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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학생인권조례 문제 안 삼아... 교육부 입장 바꿔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록 2023.09.18 10:59수정 2023.09.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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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사들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검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 9.16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를 진행했다. ⓒ 소중한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회복을 위한 교사들의 집회가 매주 토요일 국회 앞에서 열리고 있다. 교사들의 요구 중 하나는 아동학대 법에 대한 법 적용을 달리해 달란 것이다. 이에 국회 교육 상임위는 지난 15일 전체 회의에서 교권 보호 4법을 의결했다.

교권 보호 4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또 교사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왜 발생하는지 궁금해 지난 15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최근 초등학교 교사들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교권 문제가 화두인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지난 7월 18일, 서이초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전국의 교사들이 그 일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문제로 공감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집회를 통해 교권 보호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부모들의 과도한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로 무분별하게 고소되는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국회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국회 교육위가 다섯 차례에 걸쳐 법안소위 열었고, 길고 치열한 논의 끝에 여야 간의 합의를 본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이른바 교권 보호 4법에 관한 법안 합의가 이루어져 15일 아침에 교육 상임위 전체 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선생님들의 교권 보호에 도움이 되는 법안이 교육위에서 의결되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진전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을 왜 자기 문제로 생각했을까요?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로 인한 교사들의 피해와 심적 부담이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부터 교육활동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교사와 갈등이 있을 경우 일부 학부모들이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점점 늘어났어요. 


전체를 보면 1년에 수천 건에 이르는 아동학대 신고가 발생했고 그중에 최종적으로는 약 1.6%만 검찰에서 기소합니다. 거꾸로 보면, 98.4%는 기소될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학부모들이 신고와 고소를 남발한 것이 되잖아요. 이런 일이 빈번하니, 선생님들은 고소와 신고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선생님들이 자신 있게 아이들을 상대로 교육활동을 하는 게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것이지요."

- 아동학대처벌법 중 정서적 학대 문제의 경우 기준이 모호하단 지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신체적 학대는 눈으로 확인 가능하고 객관적인 진단도 끊을 수 있지만 정서적 학대는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제 법원에서도 판례가 부족하고 사안마다 판결이 다르다고 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 고려한다고 하지만 그러다 보니 다른 사건보다 하급심 판사 재량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고의성 있어도 '무죄'가 나오고 훈육이어도 '유죄' 가능성이 있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정서적 학대, 이 부분이 가장 문제입니다."

- 그럼, 정서적 학대의 기준은 뭔가요?

"누구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헌재는 정서적 학대 조항이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보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관이 범행 동기, 경위, 아동의 상태, 가해자 성향, 범행 반복성 등을 따져 구체적 사례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마디로 그냥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겁니다. 또 대법원은 '아동 발달이 저해될 위험 또는 가능성만으로도, 정서적 학대로 인정할 수 있다'라는 판례를 내면서, 정서적 학대 사건은 기준이 매우 모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현재 누구도 정확한 판단 기준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 그럼, '정서적 학대'의 기준이 계속 논란이 될 것 같네요?

"그런 점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그래서 이번 교육위에서도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널리 보장하는 조항도 넣고 그런 취지를 초·중등교육법에도 담았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정당한 생활지도인지 아닌지를 놓고 다투려 할 것이고 정서적 학대는 이런 부분을 놓고 신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입법 취지가 있기에 확실히 신고를 줄일 수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조항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지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고 여타 법안도 보건복지위에 제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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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위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교권 보호 4법이 교육 상임위 전체 회의에서 의결이 됐다고 하셨잖아요. 교권 보호 4법은 무엇이고 주요한 내용은 무엇입니까?

"'교권 보호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에서 교권 보호를 담은 내용의 개정을 말합니다. 교사의 교육활동 보장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과 취지를 담은 것으로 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의 요구도 많이 수렴하여 만든 것입니다.  

주요 내용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교권 침해 학생과 피해 교사의 분리, 아동학대 신고 시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있습니다.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자의 협조와 존중 의무'를 명시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만들었고 이 밖에도 '교육활동 침해 교원 보호를 위한 공제 사업'을 실시하고 이를 '학교안전공제회 등에 위탁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또 학부모가 교육활동을 침해할 경우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 이수, 과태료 부과' 등 대응 조치를 강화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한 조항과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 해제하지 않도록 한 조항 등은 본회의 통과 즉시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이제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기에 아동학대 신고 남발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겁니다. 또 교사에 대해 악성 민원을 반복해서 제기하거나 강성으로 하는 것도 교권 침해 행위로 포함시켜서 방어할 수 있게 했어요."

