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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해도 장관 표창...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

국감에서 또다시 화두로 등장한 '프랜차이즈 갑질'... 관련 법 부재와 무관심이 만든 고통

등록 2023.10.25 05:45수정 2023.10.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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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으로 알아본 '프랜차이즈 갑질' 보도 건수 ⓒ 권성훈

    
위 그래프는 구글 검색을 통해 '프랜차이즈, 갑질'을 키워드로 연도별도 뉴스를 검색한 결과다. 이 데이터는 다수의 언론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기사도 포함되어 있으며 특정 사건이 아니라 '갑질'이라는 부정적 기업 행위의 본질과 사회적 맥락을 파헤치는 분석 기사까지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이 숫자가 그해 프랜차이즈 기업의 갑질 사건 발생 건수의 직접적 척도가 될 수는 없지만, 해당 사건에 사회적 관심을 가늠하는 척도가 됨은 분명하리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래프에서 유독 튀어 오른, 아직 끝나지 않은 2023년 막대 그래프에 시선이 다. 

또 국정감사에 오른 갑의 '갑질'과 을의 '고통'

올해 국정감사에도 어김없이 프랜차이즈 갑질 사건이 올라왔다. 엄밀하게 말하면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대리점, 영업 지사 등 일명 종속적 자영업자(특정 기업에 계약으로 종속되어 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과 관련된 사건이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진행한 국감에는 아디다스코리아, 기영F&B(떡참), 쿠쿠전자, 비케이알(버거킹), 할리스커피, 좋은책신사고(쎈수학) 등의 대표들이 증인으로 채택됐고, 국회의원들은 종속적 자영업자인 '을' 대한 기업의 갑질 사건에 대해 질의했다.

이중 이번 기사에서는 '집단적 계약 갱신거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아디다스코리아, 쿠쿠전자, 좋은책신사고(쎈수학)의 사안을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국정감사장의 피상적 스케치보다는 해당 분쟁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아디다스코리아, 쿠쿠전자, 좋은책신사고 분쟁의 공통점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기업이 자신들에 계약으로 종속되어 일하던 '을'들을 상대로 집단 계약 갱신을 거절한 사건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영업 중인 다수의 점주 또는 전원(쎈수학)에 대해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 일이다. 아디다스의 경우 시한부(2026년까지) 사업 정리를 예고해 점주들과 그의 가족을 생계의 절벽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기업 면면을 살펴보면, 아디다스는 두말이 필요 없는 스포츠 용품계의 글로벌 일류 브랜드이며 쿠쿠전자는 현재 국내 밥솥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곳이다. '좋은책신사고'는 '쎈수학'이라는 초중고 베스트셀러 1위 수학참고서를 가지고 프랜차이즈 학원사업까지 진출한 기업이다. 이들 모두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기업과 종속되어 사업을 영위한 '을'들은 제품을 판매(아디다스, 쿠쿠)하거나 수리(쿠쿠) 업무를 수행했다. 쎈수학의 경우, 지사가 본사를 대신하여 각 지역에서 가맹 학원 모집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대행하고 있었다.

이처럼 기업이 자신의 업무 일부를 자영업자에게 대행시키는 사업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을'과 수익을 나눠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사업 초기 여러 위험(초기 투자비, 불확실한 사업성 등)을 최소화하고 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갑'에게 '도랑 치고 가재 잡기'식인 이 사업 방법이 '을'에게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계약서의 '1년 단위 계약 갱신 조항' 때문이다.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이번 피해자인 '을'들은 본사를 대신해 소비 시장의 최첨병으로 지역 상권을 개척하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을'들이 각 지역에 불모지 상권을 옥토로 개척하는 사이 본사는 그를 디딤돌로 브랜드 파워를 키웠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재난 이후 유통·영업 시장은 '온라인 시장으로의 급격한 전환'이라는 환경의 변화까지 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본사는 이제 굳이 '을'과 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본 본사는 '을'이 가져가는 수익에 군침을 흘린다. 그렇게 본사는 '을'이 일궈 놓은 지점(가맹점, 대리점, 지사)을 아주 쉽게 직영점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1년 단위 계약을 갱신'이란 조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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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국회에서 있었던 '가맹지사피해사례발표회'의 자료집에 실린 내용이다. 해당 내용은 필자가 직접 수집 전달했다. ⓒ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특히 '쎈수학'을 대표로 하는 프랜차이즈 학원 영업 지사들의 경우, 피해자들은 '지사장들이 지사를 일궈 놓으면 본사가 직영점으로 빼앗는 사례가 업계의 관행이었다'고 주장한다. 

