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뉴스타파 보도 관련 발언 갈무리
KBS
이제 이야기해야 할 것은 뉴스타파 보도가 국민의힘이 말하는 것처럼 "자유민주주의 파괴"에 "국민 주권 도둑질 범죄"고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에 해당하느냐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신학림이 뉴스타파에 건넨 녹음 파일은 김만배 몰래 녹음했을 가능성이 크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도 당시 상황에서 김만배가 10여 년도 넘게 지나서 만난 선배에게 굳이 없는 사실을 지어낼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상당수 언론이 '허위 인터뷰'에 '가짜 뉴스'라는 검찰과 국민의힘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무엇이 허위고 무엇이 가짜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대장동이 지난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거슬러 올라가서 자금 출처부터 캐는 게 진실에 접근하는 순서다. 김만배 일당이 시드 머니를 어떻게 확보했는가 추적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미 10여 년 전 윤석열이 이 사건을 수사했고 석연찮게 수사가 중단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가뜩이나 윤석열 부친의 집을 김만배의 누나가 샀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였다. 우연치고는 절묘했고 언론이라면 윤석열과 김만배 사이에 다른 뭔가가 있는지 의심하는 건 당연했다.
확실한 것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윤석열이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커피를 타 줬다는 JTBC의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뉴스타파 기사에도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줬다는 말이 없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왔더니 사건이 없어졌다(수사가 중단됐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을 뿐이다.
녹음 파일 원본을 들어보면 신학림이 "윤석열과 마시고 온 거냐"고 묻자, 김만배가 "직원들이 타주니까 마셨다"고 했고 "검사를 못 만나고 온 거냐"고 묻자 "박길배를 만났는데 박길배가 얽어넣지 않고 그냥 봐줬다"고 말했다.
심인보(뉴스타파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실제로 커피를 마셨다기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있다 왔다는 취지에서 한 말로 이해하는 게 맞다. 이재명(당시 민주당 후보)이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조우형씨 만나서 커피 타 줬지요?"라고 물어본 게 화제가 됐지만 누가 커피를 타 줬는지는 애초에 핵심이 아니다.
둘째,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소개해 줬다는 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박영수는 김만배의 '50억 클럽' 멤버였고 윤석열의 선배였다. 김만배는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었던 애"라고 말한다.
셋째, 박영수의 개입으로 사건이 없어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인데 이 부분은 윤석열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조우형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이 바로 이 대목이다. 이미 경향신문과 JTBC 등이 제기한 의혹을 뉴스타파가 김만배의 발언을 공개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수사 무마가 아니라 수사를 안 했다고?
검찰은 "대검 중수부가 본류 수사를 진행했고 그 차원에서 조우형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면서 "당시 대장동 자금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을 무마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고 그래서 허위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은 주장일 뿐이고 기자라면 당연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첫째, 중수부가 조우형을 수사하지 않은 것이 본류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그럼 중수부가 조우형을 참고인으로 불렀을 때는 조우형의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파악하지 못했단 말인가?
조우형은 박연호(당시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사촌 처남이었다. 남욱과 정영학 등이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 원을 대출받게 해주는 대가로 10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중수부는 조우형을 놓아줬지만 4년 뒤 수원지검에서 같은 혐의로 조우형을 기소했고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윤석열이 조우형을 놓아준 게 아니라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둘째, 박영수가 윤석열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없나? 뉴스타파 기사가 허위라고 주장하려면 조우형과 관련해 박영수가 윤석열을 만난 사실이 전혀 없거나 윤석열 팀에서 조우형을 조사한 적이 없거나 조우형에게 아예 혐의가 없었어야 한다. 그러나 모두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박영수는 조우형이 선임한 변호사였고 윤석열 팀은 조우형을 두 차례 불렀다. 그리고 '사건이 없어졌다'.
윤석열은 이 부분에 제대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TV 토론 때 "그런 사람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게 전부다. 물론 윤석열이 직접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김만배는 조우형이 윤석열 밑에 있는 박길배를 만났다고 말했다) 김만배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일부 상황을 과장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김만배가 박영수를 내세워 사건을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아직 살아있다.
경향신문이 지적한 것처럼 "대장동 대출 건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핵심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대검 중수부가 뒤늦게 밝혔지만, 중수부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우형이 윤석열에게 커피를 얻어마신 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느냐는 의혹은 별개의 사안"이고 "박영수와 윤석열의 막역한 관계를 고려하면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는 시쳇말로 법조 카르텔의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익명 법조인의 말을 인용해 "중수2과장이 누구의 부탁을 받고 조금이라도 사건을 무마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었다"고 지적했는데 이렇게 적당히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