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책갈피에 끼워 둔 벚나무잎떨어져 있는 벚나무 노란 잎을 주워 책갈피에 끼우고 가을을 기다립니다.
유영숙
올 여름엔 슬픈 일도 많았다. 태풍이 불고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나고, 집이 부서졌다. 많은 이재민이 생겼다. 터널에 갑자기 물이 들어차서 자동차가 잠기고, 사람이 많이 사망하였다.
대낮 길거리에서 사람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고, 쇼핑센터에서도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소중한 대학생이 운명하였다. 동네 등산로에서도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서 사람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였다. 올여름은 가장 무서운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준비 부실로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였다. 세계적으로 망신이었다. 많은 기업과 단체에서 물품을 지원하고, 중앙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챙겼다. 조금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태풍으로 대회를 중단하고 철수하는 일까지 생겼다. 오히려 잘 된 것 같기도 했다. 청소년들을 열악한 환경에서 보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까. 롯데 타워에서 만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행복해 보여서 조금 다행이었다.
이 모든 일보다 가장 슬펐던 일은 서이초 새내기 교사의 사망이었다. 이 사고로 선생님들께서 교권 보호를 외치며 토요일마다 거리로 나섰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진행하고 투쟁 아닌 투쟁을 하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또 다른 죽음이 계속 이어져서 학교가 불안하다. 걱정된다. 더 이상 세상을 버리는 교사가 없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학교가 정상으로 돌아와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교육 현장이 되길 바란다.
여름이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백로가 지났지만 낮엔 여전히 덥다. 아직 여름이 완전하게 물러날 생각이 없나 보다. 어쩜 추석 전까지는 이렇게 일교차 큰 날씨가 계속 유지될 듯하다. 올여름이 무섭다. 어서 슬픈 소식을 다 가지고 떠났으면 좋겠다. 여름을 몰아내고 싶다. 나쁜 일들과 함께 꽁꽁 싸서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 자꾸 뒤를 돌아보는지 모르겠다.
이제 여름에게 작별 인사하려고 한다. 그동안 곡식을 키워주고, 과일을 영글게 해 준 건 고맙다. 나무를 키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예쁜 꽃들을 피워준 것도 고맙다. 이제 떠나기 전에 풍년이 들도록 황금 들판을 만들어주고 가렴. 그리고 미련 버리고 멀리멀리 떠나렴. 슬픈 소식도 나쁜 일도 모두 품고, 소리 없이 떠나렴. 내년 여름에 다시 만나겠지만, 그때는 올해처럼 너무 덥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