- 교사들의 행정 업무 과다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서이초 선생님이 남긴 글에도 학부모가 힘들게 한다는 것도 있지만 업무 폭탄 때문에도 힘들다는 기록도 있어요. 교사들이 학교에서 수업하고 아이들 생활지도만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선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학교에 내려보내는 행정 업무를 (학교에서) 수동적으로 이행하는 일이 수십 년 동안 이루어져 왔습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공문을 보내고 교사들은 공문들을 받아서 이행했는지 안 했는지 또 다시 보고하고, 이런 식이니 기본적으로 행정업무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선생님들 사이에 행정 업무하는 사이에 수업한다는 자조적인 한탄의 말도 있었습니다.

교육과 관계없는 이런 일들을 선생님들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니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행정업무 부담이 많고 그중에서도 민원이 들어올 가능성이 많은 학교폭력 관련 업무는 서로 힘드니 안 하고 싶어 합니다. 서이초 선생님 입장에서도 이런 업무적인 부담도 어마어마하게 컸을 거예요. 복합적으로 선생님을 힘들게 해서 결국은 비극적인 결과까지 나오게 된 것이지요. 아동학대처벌법을 고치고 선생님들이 교권을 지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게 우선 시급하지만, 이건 응급조치이고 앞으로 교사들을 수업이나 교육이 아닌 행정업무로 지치게 만드는 상황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 학부모 민원 처리는 어떻습니까? 이 부분에 대한 문제도 많은 것 같은데요?

"학부모 민원이 예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늘어나고 다양하고 적극적입니다. 민원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고 소통하고 참여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만 학부모의 이런 민원에 직접 노출되고 전담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사실 교장 선생님이 학교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분이기에 민원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교사에게만 일방적으로 맡겨진 측면이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 학교장이 학부모 민원을 책임지고 처리한다는 걸 명시적으로 만들어서 법안에 넣었습니다. 앞으로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체계적인 민원 응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이번에 악성 민원, 반복적인 강성민원 등은 교원 침해 행위로 규정했기에 이런 부분들은 확실히 줄어들기를 기대합니다."

- 교사들은 '즉시 분리 조치'가 법안으로 제정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어떻게 된 겁니까?

"코로나를 겪으면서 심리 정서적으로 되게 불안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잖아요. 그래서 수업이 진행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는 거예요. 이런 경우 선생님이 말로 주의를 줘도 안 되는 경우 교실 바깥으로 내보낼 수가 없었어요. 이게 정서적 아동 학대로 (신고가) 들어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그 아이들이 수업을 방해하고 나아가 다른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경우 교실 바깥으로 즉시 분리할 수 있게 하는 그런 법적 권리를 선생님께 주고자 했습니다. 

분리된 아이를 복도 등에 방치하지 않고 학교 별도 공간에서 담당자 선생님이 아이를 진정시킨다든가 그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든가 하고, 만약 시간이 좀 길어지면 아이가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걸 법적으로 뒷받침하려고 한 겁니다. 이런 법안을 이번에 제가 발의를 했는데 교육부가 반대해서 통과가 안 됐습니다."

- 교육부가 반대한 이유는 뭔가요?

"이번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8월 17일 즈음 교육부가 생활지도 고시를 만들고 그게 9월 1일부터 적용되니 그 고시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고시에서 해당 학생을 분리할 수 있게 해놨다고 계속 고집을 피우는 거죠. 그런데 선생님들은 분리만 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일단 고시는 법보다 지위상 효력이 훨씬 약하잖아요. 또 즉시 분리만이 능사는 아닌 게, 그냥 두면 그 아이는 또 방치될 수 있잖아요. 그걸 학교가 알아서 학칙으로 하라고 고시에는 돼 있는데, 그게 아니고 별도의 공간에서 아이를 지도하고 돌볼 수 있는 전담 인력 등이 배치되어야 합니다.

그 아이도 사실은 자기가 의도해서 그런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정서적 심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니, 적절하게 치료받거나 조절될 수 있는 교육적 회복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을 위한 예산이나 전담 인력을 명확하게 해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고시에 그냥 '즉시 분리할 수 있다'고 넣는 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어요."

- 정부와 국민의힘에서는 학생인권조례안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요.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안 폐지하려는 것 같은데.

"오히려 선생님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이번에 드러난 이 문제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이 아니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아무 대책 없이 이렇게 오랫동안 학교가 방치되도록 한 책임이 제일 큽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마치 학생 인권과 교권이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한쪽이 커지면 한쪽이 작아지는 그런 대립 갈등의 관계로 설정하여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비슷하게 처음에 그런 이야기를 했잖아요. 

하지만 교사들은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고 법안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의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부도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입니다. 그래서 그런 대립적 인식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만들어서 학생인권조례 없애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잘못된 겁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강민정 #교권회복 #교권보호 4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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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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