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애도 기간 끝났지만, 추모 발걸음 이어지는 이태원역지난 2022년 11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조성된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유성호
'핼러윈데이'가 다가오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코스튬을 입은 시민들, 이태원 거리의 파티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2022년 10월 29일 이후, 한국의 '핼러윈데이'는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아픈 상처가 되었다.
올해 10월 29일이면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다. 서울 한복판의 골목에서 '압사'로 15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참사로 친구를 잃고 스스로 삶을 마감한 마지막 희생자까지 159명의 시민은 생명을 잃고, 목숨을 건진 수백 명의 시민은 '생존자'가 되었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위해 거리에 서있다.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는 정부를 대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이런 상황 속에서 참사를 둘러싼 왜곡과 2차 가해, 혐오와 맞서는 이들이 있다. 참사 피해자에게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는 언론, 이들을 조롱하고 힐난하는 악플, '혐오해도' 된다고 신호를 보내는 정치인. 참사를 마주한 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10월 23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악플, 2차 가해를 저지른 인물, 언론을 대상으로 대응하는 유가족 A씨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개인이 감당하기엔 힘든 과정이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대응을 시작했다고 밝힌 A씨.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쏟아진 2차 가해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한다.
"2차 가해하고도 죄책감 안 느껴... 처벌 선례 만들고 싶었다"
- 10.29 이태원 참사가 곧 1주기를 맞는다. A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정신과 치료받으면서 가족들과 지낸다. (이태원 참사 관련) 활동이 있을 때 가끔 나간다."
-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관련하여 유튜브, 언론 기사의 댓글, 정치인들이 막말을 쏟아냈다. 피해자분들과 유가족분들의 입장에서 무척 고통이 클 거 같다. 이와 관련하여 언론, 악플에 대응 중인데, 현재 어떤 상황인가?
"초반에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언론 대응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공식 메일 주소를 만들어서 언론사 연락을 받고, 인터뷰할 사람을 섭외하기도 했다. 일반 시민분들도 연락을 주셨는데, 2차 가해 기사나 악플 댓글도 제보해 주셨다. (초반에는) 일반인들 상대로 대응을 하기에는 악플이나 2차 가해 댓글 양이 많기도 하고, 다른 일들이 더 많았어서 취합 위주로 했다.
그러다 희생자분들 사연이 소개되면서, 신상이 공개된 몇몇 희생자분들이 있었다. 처음에 인터뷰를 할 때 댓글을 안 받고 올린다고 해서 응했던 것인데, 나중에 보니 댓글 창이 열려있었다. 거기서도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런 걸 보고 무척 화가 났다.
그 사람들은 본인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정작 모른다. (가해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정치인들이 언론에 나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2차 가해성 발언을 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처벌하는 판례를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 11월 초, 중반부터 대응했다. 주로 일베 사이트(일간 베스트)에 글을 쓴 악플러들을 고소했는데, 직접 찾아보고 취합했다. 그리고 변호사분이랑 같이 대리인 고소를 진행했다."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인물들에 대한 적절한 처벌 조치가 이루어졌나?
"현재는 고소한 사람 중, 7~8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사건은 벌금 200만 원으로 최종 판결 나기도 하고, 어떤 건은 벌금 300만 원 형을 받았는데 피고가 항소를 했다.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람에 대한 형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한 건이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받았는데, 검찰이 항소하기도 했다. 벌금 500만 원보다 더 높은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 검찰이 항소한 거 같다. 현재 그 사건은 2심을 앞두고 있고, 다른 것들은 아직도 조사 진행 중이다. 어떤 분들은 반성문을 쓴다거나 합의를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합의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어서 합의는 안 하고 있다."
- 일반인이 '악플 고소'를 하는 과정은 까다롭고 어려웠을 거 같다. 이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나.
"사자명예훼손 같은 경우가 굉장히 까다롭다. 알아보니까 정말 까다로운 게, 친고죄 (사자명예훼손죄, 모욕죄)는 고인의 가족만 고소할 수 있다. 허위의 사실을 고의성을 가지고 제3자가 보는 곳에서 적시했을 때 처벌이 가능하다. 그래서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고소했는데 어떤 건이 1심에서는 최고로 높은 형벌을 받았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높은 형벌을 받은 판례를 남겼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막말을 하고 2차 가해를 저지른 김미나 의원은 선고유예를 받았다. 정치인이면 본인의 말에 더 책임을 져야 하고, 잘못을 했을 때 더 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면죄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직접 느꼈다. 이를 보며 국가, 정부, 법원이 가해자들에게, 정치인들이 하는 말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더욱 화가 난다.
악플을 취합하고 고소하는 과정은 (감정적으로도) 아주 어려웠다. 처음에는 악플 대응을 조용히 하고 싶었다. 글(악플)을 읽으면서 손이 떨리고 가슴도 뛰고 화가 났지만, 그것보다 희생자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을 참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나를 욕하면 상관이 없는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도 못하는 고인을 욕하니까. 잘못을 일깨우고, 악플 고소에 대한 판례를 남기면 참사에 대한 2차 가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국가가 2차 가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