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순천만 정원 박람회장을 걷다보면... 어느새 자연의 여유 느껴집니다

오천 그린 광장의 이모저모

등록 2023.09.28 16:17수정 2023.09.28 16:17
1
원고료로 응원
전남 순천만에는 정원 박람회장이 있다. 온갖 정원의 형태를 만들어서 박람회라는 옷을 덧대고는 독특한 컨셉의 경관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치 정원은 인간들의 가공에 의해 만들어 놓은 자연풍광이라고 할까. 

이 정교한 인간의 자연조작은 시각적인 면에서 참으로 대단한 작업이다. 그 안에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생각하게 만들고 여유를 누리게 한다. 대단한 발상이다.   
   
a

오천그린 광장의 시작지점 ⓒ 장희석

   
박람회장의 남문 입구에 있는 저류지 주차장에 주차하고 박람회장과 반대쪽으로 가면 '오천그린광장'이다. 지역명이 오천동이라 그런지 이곳은 원래부터 서천의 천변으로 홍수에는 늘 물에 잠긴 저류지역을 매립했다. 주변에는 서천의 물을 끌여들여서 흐르게 하고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흐름으로 놓아두고 있는 셈이다.
 
a

저류지의 호수공원 ⓒ 장희석

   
저류지의 다리를 건너면 바로 야외공연장이다. 주말이면 그래도 이름깨나 있다는 예술가의 공연이 10월말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a

홍련은 피어나고 ⓒ 장희석

   
저류지의 수변공원은 서천과 이어져서 물의 흐름이 막혀있지 않는다. 이제 막 시작된 연밭의 홍련은 점점 호수을 덮기 시작한다. 홍련 중간 중간 백련은 홍련과 어우려지고 있다. 웬지 모를 홍련의 가날픔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애처럽게도 보인다. 호수의 물은 맑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들은 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고개를 들고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피면서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인사를 한다.
 
a

맨발의 산책로 ⓒ 장희석

 
 오천공원은 산책로가 2.4km에 이른다. 산책로는 마사토로 된 흙길이다. 흙을 밟는 느낌이 그러하듯이 좀더 땅과 가까워지고 보면 웬지모르게 땅이 더 친근해진다. 촉감은 그렇게 인간의 오감의 한 부분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a

흙길위를 맨발로 ⓒ 장희석

   
산책로에서는 사람들의 발들이 사그락거리면서 춤을 춘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사람들은 온통 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미묘한 통증과 촉감으로 전해지는 쾌감과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a

신발은 가지런히 정리된 채로 ⓒ 장희석

   
흙길을 걷는 사람들은 신발을 적당한 곳에 그대로 벗어놓고 광장을 한바퀴 돌고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와서 신발을 찾아 신고 간다. 신발은 벗어놓을 자리가 따로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냥 아무 곳이나 편한 자리에 벗어놓는다.
   
과거 검정 통고무신 하나에도 목매던 시절에는 달리기를 할 때도 신발을 두손에 꼭 붙들고 맨발로 달리던 시기도 있었건만 이렇게 신발을 그냥 팽개치듯이 벗어놓아도 분실했다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a

아름 모를 억새같은 풀 ⓒ 장희석

   
걷다보면 만나는 것 중의 하나는 이 이름 모를 억새같은 풀이다. 가지런히 정돈해 놓고 있지만 마치 바람따라 흔들거리는 모습은 우리읜 전통 억새같다. 그러나 우리의 것인 억새를 심지 않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억새가 갖는 우리들의 추억이 약간은 변색되는 느낌이다. 
 
a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여유 ⓒ 장희석

   
광장의 안쪽에는 사람들이 여유스러운 휴식 장소다. 평일인데도 여유스러움을 갖는 것은 삶의 풍요와 같은 것이 아닐까.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 것은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갈등과 이해관계이지만 그것은 그들의 몫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이만큼 그래서 세상을 또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먹는 것을 싸와서 한잔씩도 하면서도 언제나 광장은 깨끗함을 유지한다. 시민의 의식은 이렇게 진일보하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인데, 무엇이 잘못되어서 자꾸 세상이 불만스러울까.
 
a

오수 ⓒ 장희석

   
이런 여유스러움은 옛날옛날 유럽의 휴양지의 모습과 같다. 그냥 한숨을 자고 나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지기도 할지 모른다.  
a

벤치 ⓒ 장희석

 
걷다 지치면 쉰다. 넓은 초원의 광장은 마음 한켠을 채워주는 여유로움의 한자락일지 모른다. 맨발로 걷고는 불난것 같은 발바닥을 서늘한 잔디에 얹혀 놓는 것이 또하나의 쾌감으로 전해올지도 모른다.  
a

중간중간에 놓인 조형물 ⓒ 장희석

   
광장의 중간중간에 놓인 조형물은 마치 놀이기구와 같다. 그리고 널다란 초록의 광장에 놓여 마치 스위스의 어느 산골을 연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조형물 안에는 벤치와 같은 장의자가 놓여 있어서 아마도 비라도 오면 피할 수 있을라나 싶다.
 
a

가로등 ⓒ 장희석

   
어스름으로 다가온다. 가로등이 하나씩 하나씩 점등된다. 이런 어스름의 시기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흙과의 마찰음을 즐기면서 땅을 만끽하고 있다. 이것이 또 삶이지 않을까. 
 
#순천만 #오천그린광장 #정원박랍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은 늘 외로운 행군과 같은 것. 우리는 그 행군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얼키고 설키고 하면서 사는 것이지 싶다. 좀더 현상에 충실하고 싶다. 그리고 이 외로운 삶의 현장을 깊이있게 느끼고 싶다. 그러는 어느 순간 나라고 하는 내가 스스럼 없이 무너질 것이고 그리고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그것은 순간이 분명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