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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 철도노조 파업에 "불편해도 괜찮아" "엄정대응"

[현장] 수서행 KTX 투입, 고속철도 통합 요구 내걸고 거리로... 반응은

등록 2023.09.14 14:53수정 2023.09.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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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이 철도민영화 정책 중단, 수서행 KTX 투입 등을 요구하며 14일 닷새간의 1차 파업에 나섰다. 부산역 매표소 전광판에 파업으로 열차 운행에 차질이 있다는 안내가 나오고 있다. ⓒ 김보성

 
"뭐 다른 것 같지 않은데요."

14일 부산역 2층에서 만난 한 관계자에게 닷새간 진행되는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영향을 물었더니 어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필수유지인력이 투입돼 있고, 평일인데다 미리 공지돼 혼란이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표소 상황은 다소 달랐다.

일부 열차의 운행 차질에 따라 표를 확보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역사 스피커에서는 여러 번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되거나 지연됐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캐리어를 들고 서울로 가려던 한 시민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김아무개(68) 씨는 노조를 비판하며 윤석열 정부의 대처에 손을 들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엄정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김씨도 이를 거들었다. 그는 "시민의 발을 담보로 이렇게 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4일부터 파업, 부산발 SRT 축소가 부른 파장

반면 정아무개(24)씨는 불편해도 괜찮다며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정씨는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영국이나 일본처럼 민영화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충분히 참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금 인상과 안전사고 급증을 부른 다른 나라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봤다.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플랫폼으로 들어가던 박아무개(35)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박 씨는 "SRT, KTX 이렇게 분리돼 있으니 불편하다"라며 "파업이 너무 오래가는 건 반대하지만, 지금 노조의 주장에는 충분한 일리가 있다"라고 의견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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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이 철도민영화 정책 중단, 수서행 KTX 투입 등을 요구하며 14일 닷새간의 1차 파업에 나섰다. 이날 부산역 광장에 모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는 부산지방본부 조합원들. ⓒ 김보성

 
엇갈리는 반응 속에 현장에서 만난 철도노동자들은 파업의 책임을 정부로 돌렸다. 50대 조합원은 "윤 정부가 결국 사회적 대화를 거부한 거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이아무개 조합원은 "SRT를 확대하겠다더니 부산 노선을 빼내 돌려막기를 했다. 어쩔 수 없다면 수서행에 KTX를 투입하면 되지 않나. 철도경쟁 체제 이유로 논의 자체를 하지 않겠단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6년째 철도에서 일하고 있는 서아무개 철도노조 조합원은 "임단협 협상에서 노조 자체 사안 말고도 수서행 KTX 등을 말하는 건 민영화 수순과 연계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점점 쪼개기로 간다면 철도가 공공재라는 말은 이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업 출정식 핵심 구호에서도 '4조 2교대 전면 시행' 등 노동조건 개선 요구와 함께 '수서행 KTX 투입', '고속철도 통합'이 가장 앞에 배치됐다. 철도노조는 이날 부산을 비롯한 5개 거점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국적으로 1만 3천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들어갔는데 부산역으로는 주최 측 추산 1800여 명이 집결했다.

투쟁사를 낭독한 변종철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은 철도경쟁 체제 유지가 가져온 문제점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그는 "SRT 개통과 함께 KTX의 수서행 진입이 막혔고, 여수·순천·익산·창원·경남·포항 등에서 환승 불편이 나타났다. 이후 20만 국민청원에도 정부는 근본적 해결보다 엉뚱한 정책을 만들어냈다"라고 성토했다.

변 본부장은 "열차도 몇 대 없는 SRT의 지역으로 확대하고, 그 결과가 부산발 SRT 축소로 이어졌다. 우리의 주장은 분명하다. 분리 운영으로 불편을 키우기보다 KTX·SRT 교차운행, 공동운행해 효율적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노조 요구안을 압축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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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이 철도민영화 정책 중단, 수서행 KTX 투입 등을 요구하며 14일 닷새간의 1차 파업에 나섰다. 이날 부산역 광장에 모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는 부산지방본부 조합원들. ⓒ 김보성

 
"열차 안전과 시민 편익 지키는 투쟁"

총파업 선언문 낭독은 청년 조합원들이 맡았다. 박상현, 이원기, 박철웅 각 지부쟁의대책위원장은 이번 파업이 열차 안전과 시민 편익을 지키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파업은 국토부의 고집과 아집이 원인"이라며 "(민영화를) 멈추지 않는다면 철도노동자들이 나서서 폭주를 멈춰 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집회를 마친 부산과 대구, 창원 등의 철도노동자들은 파업 쟁점을 구체적으로 알려내기 위해 바로 대시민 선전전에 들어갔다. 이우백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대협국장은 "여러 지부별로 총파업 선전을 진행하고, 주말에는 민주노총 차원의 결의대회에 함께하며 철도 공공성 문제를 계속 공론화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4년 만에 펼쳐진 이번 파업을 놓고, 코레일과 정부는 불법 딱지부터 붙일 기조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이 부당하다고 몰아붙였다. 그는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정부정책이 목적이어서 정당성이 없다. 불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라고 발언했다.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한 국토부 역시 "노사간 교섭사항 외에 정부정책 사항은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라며 노조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철도민영화를 검토한 적이 없단 해명과 동시에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일방적 파업을 즉각 철회하기를 바란다"라고 맞대응했다.
#철도파업 #수서행 KTX #윤석열 정부 #철도노조 #민영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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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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