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키 다리에서 트빌리시를 올려다보다

[카프카스 기행, 카스피해 바쿠에서 흑해 바투미까지 (19)] 트빌리시 저녁

등록 2023.10.13 16:42수정 2023.10.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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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를 떠나 다시 조지아로 돌아가다 
 
 아르메니아 북부 지역의 전통가옥
아르메니아 북부 지역의 전통가옥이상기
 
2023년 9월 19일과 20일 아제르바이잔 군대가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그 결과 아르메니아인 지도부가 이끄는 아르차크(Artsakh) 자치공화국 정부가 무너졌다. 21일부터 아르메니아로 가는 라친(Lachin) 통로가 열렸고, 만 명이 넘는 아르메니아인이 아르메니아로 넘어갔다.

그 후 10월 초까지 10만이 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하카리(Hakari)강의 다리를 건너 아르메니아 지역으로 피난했다. 현재는 러시아 평화유지군에 의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더 이상의 폭력이 자행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기 두 달 전쯤 7월 25일, 우리는 아르메니아 북부 딜리잔에서 아제르바이잔 국경과 가까운 M4 국도를 이용 조지아로 향하고 있었다. M4 국도는 이제반(Ijevan), 보스케팔, 베르다반을 거쳐 하크타나크(Haghtanak)에 이르는데, 중간에 아제르바이잔인들이 사는 지역을 지나간다.

정말 이상한 것은 아제르바이잔 땅에 나고르노 카라바흐라는 아르메니아인 자치정부가 있고, 아르메니아 땅에 아제르바이잔 거주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 이들 국가와 지배층이 바뀌면서 인종이 섞여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와 조지아 국경에 놓인 데베드 다리
아르메니아와 조지아 국경에 놓인 데베드 다리이상기
 
복잡한 국경지역 도로를 2시간쯤 운행해 하크타나크를 지나면, 우리가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들어갈 때 이용했던 M6 도로와 만난다. 이곳에서부터는 데베드 강을 따라 난 길을 타고 내려간다. 바그라타쉔-사다클로 국경에 이르러 아르메니아 출국수속과 조지아 입국수속을 받는다.

이번이 세 번째 국경을 넘는 것인데, 가장 수월하게 끝난다. 우리들은 버스에 탄 채로 가이드가 여권을 수거해 출입국검사소에서 출국과 입국도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 출국장에서 슈샨 가이드와 헤어지고, 조지아 입국장에서 다비드 가이드를 다시 만난다.

조지아에 들어와서는 달러를 이곳 화폐인 라리(lari)로 환전한다. 이곳 국경에서 트빌리시까지 거리는 70㎞ 정도 된다. 1시간 이상 걸린다. 루스타비(Rustavi) 고속도로에 이르면 쿠라강이 나타난다. 쿠라강을 조지아 사람들은 꽈리(Kvari)강이라 부른다.

강의 남쪽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다 아라그벨리(Aragveli) 다리를 건너 강의 북쪽으로 넘어간다. 다리 위쪽에는 꽈리강을 막아 수력발전소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트빌리시에 공급하는 전기를 생산한다. 또 이 댐으로 인해 트빌리시 지역의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버스는 이제 우리를 유럽광장에 내려준다.


꽈리강 위에 놓인 메테키 다리를 건너다
 
 유럽광장에서 만난 트럼프와 푸틴의 체스게임 그림
유럽광장에서 만난 트럼프와 푸틴의 체스게임 그림이상기
 
우리는 유럽광장과 메테키(Metekhi) 다리 주변을 살펴보면서 한 시간 동안 자유시간을 가진다. 유럽광장은 트빌리시 교통의 중심지다. 광장 남쪽 바위 언덕 위로 메테키 성모승천성당이 있다. 남서쪽으로는 꽈리강 위에 메테키 다리가 놓여 있다. 북동쪽 언덕 위로는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광장 북쪽으로 리케 공원이 강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공원 아래로는 지하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공원 중간에서 꽈리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2010년에 세워진 평화의 다리다. 평화의 다리는 금속으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유리를 얹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공원 끝에는 리케 콘서트홀이 있고, 그 뒤로 더 높은 곳에 대통령궁이 보인다.
 
 고르가살리왕 동상
고르가살리왕 동상이상기
 
공원에는 트빌리시를 홍보하는 대형 풍선(애드벌룬)이 떠 있다. 이곳에서는 강 건너 높은 곳에 있는 나리칼라(Narikala) 요새로 올라가는 케이블카(Ropeway)도 출발한다. 우리는 먼저 꽈리강에 놓인 메테키 다리를 건넌다. 메테키 다리는 트빌리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다리로 1951년 만들어졌다. 다리 중간에서 보면 바위 언덕 위로 고르가살리(Vakhtang Gorgasali: 439~502) 왕의 동상이 보인다.


