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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당국자, 이스라엘 무기 지원에 항의하며 사표

<워싱턴 포스트> 사임 기고문... "도덕적 논쟁 없었다" 맹비판

등록 2023.10.25 09:08수정 2023.10.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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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국의 이스라엘 무기 지원에 항의하며 사임한 조지 폴 전 미국 국무부 과장 <워싱턴포스트> 기고문

미국의 이스라엘 무기 지원에 항의하며 사임한 조지 폴 전 미국 국무부 과장 <워싱턴포스트> 기고문 ⓒ 워싱턴포스트

 
미국의 전폭적인 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항의하며 최근 사표를 낸 미국 국무부 당국자가 미국의 지원에 도덕적 논쟁이 생략됐다고 비판했다. 

국무부 정치군사국의 의회 및 대외 업무 담당 과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 18일 사임한 조시 폴은 현지 시각 24일 <워싱턴포스트>에 "내가 알던 국무부가 아니다"라면서 자신이 국무부를 떠난 이유를 밝힌 기고문을 실었다.

이스라엘 무기 지원 "도덕적 논쟁 없어... 우크라 땐 달랐다" 

10년 이상 국무부에서 외국 정부에 대한 무기 및 안보 지원을 담당했다는 폴 전 과장은 "나는 어디에 어떤 무기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도전적인 수많은 논쟁에 관여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전까지는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도전적인 무기 이전을 논쟁 없이 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라며 "그래서 나는 지난주 사임했다"라고 썼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에 미국이 무기 지원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절차적 및 도덕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폴 전 과장은 "나는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무기 지원 요구에 솔직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으나, 최대한 빨리 이스라엘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분명한 지시가 내려왔다"라고 폭로했다. 


특히 지난 8월 국무부가 미국산 무기에 의한 민간인 피해 대응 지침을 모든 해외 미국 대사관에 통지했지만, 이스라엘에 제공한 미국산 무기가 민간인에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했음에도 이 위험에 대한 어떤 논쟁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공급하려고 했을 때 국무부 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던 것을 반대의 예로 들기도 했다. 


또한 미 의회에 대해서도 "인권 보호가 의심스러운 해외 정권에 대한 무기 공급을 막아섰지만, 지금은 이스라엘의 요구에 부응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미국, 정치적 편의 위해 가자지구 고통 눈 감아"

폴 전 과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오슬로 협정' 이래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의 기본 전제는 '평화를 위한 안보'였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중동 평화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한 무기 덕분에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정착촌 인프라를 확장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라며 "인구 밀도가 높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은 다수의 트라우마와 사망자를 유발했을 뿐 이스라엘 안보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했을 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았기에 속이 불편했다"라며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지난 15년간 6차례에 걸친 대규모 무력 충돌을 돌이켜보면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졌다"라고 걱정했다.

아울러 "이스라엘 지원에 대해 토론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정치적 편의를 위해 우리의 가치를 포기하고, 가자지구의 수백만 명이 고통당하는 것을 눈감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폴 전 과장은 국무부에 사직서를 내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도 "팔레스타인 국민 모두에게 더 많은 고통을 주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이스라엘 무기 지원에 반대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보내는 일련의 정책을 위해 일할 수는 없다"라며 "이는 근시안적이고, 파괴적이고, 불공정하고, 우리가 대외적으로 옹호하는 가치에 어긋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맷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폴 전 과장의 사임과 비판에 대해 "국무부 직원들이 미국의 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아니라 의무가 있다고 믿으며, 그에 필요한 안보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그 과정에서 모든 국제법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미국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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