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하나 건너면 커다란 공간에 2세트의 전자 드럼, 여러 대의 기타 등 각종 악기가 모여 있는 것이 흡사 합주실을 연상케 한다.
월간 옥이네
김안성(57)·손미경(54)씨 부부가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9년여 전. 당시 대전에 살던 부부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이 산골의 땅을 매입했다. 당시엔 길도 없는 맹지였지만 이곳으로 매일 퇴근 후 찾아와 늦게까지 손수 집을 지었다. 주일야공(주간 일, 야간 공사)이라니, 요즘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시대가 보기엔 낭만이라 해야 할지 사서 고생이라 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공간을 소개하며 뿌듯함이 묻어나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분명히 이 공간은 자랑스러운 그의 일부일 것이다.
"작은 텐트를 치고 집사람이랑 공사를 했어요. 새벽 2~3시까지. 아내가 잡고 있으면 저는 용접하고 그랬죠. 처음엔 컨테이너 하나를 가져다 뒀었는데 점점 늘려나간 거예요. 지금은 9개 정도를 이어 붙였다고 보면 돼요. 아파트로 이사 나가기 전까지 여기서 4~5년 정도 살았어요."
벽에 걸려있는 가족사진, 오래된 피아노 등 과거 가정집의 흔적이 적잖이 남아있다. 이사를 나간 후 이곳은 김안성씨가 혼자 드럼을 치는 개인 연습실이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진.
"옥천에서 탁구를 하는데 아는 분이 드럼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그땐 탁구장 지하에 드럼을 가져다 놓고 알려드렸죠. 코로나가 터지고 공간 활용이 어렵다 보니 더 이상 거기서 연습할 수 없었어요. 연습이 막히니까, 여기서 혼자 드럼 치고 있으면 알려달라고 찾아오시더라고요. 그렇게 한 명, 두 명 늘어 지금은 19명 정도 모이게 됐어요. 드럼 수가 참여 인원보다 적으니까 시간대별로 오셔서 치고 가시는 거죠."
사람이 점점 늘어나 결국 벽을 허물고 공간을 확장했지만, 이마저도 수용인원을 초과해 시간대를 나눠야 했다. 그는 이곳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청소년들에게 드럼을 가르치고 있다. 매주 연주하는 모습을 찍어 기록하는데 날로 실력이 느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한미구(71)씨는 자리가 모자라 참여하지 못하다 3번의 연락 끝에 이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날이 첫 방문이었는데, 길을 알 수 없어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아왔다. 독학으로 해오다 보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실력을 보이기가 쑥스러웠지만 김안성씨의 권유에 반주기에 맞춰 드럼을 쳐 본다.
"혼자만 하다가 여기에 와서, 또 1년 만에 하려니 잘 안되네요. 저는 태어난 건 서울인데 부모님 고향이 옥천이라 5년 전에 왔어요. 나이도 있는데 뭘 새롭게 하기도 그렇고 해서. 젊어서 못 배웠던 거 다 하러 다녀요. 드럼도 하고, 성악도 배우러 다니고 사실 기회만 있다면 다 쫓아다녀요. 분재한다고 청산도 가고 하는 거죠." (한미구씨)
드럼만 치는 게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