아디다스의 경우, 비슷한 방법으로 지점을 폐점시킨 후 본사 독점 온라인 사업으로 흡수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온라인 판매 사업은 우리 점주들이 2011년에 글로벌 본사에 제안한 겁니다. 그렇게 온라인 매출을 전체 매출의 15%까지 끌어 올렸더니 이걸 50%까지 끌어 올리라고 독려하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본사가 온라인 사업권을 독점한 겁니다." - 아디다스 가맹점 점주, (*국정감사에 나온 아디다스코리아 대표는 점주들의 이런 주장에 '온라인 스토어'는 본래 본사의 사업이었다고 반박했다.)

무법과 무관심이 키운 '갑'들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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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쎈수학'의 본사인 좋은책신사고 대표 홍범준씨는 국감에 나타나지 않았다. 쎈수학 지사장들 전원에 대한 계약 갱신거절로 이미 지난해에도 국정감사장 증인으로 채택되었지만, 불출석으로 '동행명령장'까지 발부되었었다. 그런데 그는 이번 2023년 국정감사마저도 출석하지 않았다.

쿠쿠전자 분쟁 또한 쎈수학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본사의 점주협의회의 활동 방해와 대리점주들에 대한 본사 직원의 폭언이 이미 2020년 국정감사장에서도 질타를 받았지만, 2023년 국정감사에서 쿠쿠전자는 또 대리점주들에 대한 집단 계약 갱신거절로 '점주 단체 활동 방해'의 의혹을 받으며 회사 대표 구본학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쿠쿠전자는 쎈수학과는 다르게 대표가 출석했지만, 그 입장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국감에서 구 대표에게 윤영덕 의원이 '본사의 점주협의회 활동 방해'에 대해 질의하자 그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란 태도로 일관했다. 2020년 본사 팀장이 점주들에게 협의회 탈퇴와 공정위 제소 취하를 종용하며 자행했던 폭언에 대한 지적에는 개인적 일탈일 뿐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해당 팀장의 승진 여부 질의에는 승진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근 '머니투데이(2023.10.19.)' 통해 <"그 XX 계약 해지"...'대리점갑질' 논란 쿠쿠팀장, 이듬해 장관 표창>이라는 기사가 보도되며 해당 팀장이 2021년 산업부 장관 표창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이 표창이 개인적으로 신청해 받게 된 것으로, 회사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기사 말미엔 "기업인에 대한 정부 표창은 목적에 맞는 기업을 선정하고 해당 기업의 공적이 가장 드러나는 인물을 사내에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라고 서술돼 있다. 

아디다스코리아 가맹점 분쟁 또한 다를 게 없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서 빚까지 내며 버틴 상당수의 가맹점에 본사가 일방적으로 시한부 사업철수란 날벼락을 때렸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이 사건을 '가맹사업 분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했지만,  공정위는 '대리점' 분쟁이라며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당시 관련 전문가들은 본사 반발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본사가 굳이 가맹사업법이 아닌 대리점법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을'의 권리 보호(계약갱신요구권, 계약해지 제한 등)에 있어 대리점법이 가맹사업법에 비해 허술하기 때문이다.

이후 이 사건이 수많은 언론에 의해 보도되며 여론의 공분을 사고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고서야 다시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 분쟁'으로 재신고 접수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이처럼 종속 자영업자들에 대한 기업의 갑질이 유독 횡횡하는 이유는, 점주들의 생계가 특정 기업에 종속(볼모)된 특수성으로 인해 자력 저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통제하는 법과 관련 기관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나 지금 둘 다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종열 거래사는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대리점법 경우는 법은 제정되어 있지만, 보호 장치가 아직 미미해요. 구체적으로 대리점주들의 갱신요구권이나 대리점에 대한 계약 해지 제한 같은 게 없어요. 가맹사업법을 예를 들면 갱신요구 절차와 내용을 구체화해 함부로 (본사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보호를 하고 있거든요. 따라서 고시 형태로 대리점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법 개정 전, 시행령으로라도 점주들을 서둘러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법부는 계약의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지만, '갑'의 '을'에 대한 행위의 불공정성은 별개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바로 그 불공정성을 다뤄야 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재, 위 내용과 관련된 대리점법 개정안 두 건이 2년 전 발의되었지만, 소관위에 여전히 심사 계류 중이며 지사 보호와 관련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올해 초 발의되어 마찬가지로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들이 국회의 무관심 속에 기약 없이 방치되는 지금의 현실이 서두의 그래프와 이번 국정감사의 '갑질' 사건을 만들었다고 하면 과언일까.
#국정감사 #갑질 #프랜차이즈 #대리점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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