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문장들> 겉표지.
마음산책
<생텍쥐페리의 문장들>은 '사랑과 우정과 연대', '인생의 의미', '자기만의 별을 찾아서', '석양이 질 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첫 장 '사랑과 우정과 연대'는 잊고 있던 나의 젊은 날을 소환했다.
친구와 편지, 펜팔, 연애편지 등 손 편지를 썼던 1980~1990년대에 생텍쥐페리를 인용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너와 만나기로 한 1시간 전부터 행복하리라고, 수많은 장미 중에 소중한 꽃 한 송이가 된 것은 시간을 내줬기 때문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뿐인가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같은 방향을 보는 거야 (30쪽)"라며 카페에서 남자친구 옆자리로 슬쩍 옮겨 앉기도 했었다. 노트나 다이어리 등 문구류에도 <어린 왕자> 그림이 많아서 따라 그렸던 기억이 난다. 당시 미소년 연예인들에게는 어김없이 <어린 왕자>란 수식어가 붙었다. 지금은 모두 나처럼 중년이 되었겠지.
2장 '인생의 의미'는 제목처럼 문장마다 삶에 대한 그의 진중한 통찰력이 배어있다. 그는 비행기 조종사로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치열하게 삶의 의미를 찾았다. 위험이 큰 직업 때문일까? 아니면 비행기 사고로 불시착한 사막에서 죽음을 직면한 경험 때문일까? 생텍쥐페리는 미래보다 현재에 더 무게를 두었다. 미래를 위한 행동일지라도 지금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불변성이 내 기쁨을 빼앗아 가지는 않으며,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이 오렌지 반쪽이야말로 삶에 가장 큰 기쁨을 안겨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등을 대고 누워 오렌지를 빨아 먹으며 별똥별을 센다. 자, 나는 잠시 무한한 행복을 누린다. (93쪽)"
밤하늘을 날아도 땅에 누워도 그는 늘 별을 헤아렸나 보다. 3장 제목도 '자기만의 별을 찾아서'이다. 자연스럽게 '어린 왕자'가 살았던 별이 떠오른다. 양 한 마리와 바오밥나무, 화산 3개 그리고 가시를 4개 가진 장미가 있는 별 B612.
마침 '천왕산 책 쉼터'에서 2주간 (9월 13일, 20일) <어린 왕자> 낭독회가 열렸다. 참가한 5명이 한 쪽씩 돌아가며 읽었다. 20여 년 만에 다른 이의 목소리로 만난 <어린 왕자>는 유명하고 익숙한 문장도 새롭게 다가왔다. 내 차례가 아닐 때는 문장을 들으면서 그림도 그리고 메모도 했다.
어릴 때 나는 어린 왕자 편에 서서 '어른들은 이상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 50대에 다시 읽으니 각각 별에 혼자 사는 어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본다. 명령하기 좋아하는 왕, 칭찬만 듣는 허영심에 빠진 사람, 창피함을 잊어버리기 위해 술 마시는 술꾼, 평생 재산을 계산만 하며 사업가, 일 분에 한 번씩 가로등을 켰다 껐다 하며 쉬는 것이 소원인 사람. 내가 삶에서 놓치고 있었던 것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