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저장시설제주 CFI 미래관에 설치된 에너지 저장 시설.
정희원
풍력발전기가 멈춘 이유는 바로 '전력 과잉생산'에 있다. 제주도는 2012년 '탄소 배출 없는 섬' 선언 이후 태양광 발전 시설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전력 수요가 떨어지는 계절에는 재생에너지가 과잉생산돼 출력제어가 자주 발생한다.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면 제주지역에 대규모 정전상태(블랙아웃)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태양광의 경우, 발전 출력제한은 2021년 1회에 그쳤지만, 올해는 6월 말까지 51차례를 기록하며 전력 과잉생산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전선 설치 비용 문제는 전력 과잉생산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가둬 뒀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설비 도입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산업부는 최근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6년까지 26GW 규모 ESS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최대 45조 4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소요 재원을 밝혔다.
송전선은 완도 주민 반대로 난관
송전선 문제도 마찬가지다. 제주 지역에 과도하게 생산된 에너지는 연계선을 통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육지로 보내야 한다. 문제는 연계선 설치가 제주 주민만의 동의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주에서 전남 완도로 전력을 보내는 송전선(HVDC)은 올해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완도군 주민의 반발로 착공이 늦춰졌다.
송전선 설치가 제주도의 불안정한 전기 수급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임이 밝혀지면서 완도 주민들이 전자파에 따른 건강권 침해와 높이 세워진 송전탑의 조망권 침해를 들어 건설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과 겨울철에 대규모 정전 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제주도는 빠른 송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하지만 어떤 정책도 당사자인 주민들 민원 해결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렵다.
제주도가 탄소 배출 없는 섬으로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CFI 미래관의 임동환 대리는 꼭 필요한 기반 시설을 설치하려 할 때 발생하는 민원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떤 기반시설 구축이든 사업에 직접 영향받는 100명이면 100명의 민원을 전부 해소해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발전은 어업권과 조망권 침해
▲ 풍력발전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에 있는 한국남부발전 국제풍력단지. 풍력 같은 자연 에너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시각 공해(optical pollution)와 어업권 침해 등의 문제가 있다. ⓒ 이봉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