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골목(대송길)으로 하교하는 모습.
김서현
빈집만 남은 등굣길
한밭여중과 대전여고는 이 재개발지역과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학생들은 등·하교를 위해 이 길을 이용한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골목은 여전히 통학로로 쓰이고, 학생들의 안전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해당 골목(아래 대송길)이 위치한 대전광역시 동구 대동2구역은 2006년부터 2027년까지 주거환경개선사업(노후·불량건축물 밀집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정비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년 보상 절차가 시작돼 주민 대부분은 떠났고, 올해 11월 지붕 일부(슬레이트) 철거 후 2024년까지 모든 건물이 철거될 계획이다.
하교하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봤다.
한밭여중에 다니는 박아무개씨는 "많은 친구들이 그 골목을 이용한다"라며 "가끔 학원이 끝난 밤에도 그 골목을 지나간다"라고 말했다. 대전여고에 다니는 임아무개씨도 "그 골목으로 만날 다니는데, 올해 제 친구는 성기노출 범죄자를 봤다고 한다"라며 "다닐 때마다 누가 따라오는지 신경쓰이고 무섭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재개발이 빨리 완료되고, CCTV 설치도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중학생 딸을 둔 학부모 정아무개씨도 "학생들이 대송길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더 신경 써야 한다"라며 "학교 역시 골목의 위험성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방범용 CCTV 설치 계획이 있을까. 대전광역시 동구청 민원실 관계자는 "대송길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되고, 올해 11월부터 지붕 일부를 철거할 예정"이라며 "CCTV는 철거 시기와 겹쳐 설치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 대전여고 관계자는 "건물 철거가 시작되기 전에 교육청, 시행사와 펜스 설치 등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재개발사업구역 시행을 맡은 LH 관계자는 "교육청과 협의 후 학교에 설명을 했고, 현재 경비 순찰과 폐기물 처리를 하고 있다"라며 "올 11월~12월 쯤 재개발 안전 관련 주민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우범지대가 없도록 펜스를 치는 등 주민들의 추가 요구사항을 반영하겠다"라고 답했다. 안전관리에 대해서는 그는 "지역주민으로 (경비 등 인력이) 구성됐고 하루 다섯 번 정도 순찰하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만 답했다.
LH 관계자는 '폐기물을 처리한다'고 했지만, 골목 곳곳에는 깨진 거울과 서랍 등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 재개발 보상이 시작된 2022년 1월부터 철거가 시작되는 2023년 11월까지 약 1년 10개월 동안 학생을 위한 안전조치는 학교와 LH 모두 없었던 셈이다. 아직 날짜조차 정해지지 않은 주민설명회만이 재개발 지역의 향후 대책인 상황이다.
철거 공사를 앞두고 세워지는 안전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