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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공격한 윤 대통령, '왜적' 쓰지 말라는 페북... 참 공교롭다

[取중眞담] 구체적 설명없이 "혐오발언 삭제"만 반복하는 페북... 이용자 의구심 해소 나서야

등록 2023.09.21 17:25수정 2023.09.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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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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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9월 20일 '홍범도 장군의 절규' 시를 올렸던 이동순 시인의 계정 이용을 차단했다(왼쪽). 18일에는 지난 2019년에 올린 시 '독도 우표'를 '혐오 발언' 규정 위반으로 삭제했다고 통보했다. ⓒ 이동순 시인 페이스북

 
'홍범도 장군의 절규'를 쓴 이동순 시인이 결국 페이스북 계정 이용을 차단당했습니다. 최근 이 시인 게시물 3건이 삭제됐는데, 페이스북은 '왜놈' '왜적'이라는 표현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삭제 게시물 중에는 무려 4년 전인 2019년에 올린 '독도 우표'라는 시도 포함됐습니다.

페이스북은 해당 논란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공유한 게시물도 '혐오 발언' 규정 위반이라며 삭제했습니다. 언론 보도마저 '왜놈'이라는 표현을 인용했다는 이유로 '정체성을 바탕으로 개인 또는 집단을 공격하는 콘텐츠'라고 본 겁니다.(관련기사 : '왜놈'이 혐오발언? 페이스북, '홍범도 장군의 절규' 삭제 논란 https://omn.kr/25l7t)

페이스북, "혐오발언 즉시삭제"만 반복

이같은 페이스북의 삭제 조치를 이용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로 받아들이고 '홍범도 시 퍼나르기' 캠페인까지 벌였습니다. 류근 시인을 비롯해 추미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동참했지만, 페이스북은 여전히 게시물 삭제와 계정 차단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기자도 취재 과정에서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코리아 몇 차례 해당 게시물에서 문제가 된 표현이 무엇인지를 묻고 복원 가능성을 문의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메타코리아는 "저희 정책에서 혐오발언이란 인종, 민족, 국적, 종교, 성별, 장애 등 보호받아야 할 사람의 특성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정의된다"면서 "해당 정책을 위반하는 게시물은 발견 즉시 삭제한다"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기만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허위정보와 혐오발언 확산 매개체로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정확한 사실 확인보다 '빠른 삭제 처리'를 더 중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의 앞뒤 맥락을 살피지 않고 단지 특정 단어나 표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문학 창작물이나 언론 보도까지 '혐오 발언'으로 규정하면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에도 "공유할 만하며 공익에 부합하는 콘텐츠라면 경우에 따라 저희 규정에 반하는 면이 있더라도 허용될 수 있습니다"라고 예외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페이스북은 2016년 10월 '네이팜탄 소녀' 사진을 '외설'이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전세계적 비판에 복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6월 여성단체의 '상의 탈의' 시위 사진을 '음란물'이라며 삭제했다가 복구하고 페이스북코리아가 공식사과 했습니다.(관련기사 : "찌찌가 별거냐" 내가 페북 앞에서 옷 벗은 이유 https://omn.kr/ri0b)


트위터에도 그대로 게시됐는데... 

'홍범도 장군의 절규'도 일제 강점기에서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을 지낸 홍범도 장군 관점에서 최근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을 이전하려는 국방부 등 국내 정치권력을 풍자한 시입니다.

국내 언론은 대부분 이 단어가 들어간 홍범도 시를 그대로 내보냈고, 트위터(현 'X')를 비롯해 네이버나 카카오 등 다른 포털이나 SNS에서도 시 전문이 별다른 조치 없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다만 사전적으로 '왜놈(倭놈)'은 "일본 사람, 특히 일본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도 '차별 표현'으로 규정해 이용 자제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표현이 쓰인 앞뒤 맥락을 보면 '일본인을 공격하는 혐오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 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 대목에서 '왜놈의 땅'은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왜놈'은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나 시 앞부분에도 등장하는 '친일매국노'를 비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적어도 이 시에서는 "비속어가 아닌 문학적 표현"(김동규 동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이나, "나라를 빼앗긴 약자가 강자에게 저항하는 일종의 저항 표현"(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포털-SNS 압박... 페북, 왜 지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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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페이스북코리아의 홍범도 시 삭제 조치가 우려스러운 건, 공교롭게 최근 윤석열 정부의 '반일 감정' 비판이나 '가짜뉴스 근절' 행보와 겹치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비롯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한미일 협력 체계 등 정부 비판 여론을 겨냥해 "반국가 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9월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하고 있다고 했고, "AI와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9월 12일 국무회의)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 6일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해 포털과 SNS 등 사업자의 허위정보 관리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렇듯 정부가 인터넷 사업자를 압박하면, 국내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플랫폼 역시 '검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미 적지 않은 이용자들은 2022년 12월 박대성 전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이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점을 들어 메타코리아의 행보에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습니다(현재는 그만둔 상태).

몇몇 이용자들은 '페북 주커버그에 대한 항의: 검열을 멈춰라!'는 웹자보를 만들어 게시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이런 반응을 과하다거나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 원인 제공은 삭제 조치를 한 페이스북에 있습니다. 이런 의심을 해소하려면, 한국 이용자들 여론에 더 귀를 기울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더 늦기 전에 홍범도 시 삭제 논란에 대한 경위부터 이용자들에게 투명하게 밝히고, 공익성을 따져 삭제된 콘텐츠를 복원해야 합니다. 부디 페이스북이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를 막는 훼방꾼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페이스북 #홍범도시삭제 #이동순시인 #가짜뉴스근절 #혐오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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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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