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욱천 한국민예총 사무총장
차원
"이전보다 더 교묘하게 문화예술계 탄압에 나서겠지만, 민심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44대 문체부장관을 지낸 유인촌씨가 54대 문체부장관으로 다시 돌아온 것. 유인촌 장관은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을 통해 진보 성향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탄압하고, 이후 박근혜 정부 때 대대적으로 실행된 '블랙리스트'의 토대를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예술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강욱천 한국민예총 사무총장을 만났다. 강 사무총장은 '별을 스치는 바람' '그 사내, 이중섭' '불꽃' '시, 노래를 품다' 등 다양한 작품들을 연출하고 기획해온 예술가다. 아래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임명, 어떻게 평가하나.
"너무 답답하다. 우리 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라는 큰 사건을 겪고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의 상처나, '내가 작품을 이렇게 하면 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자기 검열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이신 분이 문화특보가 되고 이제는 문체부장관이 되다니... 문화예술계가 지명 철회를 외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했다. 매우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 유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며 "있었다면 왜 구속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의 이론적 근거를 다 만드신 분이 이명박 정부 때 유인촌 장관이다. 그게 박근혜 정부 때 그렇게 구체화 돼서 나온 거다. 2008년 8월 27일 청와대에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유인촌은 주무부처 장관이었다.
문건의 핵심은 '문화예술의 좌파 권력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준다'는 거다. 인적 청산에 관한 내용도 있다. 기업을 동원해 압박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게 이미 다 밝혀졌는데, 끝까지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구속은 죄가 없어서 안 된 게 아니라 공소시효 7년이 지나서 안 된 거다. 당시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 결과에 대해) 그렇게 발표하지 않았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 2018년 1월 17일 서울중앙지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 결과에 대해 "원세훈의 원장 재직 중(2009년 2월~2013년 3월) 국정원에 의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블랙리스트 작성, 정부비판적 문화예술계 인물들의 활동에 대한 불법 관여 등은 모두 국정원법에 위반해 국정원 직원의 직권을 남용한 행위들로 볼 소지가 충분하나, 7년의 공소시효가 완성됐기에 이 사건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 '기초사실'로 적시했다"고 발표했다. - 편집자 주, 관련 기사 : '윤석열 검찰'도 인정했는데, "블랙리스트 없었다"는 유인촌 https://omn.kr/25wry ).
- 지난 9월 13일 개각 브리핑에서의 '예술가들이 국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발언은 어떻게 봤나.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비판하는 '전체주의'가 아니면 무엇인가. 북한과 무엇이 다른가. 국가를 위해 작품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전체주의, 봉건제 사회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 헌법에도 어긋나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자유를 그렇게 강조하면서..."
"민심 이기는 정권 없어... '저항'과 '비판'의 예술인들 지지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