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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바나나 괴담 들고나온 윤석열 정부의 오염수 대처 수준

[팩트체크 인터뷰 ①]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정부의 '괴담 선동'이 더 문제"

등록 2023.09.21 10:28수정 2023.09.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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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논쟁... 정부 vs. 환경단체 우리 정부가 9월 KTX, SRT 등 열차 객실에 배포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자료집 내용에 대해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반박 인터뷰 ⓒ 봉주영

 
지난 8월 24일 시작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가 9월 11일 종료됐다. 방류 기간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책자 7만5천 부를 KTX, SRT 등 열차 객실에 배포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은 아래와 같다.

1) 문 정부는 방류 반대했는데 윤 정부는 찬성한다? 
2) 방류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 
3) 방류 오염수가 3개월 뒤 우리 바다덮친다? 
4) 방류 이후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 것이다? 
5) 후쿠시마 서식 우럭이 우리 바다까지 헤엄쳐온다? 
6) 다른 방법도 있는데 돈 아끼려 바다에 방류한다? 
7) 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을 편들고 있다? 
8) 우리나라는 IAEA만 믿고 검증도 하지 않는다? 
9) 삼중수소는 어류에 농축돼 생태계를 파괴한다? 
10) 오염수 방류하면 우리 소금 오염된다? 


"진짜 충격적이에요. 이걸 진짜 KTX에 꽂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도 탈핵단체랑 함께 지금까지 나온 내용 가지고 돈을 모아 (기차 좌석에) 꽂아야 되나, 이제 그렇게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고민하고 있어요. 우리가 자료가 없는 게 아니거든요."

지난 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이런 책자를 왜 대한민국 정부에서 만들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사실상 백기를 들어 실망했는데, 이런 선전물을 만들어 사실인 양 선동한다는 게 놀라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괴담이라고 한 10가지 중 7가지는 괴담으로 볼 수 없고, 나머지도 일부 극단적인 주장을 인용하거나, 문장 자체가 말이 안되는 내용이어서 애초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최경숙 활동가와 정부 선전물 검증을 진행했다. 아울러 의료인 단체인 반핵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아래 인의협)가 8월 23일 발간한 <후쿠시마 핵오염수와 한국정부 괴담 10문 10답> 등 전문가 반박 자료도 참고했다.


① "윤 정부도 문 정부처럼 방류 반대?" → "윤 정부 사실상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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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부산~수서행 SRT 고속열차 좌석에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이라는 제목의 책자가 비치돼 있다. 문화관광부는 SRT, KTX 차량에 모두 7만5천여부를 배포했다. ⓒ 김보성

   
정부는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방출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면서 "文(문재인) 정부는 방류 반대했는데 尹(윤석열) 정부는 찬성한다?"는 주장을 첫 번째 '괴담'으로 뽑았다. 하지만 최 활동가는 "두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면서 '괴담'이 아니라 오히려 '사실'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이 나서서 오염수 해양 투기는 안 된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반대든 찬성이든 입장을 밝힌 적이 한번도 없어요. 대신 윤 대통령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최종보고서를 인정하고 일본 정부가 과학적으로 잘 할 거라면서, 일본 정부에게 문제가 생기면 한국 전문가를 파견해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세 가지를 요청해서 모양새를 좋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처럼) 처음부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시작하는 것과, (윤석열 정부처럼) 여지를 두고 시작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결정적으로 일본이 윤 대통령 요구 사항을 제대로 들어준 적도 없습니다."

실제 일본 정부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4월 13일 오염수 해양 방출을 결정하자, 국무조정실은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고, 당시 문 대통령도 신임장을 받으러온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에게 방류 결정에 직접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21년 7월 6일 "(정부가) 과거에는 크게 문제 안 삼았다"고 말했고, 그 이후로도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말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윤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이들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라며 비판적인 견해를 비치기도 했다. (관련기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과거엔 문제 안 삼아" 윤석열 발언은 '거짓' https://omn.kr/1udi7)

②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 아니다?" → "인체 영향 없다고 단정 못해"

정부는 두 번째로 "방류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라는 주장을 '괴담'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최 활동가는 "이 문장 자체가 말이 안되고 과학적이지 않다"면서 "방류된 방사성 오염수에 방사성 물질이 얼마 들어있다고 하지, '범벅'이란 식으로 주장하는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탈핵의사회·인의협 자료도 "후쿠시마는 삼중수소만 주로 배출하는 가동 중인 원전과는 달리 세슘137이나 스트론튬90, 코발트60, 플루토늄239 등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핵종(방사성 동위원소)이 원전 바깥으로 배출된다"면서 "게다가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ALPS 처리시스템이 이 모든 핵종을 다 제거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부는 오염수에 남아있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기준치보다 낮은 1리터당 1500베크렐 이하로 배출할 계획인 반면, "커피 한 잔에 삼중수소 4900베크렐만큼의, 바나나 하나에 삼중수소 6000베크렐만큼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오염수가 위험하다면 커피, 바나나는 더 위험하다'는 이른바 '커피-바나나 괴담'이다.