고르가살리는 과거 이베리아(Iberia: 현재 조지아 동부) 지역을 통치하던 왕으로, 트빌리시라는 도시를 건설한 고대의 명군으로 유명하다. 그는 비잔틴제국과 동맹을 맺고, 사산조 페르시아와는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당시 코스로이(Khosroi) 왕조가 기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메테키 언덕과 꽈리강: 왼쪽으로 고르가살리왕 동상과 메테키 성당이 보인다.
메테키 언덕과 꽈리강: 왼쪽으로 고르가살리왕 동상과 메테키 성당이 보인다.이상기
 
같은 공간에 메테키 성모승천 성당이 있다. 데메트리우스(Demetrius) 2세 때인 1278~1289년 현재의 모습으로 세워졌다. 그러나 일부 전승에 의하면 5세기 고르가살리왕 때부터 이곳에 성당이 있었다고 한다. 다리에서 보니 강에는 작은 유람선들이 운행하고 있다.

다리 건너 산 위로는 나리칼라(Narikala) 요새가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5세기 고르가실리왕에 의해 피난과 방어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들을 보고 즐기는 사이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간다. 우리는 유럽광장에 다시 모여 메테키 언덕 위에 있는 올드 메테키 호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

저녁에 식당에서 음식과 음악을 즐기다
 
 고르가살리왕 사냥도
고르가살리왕 사냥도이상기
  
식당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있다. 고르가살리왕이 꽈리강변에서 사냥하는 모습이다. 석류를 비롯한 꽃이 만발하고, 온갖 식물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슴 토끼 같은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그 사이를 고르가살리 왕 일행이 활을 쏘며 사냥하고 있다.

배경으로는 뾰족뾰족한 바위산이 둘러싸고 있다. 고대 왕조시대의 트빌리시와 조지아로, 이상향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래선지 색채는 화려하고 인물은 영웅적이며 주제는 환상적이다. 이러한 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공연을 본다. 요즘 말로 하면 극장식 레스토랑이다.

우리는 꽈리강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트빌리시의 저녁과 밤을 즐긴다. 기본적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구워져 야채 샐러드와 함께 나온다. 그리고 빵과 스프도 나온다. 여기에 조지아의 대표적인 와인이 제공된다. 조지아는 와인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강과 계곡의 경사면을 따라 양질의 포도가 재배되기 때문이다.

동쪽의 카헤티(Kakheti) 지역부터 서쪽의 아자라(Adjara) 지역까지 다양한 와인이 생산된다. 유명한 와인으로는 카헤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피로스마니, 사페라비가 있다. 이들은 크베브리에서 숙성해 12%의 레드와인으로 완성된다. 조지아에서는 달콤한 화이트와인과 도수가 50%를 넘는 증류주 차차(chacha)도 생산된다.
 
 트빌리시 전통음악과 춤
트빌리시 전통음악과 춤이상기
 
공연에는 음악과 춤이 빠질 수 없다. 조지아 음악의 바탕은 기독교다. 기독교 초기 다성음악의 전통을 받아들여 음악성이 풍부하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의 다양한 음악의 영향을 받아 생동감 넘치고 강렬한 사운드를 보여준다. 먼저 가수가 나와 전통음악부터 동시대 음악까지 불러준다.

중간에 4인으로 구성된 공연팀이 나와 춤과 노래 그리고 상황극을 보여준다. 먼저 남녀 한 쌍 두 팀이 나와 역동적인 춤 배틀을 보여준다. 춤과 노래가 섞인 일종의 콩트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 공연이 식탁 사이 공간에서 이루어져 공연자와 관객이 하나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악단이 나오지 않고 음원을 사용해 현장감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유럽광장과 평화의 다리 야경
유럽광장과 평화의 다리 야경이상기
 
식사 후 우리는 레스토랑을 나와 다시 유럽광장으로 내려온다. 유럽광장 뿐 아니라 메테키 지역에 어둠이 내렸다. 주변에 역사적인 건축물과 현대적인 구조물에 조명이 들어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멀리 평화의 다리는 LED로 조명해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이다. 고르가살리 동상은 조명을 받아 더 우뚝해 보인다.

그 옆으로 노란색으로 빛나는 메테키 성당이 더 신성해 보인다. 나리칼라 요새 위로는 반달이 떠 올라 고향 생각이 나게 한다. 이제 메티키 다리부터 시작해 꽈리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야경을 구경하려고 한다. 그리고 루스타벨리 거리를 따라 박물관, 극장, 관공서 등의 야경도 살펴볼 것이다.
#조지아 #트빌리시 #메테키 다리 #유럽광장 #평화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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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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