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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대관 불허된 부산반핵영화제... '친원전' 윤석열 정부 눈치보기?

과거엔 7번이나 문제 없이 진행했는데...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특정 정당 참여해 불가"

등록 2023.10.05 16:10수정 2023.10.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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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반핵영화제 개최 장소 대관을 불허해 논란을 빚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 김보성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가 부산반핵영화제 개최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정당이 조직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인데, 과거의 어느 정부에서도 벌어지지 않은 일이다.

영화제 주최 측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기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소규모 문화행사에까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센터 측 "원칙대로 한 것"... 조직위 "왜 올해만?"

13회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최근 정당이 참여하는 영화제의 대관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석 달 전인 7월 가계약 추진에 이어 지난달 18일 정식 대관요청서와 기획안을 낸 이후 갑자기 이 같은 통보가 이루어졌다.

센터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개인의 정치 활동 및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시청자미디어센터 운영지침 12조를 근거로 내밀었다. 한마디로 지침에 위배돼 참여 정당을 조직위에서 빼야 장소 대여가 가능하단 얘기다.

부산반핵영화제의 개최가 문제가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규모이지만 전국 유일의 핵 관련 영화행사인 부산반핵영화제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참사를 계기로 시작돼 원전과 핵무기, 송전탑 건설 등으로 고통받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알려왔다.

조직위에는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여러 정당이 망라돼 있고, 비영리 행사인 탓에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올해만 열세 번째로, 이 가운데 일곱 번을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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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반핵영화제 개최 장소 대관을 불허해 논란을 빚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입구 벽에 '모두를 위한 미디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 김보성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회부터 2012년 2회, 박근혜 정부 시기 2013년 3회, 2014년 4회, 2015년 5회, 문재인 정부 시기 2017년 7회, 2018년 8회 등 그동안 한 번도 장소 대관으로 부침을 겪지 않았다. 영화제의 상영작품은 매회 새롭게 선정됐으나 조직위의 구성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커지는 반발... '정부 방침과 연관 있냐' 묻자 센터 측 "노코멘트"

그러나 이번엔 운영지침을 내세워 행사에 제동을 걸었는데,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검증을 강화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센터 관계자는 "요즘은 (과거보다) 더 세세하게 기획서를 살펴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당들이 포함돼 있단 걸 확인했고, 원칙대로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최 단체가 누구냐에 따라 행사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이 부분이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사나 정부의 방침과 연관돼 있느냐 질문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엔 코멘트하기가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와 활동가들은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취임하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내정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친원전을 외치는 정부의 태도도 사태에 한몫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말로는 자유를 외치면서 다양성을 억압하는 상황이 기가 막힌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부산민예총의 황정모 사무처장과 임미영 어린이책시민연대 동부산지회장도 "정당은 한 부분으로 참여하는 것인데 불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디어문화 활성화를 위해 모든 공간을 대관한다는 센터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행사준비가 시급한 탓에 조직위는 어쩔 수 없이 장소와 일정을 바꿔 행사를 연다. 강언주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지난 회의에서 그동안 함께한 정당을 제외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11월 24일~25일 양일간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영화제를 개최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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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is핵'을 주제로 내세운 13회 부산반핵영화제의 두 종류 포스터. 변경된 일정과 장소가 기재돼 있다. ⓒ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

#반핵영화제 #시청자미디어센터 #대관 불허 논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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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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