷 소비자가보다 비싸요."


가맹점주 김미선(가명)씨는 그동안 본사의 눈치에 꾹 눌러왔던 억울한 심경을 토하듯 쏟아 냈다.  보도에 따르면 반올림피자 측은 "2023년 6월 43개 물품을 필수에서 '권장'으로 바꿨다. 또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함을 점주들에게 설명했고, 판매가 제한은 소비자 저항을 고려한 것으로 점주들이 인상을 원하면 협의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실 필자에게 이런 문제제기-해명 내용은 상당히 익숙한 그리고 반복적인 이야기다. 지금까지 점주들이 주장한 내용은 우리나라 대부분 프랜차이즈의 고질병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뒤이어진 이야기는 필자에게도 새삼스러웠다.

"부부공동명의 하려 하자, 천만원 내라 내용증명"

"저 같은 경우는요 2년 전에 서울 쪽 가맹점을 하고 싶어서 본사에 요청했어요.
근데 나이도 많은 여자가 혼자 가게를 운영하면 불안해서 가게를 못 맡기겠다고 하더니 (원했던 가게 자리를) 다른 데를 줬어요. 너무 부당하다고 항의했지만, 본사는 묵묵부답이죠."
 

또다른 점주 이경미(가명)씨는 이처럼 자신이 당한 황당한 차별을 이야기하며 분노했다. 이에 김미선 점주는 다른 사례를 들며 본사의 행위를 비판했다.
 
"제 경우는 가맹계약 때 남편 이름으로 계약했어요. 가게는 부부 둘이 운영할 거라고 본사 면접 때 말했고요. 그러다 사업자등록증을 남편하고 제가 공동명의로 하려고 별 문제의식 없이 본사에 물으니 당시 본사 직원들은 그렇게 하라고 해서 바꿨어요.

그런데 본사가 사모펀드로 넘어간 후에 연락이 왔어요. 본사 동의 없이 사업자 명의를 바꿀 수 없다는 계약서 약관을 대며 명의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요. 아니면 '천만 원'을 내라고 내용증명으로요. 그런데 제가 아는 점주 한 분은 미혼 여성인데 본사가 미혼인 여성이 혼자 운영하기 힘드니 남자친구와 공동명의로 하라고 해서 남자친구와 공동명의로 사업자를 냈데요. 도대체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요."


사실 최근 <한겨레> 보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45살 이상·여성에겐 가맹점 못 줘'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대중의 호감을 먹고 사는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현시대의 역린과 같은 '성별·나이 차별'이라는 갑질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대중이 분노한 듯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피자 측은 "업종 특성상 배달로 인한 리스크 대처와 가맹점 운영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거래 상대방을 정한다. 다만 의지가 확고하면 역량이 다소 부족해도 (창업을) 허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실 이 행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벌어지던 일이었다. 그러나 모든 업체가 다 이렇게 하지는 못한다.

약탈적 자본주의 시스템, 프랜차이즈

필자가 피자 가맹점주였던 시절, 이웃가게는 치킨점이었고 '반올림피자'처럼 전도유망한 브랜드였다. 그 가게를 아들과 함께 운영하던 50대 사장님은 어느 날 내게 '가맹 상담 때 50대 이상은 가게를 안 준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들 명의로 계약했지. 그래서 지금 아들도 같이 일하고 있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7년 전 이야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체 활동 중 만난 D 브랜드 피자의 가맹점주 협의회 회장은 수년 전 내게 이번 반올림피자와는 반대로 여성을 우대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우리 브랜드는 해당 지역에 가맹 희망자가 여러 명이면 여자가 우선 대상자래요. 그 이유가 본사 입장에서 남성보단 여성이 '통제하기 더 쉬워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이들의 거만한 태도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해당 기업의 성장이 '정점'을 찍은 시기라는 것이다. 입소문이 난 프랜차이즈에는 창업 희망자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가맹 희망자를 모실 필요가 없다. 사장은 집무실에서 사무실쪽 창문 블라인드 날을 슬쩍 들어 올리고 상담 좌석에서 대기하는 예비 점주들 중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고르면 된다.

이경미(가명) 점주는 다음과 같은 말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애들도 다 크고 해서 이 사업을 일종의 노후 대책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일이 영업 마무리까지 하면 하루에 14시간 노동입니다. 중노동이에요. 가족에 도움이 되자고 한 건데 요즘 남편이 안 좋아해요.

장사하기 전 소비자로서 프랜차이즈 가게를 방문할 때 위생, 맛, 친절을 정말 쉽게 평가하고 비판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가맹할 때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이 분(사장)이 이래서 견딜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소비자일 때 2만 원을 넘긴 치킨 값을 저도 비판했었어요. 지금은 가맹점주들이 정말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져간다는 걸 알아요. 예전에는 남의 일이었던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을 이제 알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이런 걸 감췄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이번 '반올림피자'의  '성별·나이 차별'은 언뜻 한국 사회의 대표적 이슈 중 하나인 젠더 분쟁과 조기 명퇴 심지어 노인 차별까지 연상시켰다. 그래서 여론의 눈총을 받은 듯하다. 그러나 이번 건은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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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노동시간 투표, 14시간이 제일 많았다. ⓒ 아프니까 사장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종종 벌어지는 이런류의 차별은 경영자들이 점주를 오로지 기업 이익의 도구로 인식하는 것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누군가 주장의 근거를 대라 하면 직장인들이 '워라밸'을 이야기 할때 하루 14시간을 일해야 하는 점주들, 주 4일 근무가 언급될때 주 1일 휴무조차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점주들이 바로 그 근거라고 본다.

대다수에게 친숙하며 때로는 누군가가 선망하는 현대 프랜차이즈 사업, 어쩌면 이 사업의 본질은 자본주의의 부정적 부분을 가장 세련되게 포장한 사업이 아닐까.
#반올림피자 #프랜차이즈 #갑질 #가맹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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