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경찰청 청사.
안현주
광주경찰청, 강력범죄 신고자 얼굴사진 배포
광주광역시경찰청은 지난 12일 '제3회 베스트 112신고자 초청 행사 실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관내 112신고자 중 경찰에 적극 협조해 범인 검거 및 인명구조 등에 기여한 신고자를 엄선해 포상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사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지난 7~8월 기간에 범인 검거에 기여한 시민 2명이 선정됐는데, 이를 홍보하는 보도자료에는 이름 대신 성과 나이만 표기해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방지했다.
문제는 사진이었다. 포상 이후 신고자 2명의 얼굴이 찍힌 기념사진을 보도자료에 첨부해 언론에 발송한 것이다. 신고자의 신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떠나 보복범죄 예방을 위해 철저히 보호돼야 함은 강조할 필요도 없이 수사기관의 기본 중 기본이다.
하지만 광주경찰은 검거 사례를 소개하면서 범행 장면이 담긴 CCTV를 제공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 신고자를 추정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신조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상식에서 벗어난 보도자료가 실무 부서와 홍보 부서의 결재 라인을 두 번 거쳐서 언론사에 발송하기까지 누구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광주경찰은 보도자료 배포 전에 신고자 2명에게 개인정보 공개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보도자료에는 신고자들의 이름을 숨기기 위해 ○모씨라고 표기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신고자의 이름은 감추고, 얼굴은 드러내는 해괴한 보도자료를 수사기관에서 발송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신고자 얼굴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 매체들
언론도 책임을 피해갈 순 없다. '경찰에서 보낸 자료'라는 정도의 핑계로는 신고자의 얼굴을 기사로 전송한 보도 행태가 면책될 수 없다. 보도자료가 모두 기사화되는 것은 아니니 1차적인 책임은 소스를 제공한 경찰에 있겠지만, 데스킹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기사화된 2차적인 책임은 기자와 언론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자료와 이런 보도 행태로 인해 신고자의 신원이 노출되면서 보복범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을까. 또 실제 보복범죄가 실행된다면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순찰 중이던 지구대 경찰관이 상가 화재를 목격하고, 초기에 진압했다는 홍보영상, 산책을 하던 경찰관이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구했다는 경찰청의 미담 보도자료가 떠오른다. 업무 범위도 근무 시간도 아닌 경찰관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주저 없이 나섰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믿음과 신뢰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광주경찰도 보도자료 말미에 "베스트 112신고자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시민과 협력한 좋은 사례를 지속, 발굴함으로써 올바른 신고 문화 정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적고 있다.
경찰의 신고자 신원 공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연 누가 올바른 신고 문화 정책을 방해하고 있는지, 누가 보복범죄의 위험성을 얕잡아보는지 경찰과 언론인 스스로 생각해볼 일이다.
그 어떤 '신고자'도 홍보의 대상이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광주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관계자는 "사진을 배포하기 전 신고자 2명으로부터 개인정보 공개 동의를 받았다. 돌이켜보니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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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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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신고자 얼굴 공개한 경찰, 받아쓴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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