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가짜뉴스 피해신고·상담센터 개소 관련 보도자료 갈무리(2023.05.08.)
한국언론진흥재단 누리집
또 다른 언론 공공기관인 언론진흥재단에서도 가짜뉴스를 둘러싸고 스스로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재단 내에는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현 정부에서 임명한 신임 이사들의 주도로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 센터'가 결국 설치됐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들은 "가짜뉴스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없으니, 무엇이 도둑질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경찰이 도둑을 잡겠다고 나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호되게 비판했거니와 재단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가짜뉴스 드라이브가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드러냈다.
언론진흥재단이 6월에 주최한 '가짜뉴스 vs 팩트체크' 토론회에는 팩트체크 분야에서 잘 알려진 전문가인 미국 듀크대의 빌 아데어 교수가 참가했다. 그는 이 토론회에서 "오늘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듯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기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기사에 대해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많은 혼란을 불러온다"고 말했다.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 나와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에서는 가짜뉴스 추방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누구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 선봉에 서 있다. 국무회의, 국가 기념일 행사, 국제 행사를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가짜뉴스를 규탄해 온 그가 6월 한국자유총연맹 기념식에서 얘기한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라는 말이 지금의 가짜뉴스 퇴치 드라이브의 발원지가 어디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의 가짜뉴스 선창, 뒤따르는 정부 조직
윤석열 정부와 여당 등의 가짜뉴스 공세는 지난해 출범 초에 이미 시작됐다. 언론과 SNS, 유튜브 등에서 쏟아지는 정부 비판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면서 '근절' 방침을 얘기해 온 정부 여당이 가짜뉴스 공세를 더욱 본격적으로 펼친 것은 MBC의 '윤 대통령 욕설 보도'가 큰 계기가 됐다. 명백한 사실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면서 오히려 이를 윤 대통령의 계속된 망발·망언·실언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가짜뉴스 취급을 하는 근거로 삼은 것이다. 실소가 나오는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선창에 정부 부처와 조직들은 일제히 제창과 발 빠른 행동으로 호응하고 있다. 특히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내놓은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가짜뉴스' 신고와 심의의 형식으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쫓아내겠다는 발상이다. 방통심의위가 5일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 한 MBC <뉴스데스크>와 JTBC 등에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것은 그 같은 발상의 민첩한 실행이다.
한편으로 억압, 한편으로는 비호
그러나 방심위의 이날 결정은 가짜뉴스 퇴치 공세의 이면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방심위는 같은 안건으로 올라온 보수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채널A, MBN에 대해선 경징계 수준의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이러한 이중적 선택적 잣대의 적용은 가짜 뉴스 퇴치 드라이브의 진짜 목적이 사실은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정권에의 유불리, 우호 관계 여부에 따른 한편의 억압, 다른 한편의 보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대통령실 등에서 나오는 언론에 대한 말 중에 '비판적 언론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과도 별개로 볼 수 없다. 이들이 몰아내려는 것은 사실은 가짜뉴스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보도이며, 비판적인 언론이라는 것의 '고백'과 다름없다.
그런데 가짜뉴스 퇴치 운동이 갖는 더욱 큰 위험성은 몇몇 개별적인 기사들, 특정 언론사들에 대한 압박으로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 전반적인 여론과 공론장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