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굴암돈대 위를 산책하는 박호성 서강대 명예교수
김병기
박 교수는 강화도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참여연대 창립을 주도했고, 학술단체협의회,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정치연구회 대표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박 교수의 '인간론'은 그간 터득한 학문과 수많은 인연으로부터 배운 지혜 그리고 강화도에서의 끝없는 산책과 사색에서 길어 올린 정치철학 사상서이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의 본성을 '고독'과 '욕망'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고 채우기 위해 사회적 인연을 추구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인연을 통한 인간관계는 가족공동체, 종족공동체, 신분공동체, 민족공동체로 발전하고, 그 역사를 '인연사관'의 독특한 관점으로 해석해 정립했다. 박 교수는 '인연 휴머니즘'의 정치학으로 '3공 주의'(공생, 공화, 공영)와 '3생 정치론'(생산의 정치, 생명의 행정, 생활의 자치)을 펼쳤다.
이날 박 교수에게 역대 대통령 중 '3생정치론'에 가장 근접했던 인물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박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하지만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이다. 박 교수에게 '3생정치론' 잣대로 윤 대통령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거두절미하고 "F학점"이라고 답한 것이다.
박 교수는 최근 윤 대통령이 벌이는 '이념 전쟁'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윤 정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고,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고 있다.
박 교수는 "윤 대통령은 철학도, 정치력도 거의 없는 사람인데, 아마도 검사 시절에 이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며 "그런데 검사는 기본적으로 자기는 옳고 성스러우며 상대방을 죄인 취급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념은 현실 정치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이 가득할 때 비로소 솟아나는 것"이라며 "그 두 가지 기능은 현실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밝혀내고 체계화시키는 작업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과 뜻을 달리한다고 해서 무조건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이념의 두 가지 기능 중 어느 것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파괴자'를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로 찬양