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에 엄마가 보내준 과일로 가득 왠지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조영지
그만큼 과일 값이 후덜덜 하다는 뜻일 것이다. 올해 유난히 과일값이 비싼 이유는 이상 기후로 인해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수원 집 딸이기도 하고, 소비자이기도 한 내가 느끼기엔 농민들이 과일을 비싸게 내놓든, 싸게 내놓든 소비자의 체감 가격은 늘 비싸다.
비싸고, 더, 더, 더, 비싸고의 차이다. 몇 해 전 복숭아 가격이 형편 없었던 적이 있었다. 돈도 안 되는 농사, 당장이라도 그만두겠다며 엄마는 속상해했는데 내가 마트에서 보는 가격은 저렴하지 않아서 그 심정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적도 있다.
농민들은 농작물 값이 쌀 때,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거나 팔기보다 버리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멀쩡한 복숭아들이 밭에서 그대로 썩어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 적도 있었다.
내가 아까워서 발을 종종 거리면 어차피 수확하는데 들어가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한숨만 쉬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나로서는 과일이 비싸다고 구시렁댈 수도, 또 싸다고 신나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11일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열다섯 번째로 장바구니 물가가 비싸다. 집계에 의하면, 서울시민은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사과(1㎏ 8500원)를 먹고 있다고. 대량 생산이 불가한 환경적 요인과 외국과는 다른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이란다.
뭐가 됐든 생산자도,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는 가격 구조는 진정 어려운 것일까? 내가 엄마에게 "올해는 좀 살만 하겠수"라고 능글하게 물으면 엄마는 "그간 적자를 메우려면 한참 멀었다"라고 답을 한다. 웃으래야 웃을 수 없는 웃픈 상황인 것이다.
얼마 후면 추석이다. '햇곡식과 과실이 영그는 풍요로움을 즐기고 만끽한다'라는 추석의 의미가 영 새삼스럽다. 추석 제사상 비용이 지난해 두 배 이상일 거라는 뉴스에 내 마음은 더 곤궁해지기 때문이다.
제사 상차림 비용을 걱정하는 소비자의 마음도, 조상님에게 내년의 농산물 값을 지켜 주십사 비는 농민들의 마음도 추석 보름달님에게 잘 가닿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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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 때문에... 동네 며느리들이 부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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