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게 동굴 속에 묻혀 있는 신원 미상 유골

경산 코발트 광산에 묻힌 유해들, 더 늦기 전에 발굴해야

등록 2023.10.24 10:10수정 2023.10.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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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학살로 어두운 동굴 속에 갇힌 지 73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전후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희생된 민간인 유족과 제주4.3희생자 유가족이 코발트광산 수평갱도 옆 위령탑 앞에서 23일 24번째 위령제를 지냈다.

국가가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반강제적으로 가입당한 보도연맹 회원들, 친일파 청산과 먹을 것을 달라며 외치다 대구형무소에 수감된 대구 10월항쟁 관계자들, 두 개의 나라가 아닌 하나의 나라를 만들자며 외치다 대구형무소에 수감된 142명의 제주사람들이 대한민국 군인에게 끌려가 코발트 수직갱도에서 집단학살을 당한 지 73년. 민간인 유가족들은 아픈 마음을 서로 위로하며 희생자의 영면을 기원하는 73주기 위령제가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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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코발트광산희생자 위령제 2023년 10월 23일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진행된 위령제에서 헌화하는 기관단체장(오른쪽부터 이강학 경산시 부시장, 정봉근 경산시의회 행정사회위원장, 양재영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이옥남 진실화해위 상임위원, 김복영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장, 나정태 이사장 ⓒ 박진우

 
식전에 대북타고와 씻김굿, 회심곡, 추모시와 노래 등의 평화문화제가 처음으로 진행되었고, 고유제 이후 본 행사가 진행되었다.

위령제에는 진실화해위 상임위원, 한국전쟁 관련 청송, 고령, 문경, 구미, 창원, 충북, 경북 유족회장, 경산시 부시장, 경산시의회 상임위원장, 정의당 경북도당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희생자의 영면을 빌었다.

이번 위령제에는 대구10월항쟁유족회 채영희 회장,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미경 회장, 제주4.3희생자유족회 양성주 부회장과 고정훈 영남위원장 등이 참석하여 연대의 마음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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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코발트광산희생자 위령제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식전행사로 진행된 평화문화제에 씻김굿을 하는 무용가 박정희씨 ⓒ 박진우

 
(사)한국전쟁 전후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유족회(아래 코발트유족회) 나정태 이사장은 "3500여 명의 민간인 희생자 중 일부 유해가 14년 만에 굴 밖으로 모셔졌다. 국가 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한맺힌 억울함을 풀어 드려야 하는데 아직도 그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살아남은 가족은 국가의 감시와 연좌죄에 묶여 한 많은 세상을 살아 왔다"며,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혼들을 위무하고 유족들의 한 맺힌 아픔을 달래기 위하여 위령제를 봉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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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코발트광산 수평동굴에 갇혀 있는 유해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 수평동굴(2022년 11월 5일)내 마대에 담겨져 있는 민간인 희생자 유해중 일부가 수습되었다 ⓒ 박진우

 
경산의 코발트 광산의 유해는 2001년부터 유가족에 의해 조금씩 발굴되다가 참여정부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제정되어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가 설치되면서 발굴이 시작되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 진실화해위는 해체되어 진행이 멈추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법률이 다시 제정되면서 발굴이 진행되었다.

코발트 광산의 유해 발굴을 기록해 온 코발트유족회 최승호 이사는 "2007년 이전에 유가족의 조사로 80구가 발굴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시 제1기 진실화해위 조사로 수직동굴에서 380구, 인근 대원굴에서 40구가 발굴되었다. 유해와 함께 정규 군인들이 사용하던 총인 M1 탄피 16개와 탱크에 부착하여 대공용으로 사용하는 MG50 탄피 1개가 발견되어 유가족들이 경악케 한 바 있다. 유해발굴시 동굴 내 흙속에 파묻혀 있는 유해를 밖으로 꺼내기 위해 15kg 마대 5000여 개에 넣었으나 제1기 진실화해위 해체와 예산 중지로 유해는 동굴 속에 다시 갇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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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코발트광산에서 학살처중 하나인 수직동굴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내 학살처인 수직 동굴(2022년 11월 5일) ⓒ 박진우

 
제2기 진실화해위가 설치되어 지난 3월 유해가 포함된 3000여 개 마대를 밖으로 꺼내어 정리한 결과 유해 3000여 점이 발굴되었으나 예산의 부족으로 동굴 속에는 2000여 마대가 남아 있는 상태이다.

최승호 이사는 "이번 유해 발굴로 희생자 3500여 명 중 희생자 1600명의 유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급히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해 발굴은 제2기 진실화해위가 설치된 후 유가족의 강력한 요구에 잇따르는 와중에 진실화해위가 자체 예산과 지자체 보조금 등 1억 7000만 원을 투입하어 15년 동안 포대에 갇혀 시멘트처럼 굳어진 유해를 수습한 것이다.

지난 3월 개토제 후 4개월 동안 마대를 정리한 결과 1048점의 인골 조각과 12점의 유품을 수습했다. 인골 조각은 1㎝ 이상의 머리뼈 154개, 치아 51개, 척추 95개, 늑골 247개 등이며 유품으로는 탄피와 단추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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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코발트광산희생자 위령제 2023년 10월 23일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 희생자 위령탑 뒤에 새겨진 위패 앞에서 유족이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부르고 있다. ⓒ 박진우

 
고학형(44년생) 제주4.3희생자 유족은 "광산에서 발굴된 유해가 많이 훼손되어 마음이 무겁다.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해서는 유전자 분석이 필요한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통해 남은 유해도 서둘러 발굴되야 한다"며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경산 코발트광산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춘길광산'으로 금과 은, 코발트를 채굴하다가 태평양전쟁 당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코발트를 집중적으로 생산했다. 이후 1945년 해방과 함께 폐광됐다.

제1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문(2009년 11월)에 의하면 1950년 한국전쟁직후 7월과 8월 사이에 경산과 청도지역 경찰과 경북지구CIC(미군 첩보부대) 경산·청도 파견대, 국군 제22헌병대가 대구형무소 수형인과 경북 경산과 청도, 영동 등지에서 끌고온 국민보도연맹원 및 요시찰 대상자를 재판 절차 없이 경산시 평산동에 위치한 코발트 광산에서 집단 사살했으며, 당시 희생자는 18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유족회에서는 진실화해위의 두 배가 되는 350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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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코발트광산희생자 위령제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 희생자 위령탑 주변에 식재한 배롱나무에 희생자와 유족의 이름을 적은 이름표를 달아 가신님들을 위로하고 있다 ⓒ 박진우

 
코발트유족회는 지난해부터 사비를 모아 경산시 평산동 위령탑 주변에 대한 조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산소에 갈 때 꽃을 들고 가는 것처럼, 억울하게 희생된 3500여 명의 부모님이 묻혀 있는 이곳에 꽃 한 송이를 올리는 마음으로 유가족들이 배롱나무를 심고 있다"는 박무석 사무국장은 "꽃말이 떠나간 임을 향한 그리움이다. 100일 동안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부모님과 형제들을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나무를 심는다 설명했다. 2022년에는 12그루를 올해는 80그루를 식재하였고, 2024년에는 5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코발트광산 #한국전쟁 #제주43 #집단학살 #경산코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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