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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꽃, 벼과(화본과), 고금도 ⓒ 박남수
나락(벼)에도 꽃이 있다. 벼꽃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핀다. 두 쪽의 껍질이 반으로 갈라지며 안에서 6개의 수술이 나오고 그사이에 솜 같은 암술 1개가 있다. 바람이 불면 수꽃 가루가 암술에 날려 수분된다. 줄기에서 이삭이 먼저 패고 나중에 꽃이 핀다.
벼의 성장 기간은 의외로 짧다. 모내기 후 100일 동안 농부들의 88(米)번의 정성과 땀으로 마침내 추수된다. 전남 완도의 경우 5월 하순 경 모내기하고 10월 중순에 추수하니 100일은 넘는 셈이다.
청동기 시대에 본격화된 벼농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나 다름없다. 고깃국에 흰 쌀밥을 원 없이 먹어보는 게 우리 조상들의 오랜 소원이었다. 쌀 때문에 계급도 생기고 전쟁도 벌어졌다. 일제가 우리의 쌀을 수탈해 갔던 역사적 사실을 수출이라 우겼던 암울한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자급을 넘어 쌀이 남는 시대요, 밥을 먹지 않는 세상이다. 쌀의 위기이자 역사의 위기다.
가수 홍순관은 나락 한 알 속에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이 스며 있다고 노래한다. 그래서 쌀 한 톨의 무게가 생명의 무게, 평화의 무게이자 농부의 무게, 세월의 무게라고 한다. 또 우주의 무게라고 노래한다.
꽃을 찾아다닌 지난 20여 년 세월이 늘 부끄러웠던 건 매일 먹는 밥이 어떤 꽃의 결실인지 알지 못한 까닭이었다. 벼에도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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