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인생학교 101명의 구성원들이 모두 맛있게 즐긴 비빔밥 정식
양석원
점심시간이 다 되어 사람들이 한둘씩 줄을 지어서 비빔밥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제 비빔밥에 화룡점정 고추장을 내어놓을 시간이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나. 어제 미리 만들어 둔 고추장을 고기를 만들 때 다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고추장 양념이 고기에 배었으니 두고, 고추장은 나중에 양념으로 따로 준비해서 비빔밥과 함께 섞어 먹는 것이 우리의 비빔밥 먹는 방법임을 알려주었다. 맛있는 삶을 위한 소중한 교훈을 하나 남겨둔 셈이다.
키친마마가 학교 전체에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인 게스트 요리사들. 오늘 우리의 한국인 게스트 요리사들이 보세이 식당에 점심으로 비빔밥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하나 둘 씩 비빔밥을 완성해서 식당 식탁에 둘러앉아서 비빔밥을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준비한 우리도 가장 먼저 그리고 제대로 비빔밥을 준비해서 열심히 비벼서 한 숟가락을 했을 때 모두가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인 학생들과 비빔밥을 먹을 때도 포크가 나이프를 사용하는 덴마크 친구들과 차이를 눈 앞에서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고, 교장선생님을 비롯해서 학교에 근무하는 다른 분들이 특히 비빔밥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연신 한국 학생들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김치는 아주 맛있는데, 덴마크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만 더 덜 맵게 해 달라는 특별하고 간곡한 주문도 들어왔다. 비빔밥에 고추장 맛을 아는 니콜라스 선생님은 고추장이 없어서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비빔밥과 한국의 매운맛을 좋아하는 탓에 아마도 자신이 다른 나라에 잘못 태어난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
덴마크 친구들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비빔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우리들 역시나 흐믓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101명의 비빔밥을 준비하는데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꼬박 3시간의 시간이 걸린 것 같은데, 그 모든 시간과 노력을 보답하듯이 식사를 마친 덴마크 친구들이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계속 건네주었다.
비빔밥 만들기 프로젝트는 원래 덴마크 인생학교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미리 계획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만큼 문화를 잘 전달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이 없는 것 같다.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언어도 문화도 서로 다르지만 서로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행복이 그다지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덴마크 사람들은 왜 행복한가요?' 같은 질문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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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만들기 수업을 거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입니다.
IT/인터넷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했고, 코워킹 스페이스를 창업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삶을 위한 자유학교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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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인생학교에서 비빔밥 101인분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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