탈핵의사회·인의협에 따르면, 커피에는 삼중수소가 아니라 자연 방사성 물질인 포타슘40(칼륨-40)이 10베크렐, 바나나에는 15베크렐이 들어있다. 최 활동가는 "칼륨의 동위원소인 칼륨-40은 자연 방사성 물질로 우리 몸에서 항상 4000베크렐 정도를 유지하는데 이미 오랫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물질이어서 인체가 적응한 반면, 세슘이나 스트론튬 같은 인공 방사성 물질은 핵 발전으로 노출된 지 이제 100년 정도 된 새로운 독성 물질이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다는 전제로, 커피나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을 섭취할 때 우리 몸이 받는 피폭량을 삼중수소 기준으로 단순 환산한 것이다.

③ "3개월 뒤 오염수 덮친다는 건 가짜뉴스?" → "학계 연구 결과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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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젠종 중국 칭화대 해양공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1200여 일이 지나면 남해안 바닷물 세제곱미터당 삼중수소가 최소 0.29베크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 이종호


   
정부는 "방류 오염수가 3개월 뒤 우리 바다를 덮친다?"는 주장이 "해류를 모르는 사람이 만든 가짜뉴스"라고 주장했지만, 해양 과학자들 사이에도 다양한 연구 결과가 있다.

최 활동가는 "가나자와, 후쿠시마, 히로사키 3개 대학 연구진과 중국 칭화대 연구진도 우리 바다에 3개월 안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고,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도 7개월 뒤면 도달한다고 했다"면서 "적어도 3군데 대학에서 1년 안에 동해안과 남해안까지 오염수가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후쿠시마에서 방류된 오염수가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먼저 태평양 동쪽으로 갔다 다시 한반도까지 오려면 보통 4~5년, 최대 10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북태평양의 복잡한 해류 이동과 확산 흐름 때문에 일부 저농도 오염수가 1년 이내에 우리 바다에 유입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독일 킬 대학 헬름홀츠 해양연구소(Helmholtz Centre for Ocean Research Kiel)는 2012년 7월 '환경 연구 레터스'에 발표한 후쿠시마 사고 이후 10년간 오염수(세슘137) 확산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 3년 만에 태평양 전체로 퍼졌는데, 확산 동영상에서 저농도 오염수가 한국 제주 남쪽바다는 약 220일(약 7개월), 동해에 270일(약 9개월) 정도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일본 가나자와, 후쿠시마, 히로사키 대학 연구팀이 2017년 11월 국제학술지 '해양과학(Ocean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2012~2013년부터 동해의 세슘137 농도가 증가해 2015~2016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동해로 유입되는 데 1년이 걸린다고 봤다.

후젠종 중국 칭화대 해양공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이 2021년 12월 국제학술지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120일(약 4개월) 내에 위도 30도, 경도 40도 범위까지 확산됐고, 1200일(약 3년) 안에 북태평양 지역을 거의 덮는 것으로 나타났다.([인포그래픽]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태평양 침공 https://omn.kr/25bwr)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6월 29일 오염수 방류 일일 브리핑에서 헬름홀츠연구소와 칭화대 연구를 소개하고 "각각의 시뮬레이션에서 방사성 물질의 유입 시기와 그 영향은 유출 또는 방출되는 물질의 총량, 방출 기간 등의 가정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④ "후쿠시마산 수산물 절대 수입 안 한다?" → "방류 인정하면 우리 정부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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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지난 7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언론 보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인근 8개현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최근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수입 규제를 풀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이 안심하기 전까지는 이 지역 수산물을 절대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국제통상 전문가는 물론 국책연구기관도 일본의 방류를 용인할 경우 WTO(국제무역기구) 분쟁에서 한국이 불리하다는 전망을 내놨다.(관련기사 : 송기호 변호사 인터뷰 "IAEA 보고서 동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논리 무너진다" https://omn.kr/24o55)

국책연구기관인 해양수산개발원과 환경연구원·법제연구원·원자력연구원 등이 2021년 7월~2022년 9월 작성했지만 비공개한 <원전 오염수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는 우리가 2019년 WTO 분쟁에선 승소했지만 "일본의 재제소로 인해 제2차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법적 논리로 승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최 활동가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는 우리 정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일본에서 내년 (한국) 총선이 끝나면 WTO에 다시 제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⑤ "후쿠시마산 우럭 헤엄쳐 오는 건 불가능?" → "우럭 아닌 회유성 어종 우려"

지난 5월 후쿠시마 원전 1~4호기 인근 우럭에서 일본 식품위생법 기준치의 180배인 kg당 1만8000베크렐 세슘이 검출됐다. 이에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산 서식 우럭이 우리 바다까지 헤엄쳐 온다"는 건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했다.

이에 최 활동가는 "오염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까 봐 무섭다는 거지, 후쿠시마산 우럭이 우리나라 바다까지 헤엄쳐 온다고 걱정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사는 지역이 정해진 우럭만 보면 (정부 주장이) 맞지만, 여러 바다를 돌아다니는 회유성 어종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우럭은 고등어, 갈치, 멸치 같은 '회유성 어종'이 아니라 주로 연안에 사는 '정착성 어종'이어서 후쿠시마에서 우리나라까지 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우동식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원장은 지난 7월 4일 국무조정실 일일브리핑에서 "회유성 어종의 경우에도 우리 어선이 잡아서 국내에 공급하는 어종과 일본의 태평양산 어종들과는 산란장과 서식지가 분리돼 우리나라에 유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⑥~ ⑩ 검증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omn.kr/25mkh
#후쿠시마오염수10가지괴담 #오염수괴담 #후쿠시마원전오염수 #환경운동연합 #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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